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 이주노동자 탄압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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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노동자들이 정부의 강제 단속과 추방에 항의해 명동성당 농성을 시작한 지 꼭 1년이 지났다. 정부는 미등록 이주 노동자를 4만 명으로 줄이기 위해 대대적 ‘인간사냥’을 벌이고 있다.
출입국관리소의 단속은 거의 깡패짓이나 다름없다. 단속반원들이 파이프를 들고 몰려 다니며 현관문을 부수고 쳐들어와 두들겨 패고 무조건 잡아간다. 겁에 질려 도망치다 건물 2∼3층에서 뛰어내려 중상을 입는 이주 노동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더 체계적인 단속을 위해 ‘외국인 노동자 동향 조사’를 시작했다. 얼마 전에는 주요 이주 노동자 송출 국가 10개 국 대사들을 불러 ‘불법 체류자’ 문제를 해결하라고 협박했다. 주요 이주 노동자 활동가 리스트를 작성해 각국 정부에 통보했고, 그래서 본국에 돌아가면 처벌의 위험에 놓인 이주 노동자들도 적지 않다.
이주 노동자의 약 80퍼센트가 미등록인 이유는 정부가 그 동안 ‘단순 기능직 외국인 노동자의 국내 취업’을 금지해 왔기 때문이다. 이것이 부분적으로 허용된 것은 2000년에 들어서였고, 그 조차 산업연수생에 한해 1년을 허용했다.
그러나 이 규모로는 도저히 부족한 인력을 충당할 길이 없었고, 그래서 미등록 이주 노동자가 늘어 온 것이다. 그런데 지금 와서 온정적 정책 탓에 미등록 이주 노동자가 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완전히 위선이다.
올해부터 시행된 고용허가제에 따라 2만 5천 명을 들여올 계획이지만 지금 고용주들의 신청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이유는 내국인 고용 노력을 우선해야 하고 한 작업장 내에 이주 노동자 수가 한국인 노동자 수의 절반을 넘으면 안 된다는 고용허가제 요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노무현은 경제 위기와 이라크 파병에 따른 정치 위기에 대한 희생양으로 이주 노동자를 점찍었다. 정부는 이런 공격을 정당화하기 위해 인종차별적 이데올로기를 부추기며 무슬림 이주 노동자들이 테러 집단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또, 이주 노동자들이 에이즈 확산 주범인 양 몰아붙이는 역겨운 짓을 하고 있다. 정부는 에이즈 검진 대상에 ‘외국인 불법 체류자’를 포함시키는 것을 당연시하면서도, 주한 미군은 검진할 생각도 없다.
이주 노동자들을 ‘반한’ 테러 집단으로 몰아붙였던 한나라당 의원 김경재는 “외국인에 의한 에이즈의 기하급수적 확산이 우려된다”고 떠들어대고 있다. 〈동아일보〉는 “외국인근로자 AIDS 무방비”, “외국인에 의한 에이즈 확산 비상” 등 악선동을 해대고 있다.
진정으로 에이즈의 확산을 염려한다면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이 안심하고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단속과 추방을 중단하고 완전 합법화해야 한다.
또, 이주 노동자들의 정주화에 따른 문화적·사회적 갈등 운운하며 탄압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범죄’인데, 이것도 한국 법규에 익숙치 않아 법 위반 건수가 늘어나는 것을 침소봉대하는 식이다. 오히려 이들이 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출입국 규제 강화 때문에 출입국 과정에 온갖 브로커들이 개입해 돈을 갈취하고 빚까지 지게 만드는 일도 흔하다. 전체 이주 노동자 중 40퍼센트를 차지하는 여성 이주 노동자들은 10당 1명 꼴로 직장 내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한다. 이런 범죄를 근절하려면 모든 이주 노동자들을 합법화시키고, 출입국 규제를 없애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