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매각:
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선 홈플러스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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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8일, 홈플러스 노동자 6백여 명이 본사 앞에 모였다. 같은 시각 부산에서도 노동자 5백여 명이 집회를 열었다. 파업을 하고 나온 조합원들도 많았다. 하루 전날, 홈플러스 매각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이 소식을 언론을 통해 들어야 했다.
“왜 회사를 팔고, 누구에게 팔고, 우리의 고용과 노동조건은 어떻게 되는지 누구 하나 책임 있게 대답하는 사람이 없어요.”
“노동조합이 ‘매각하는 것 아니냐’, ‘사실을 밝히라’고 했을 때, 회사는 ‘근거 없는 소리 하지 마라’, ‘노조에서 유언비어 퍼뜨린다’고 했어요. [그런데] 매각이 발표되자 그제서야 직원들 모아 놓고는 ‘매각이 됐습니다’ 한마디 하대요.”
“비조합원들은 많이 불안해 해요. 회사 말만 믿었던 사람들은 배신감 들고, 뒤통수 맞은 기분이라고 그래요. 조합원들은 매각하면 고용보장 요구하고 싸우자고 각오하고 있었어요.”
이번 매각으로 홈플러스의 모기업인 테스코는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 8천억 원에 사들인 홈플러스를 7조 원이 넘는 돈에 되팔아 매각 차익만 5조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로열티, 배당 등으로 챙겨간 돈도 수천억 원이 넘는다.
매각 직전까지 진행하던 임금협상에서 ‘회사가 어렵다’며 최저임금도 못 주겠다던 자들이 막대한 돈을 챙겨 “먹튀”하자 노동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시간당 5천7백 원 받아요. 한 달에 1백10만 원이에요. 우리가 하는 일에 비하면 너무 적어요. 마음 같아선 [시급] 1만 원은 돼야 하는데. 그런데도 회사는 6천30원 이상으로는 못 주겠다고 했어요.”
“노동자 속이고 테스코가 ‘먹튀’하도록 내버려 둔 도성환 대표이사와 현재 임원진은 자격이 없어요. 그들도 나가야 해요.”
투기자본이 회사를 인수한 것도 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투쟁에 나서게 된 이유다.
“지금은 ‘위로금 주겠다’, ‘고용 보장하겠다’고 하지만 그걸 어떻게 믿어요? “.
“우리도 쌍용차 [사례]도 알고, 투기자본이 뭔지 알아요”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파트너스는 기업들을 인수한 후 더 비싸게 되파는 일로 돈을 버는 M&A전문 사모펀드다. MBK파트너스는 씨앤앰과 ING생명을 인수해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약속하고는 오래지 않아 노동자들을 대량해고하고 노조를 탄압한 전력이 있다.
비단 MBK파트너스뿐 아니라 지난 수년간 쌍용차, 오리온전기, 하이디스 등에서 소위 투기자본들이 기업을 사고팔면서 온갖 회계 부정, 고배당, 기술 유출 등으로 단물만 빼먹고는 노동자들의 삶을 망가뜨리는 일들이 벌어지곤 했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MBK파트너스한테 말로만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다”고 할 것이 아니라, 교섭에 나와 고용 보장 협악을 맺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노동자들은 고용 보장 약속을 받을 때까지 싸우겠다고 말한다.
“7조 원이라는 돈을 주고 샀다는데 이거 다 뽑아내려면 얼마나 쥐어짜겠어요? 노동조합 만들고 이제 조금씩 나아지려고 하는데 예전으로 돌아갈 순 없어요. 끝까지 싸울 거예요.”
“노조 만들고 나니까 인력 충원도 해주고 시간외수당도 받게 됐어요. 노동조합으로 뭉쳐서 싸우면 우리 고용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노동자들은 홈플러스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고, 고용 안정을 보장받기 위해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 MBK파트너스가 노동자들의 요구에 성실히 응하지 않는다면 추석 때 강력한 타격을 주겠다는 목소리도 높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