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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재선으로 한반도는 더 위험해질까?

부시가 재선되자 북미 관계가 더욱 악화되고 한반도에 곧(내년에) 전운이 감돌 것이라는 두려움이 일각에서 일고 있다.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이 계속 전쟁범죄자의 손아귀에 남아 있게 됐으니 이런 위기감이 도는 것도 이해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애초에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한반도 운명이 달라질 상황이 아니었다.
더 험악한 대북 정책을 쏟아낸 쪽은 오히려 케리였다. 케리의 주요한 선거 전략 가운데 하나는 북한의 위험을 키운 부시의 ‘미온적’ 대북 태도를 약점으로 부각시키는 것이었다.
케리는 “북한이 (이라크보다) 더 위험”한데도 부시 정부가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 군사적 제재를 올려놓지 않았다”고 무시무시한 비난을 쏟아부었다. 그의 양자회담이 부시의 6자회담보다 더 나을 리 없는 이유다.
또, 케리는 북한을 상대로 선제공격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북한으로부터 미국을 방어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공언했다(www.johnkerry.com/pdf/our plan for america.pdf).
훨씬 더 중요한 사실은 부시가 재선됐다고 해서 북한을 밀어붙일 힘(군사·외교 모두)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부시 정부 전쟁광들이 어떤 달콤한 꿈을 꾸든, 현실에서 미국은 여전히 이라크에 매여 있다. 부시는 재선과 함께 이라크 저항세력에 총공세를 가하고 있지만 이라크 민중의 저항을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라크 전쟁에 대한 미국 안팎의 반대도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부시는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강력한 위임을 받았다고 강조하지만, 실제 그가 받은 총 투표수 약 5천9백10만 표는 미국 전체 유권자의 29퍼센트 정도에 불과하다.
미국이 이라크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한 중동에서 멀리 떨어진 북한으로 전선을 확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대량살상무기”도 없는 이라크를 상대로 한 전쟁에서도 쩔쩔매는 미국에게 북한은 여러 면에서 한층 쉽지 않은 상대다.
그래서, 흔히 알려진 것과는 달리, 부시 정부는 통일된 대북 강경 정책을 갖지 못하고 사분오열돼 있다. 대표적 신보수주의자 존 볼튼과 함께 《북한의 종말》을 쓴 니콜라스 에버스타트는 이렇게 불평했다.
“부시 정부의 고위층 내에서 북한의 정권교체라는 개념이 논의돼 왔지만 그저 건드려보는 수준일 뿐, 북한의 정권교체가 바람직하다거나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진 적은 없었다.”
물론 부시 정부는 6자 회담의 결과에 따라 외교적 제재를 강화하려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라크에 발목이 잡혀 있는 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케리가 지적한대로, 지난 4년 동안 그랬듯이 말이다.
한반도가 전운에 휩싸일지 그렇지 않을지는 여전히 이라크 전선에 달려 있다.
부시가 이라크에서 군대를 철수시켜야 하는 수모를 겪는다면 그는 북한에 달려들 엄두를 낼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일은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 베트남에서 미군 철수 결정을 내려야 했던 사람은 재선된 “전시 대통령” 닉슨이었다.
우리는 앞으로도 이라크 점령 반대와 자이툰 부대 철수 전선을 굳건히 지켜야 한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우리가 할 일은 노무현 외교에 훈수하기가 아니라, 자이툰 부대 철수를 위해 그에 맞서 싸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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