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무너지는 ‘차이나 드림’
〈노동자 연대〉 구독
최근 중국의 주식시장 폭락은 중국 관료처럼 권위주의적인 지배계급도 체제를 완전히 통제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고 알렉스 캘리니코스가 지적한다.
그리스, 유럽 난민 위기, [영국 노동당 선거에서] 제레미 코빈[의 부상] 등 극적인 여름이었다. 하지만 아주 중요한 세계경제 기사는 중국 주식시장의 붕괴였다. 지난 6월 고점을 찍은 이후 사라진 주식 가치는 3조 파운드[한화 5천5백조 원]에 이른다.
어떤 점에서 이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중국의 주식시장은 월가나 런던 시티, 심지어 홍콩의 주식시장과 다르다. 중국 주식시장은 대기업 주식의 거래가 압도적이며, 그 대부분은 국영기업들이다. 그래서 중국 주식시장은 세계 금융시장의 등락으로부터 비교적 격리돼 있다.
중국 주식시장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정치와 관련돼 있다. 중국의 놀라운 경제성장은 매우 높은 수준의 투자 덕분이었다. 중국 국내총생산(이하 GDP)에서 투자는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
평범한 중국인들의 가계 저축도 투자 재원을 떠받쳤다. 의료·교육 등의 지출을 위한 저축이었다. 그러나 국유 은행들의 예금 금리는 매우 낮았다.
그 대신 중국 정부는 사람들이 저축을 갖고 주식에 투자해서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중산층 단타 매매자들이 주식시장에서 활개를 쳤다.
지난 4월 〈런민르바오〉[중국 공산당 기관지]는 주식시장에 거품이 일고 있다는 우려를 일축했다. “자본시장은 ‘차이나 드림’의 진정한 모습일 수 있다.”
‘차이나 드림’은 시진핑 주석의 주요 슬로건 중 하나다. 그래서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했을 때 정부가 주식시장을 떠받치려고 개입했다. 중국 정부는 주가 하락 관련 ‘유언비어’를 유포한 사람들을 처벌하기까지 했다.
모순
정부의 대응은 현 중국 지도부의 정책들에 존재하는 주요한 모순을 보여 준다. 시진핑은 1980년대와 1990년대의 덩샤오핑 시대 이래 유례 없을 정도로 권력을 자기 수중에 집중시키고 있다. 그는 부패 척결 운동을 벌여 인기를 높이고 정적도 제거했다.
다른 한편, 시진핑은 국가 통제보다는 시장 메커니즘에 더 의존하면서 중국을 세계경제에 통합시킨 덩샤오핑의 전략을 지지한다. 이런 방향에 따라 8월 11일 중국 당국은 위안화-달러화 환율이 더 자유롭게 변동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조처의 장기적인 목적은 위안화를 국제 지불준비 통화로 만들어 달러화 및 유로화와 경쟁하는 것이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정부 통제가 폐지되면 내년에 위안화를 지불준비 통화로 격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 지배자들은 달러화 대비 위안화가 약간 평가절하돼 수출이 늘어나길 바랐다.
이런 지배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주식시장은 대혼란에 빠졌고 위안화 가치는 폭락했다. 결국 중국 당국은 위안화의 평가절하 폭을 줄이려고 1천3백억 파운드(한화 2백38조 원)를 쏟아부어야만 했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정치적으로 갈팡질팡하는 이면에는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역대 전임자들이 그랬듯이 시진핑도 중국이 고투자·고수출 모델(중국을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만든)에서 벗어나 국내 소비와 생활수준을 높이는 데 더 집중하겠다고 입발림말을 해 왔다.
그러나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2008~09년 세계 대침체 이후 중국 경제의 성장은 부채로 조달한 자금을 투자한 덕분에 가능했다. 그 대신 [지방 정부와 민간 부문을 포함한] 중국의 부채는 GDP 대비 1백30퍼센트에서 2백80퍼센트로 증가했다.
주식시장에서만 거품이 생긴 것은 아니다. 부동산에서도 거품이 생겼다.
중국 지도부는 침체를 겪지 않으면서도 경제가 투자·부채 의존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 결과 성장률이 낮아졌다. 이것은 특히, 중국에 식료품과 원자재를 수출하면서 성장한 남반구의 ‘신흥시장’ 경제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중국 주식시장의 붕괴는 그 자체로 경제의 위기는 아니다. 하지만 주식시장 붕괴는 시진핑 치하 중국 같은 권위주의 체제조차 상황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점을 잘 보여 준다. 그리고 세계 도처에서 정부와 기업들은 중국의 곤경이 세계경제 침체의 지속을 뜻한다는 사실을 서서히 이해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