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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파트 사망과 팔레스타인의 저항

지난 11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수반인 야세르 아라파트가 사망했다. 슬프게도, 예정된 그의 장례식은 이스라엘의 압력대로 진행되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현재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그는 1958년 쿠웨이트에서 파타 운동을 창설하면서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1988년에는 무장투쟁 포기를 선언하고 이스라엘 국가를 인정하면서 제국주의와의 타협의 길로 들어선다. 1996년 자치정부의 수반으로 취임한 이래 그는 여느 아랍세계 지배자들과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 왔다.
그가 오슬로협정의 세부사항을 거의 다 이행하는 데 필사적인 동안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생활수준은 극적으로 나빠졌고, 이스라엘의 학살 만행과 정착촌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가자지구의 실업률은 70퍼센트에 달한다. 2000년 9월 28일부터 2004년 9월 25일까지 이스라엘이 죽인 팔레스타인 사람의 수는 3천3백34명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아라파트는 이스라엘과 협상하는 데만 매달리고 저항운동을 통제해 왔다. 필 마셜에 따르면, “아라파트는 자신의 정력을 대부분 팔레스타인 활동가들을 통제하고 제어하는 데 쏟았다. 2002년 전쟁 전까지 아라파트의 군대가 팔레스타인 청년들과 충돌하는 데 소모한 시간이 점령군과 충돌하는 데 소모한 시간보다 훨씬 많았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동정을 받아 왔는데, 이스라엘이 언제나 그를 제거하겠다고 협박해 왔기 때문이다.
차기 권력주자로 아바스와 아흐마드 쿠레이 두 전 총리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 둘 다 팔레스타인 바깥으로부터의―즉, 이스라엘과 미국과 아랍의 지배자들의―지지를 빼면, 평범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겐 분노의 대상이다.
이스라엘 군부는 아리엘 샤론에게 아바스 전 총리와 대화를 시작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아바스는 카타르의 반동적 지배자들의 고문 구실을 한 기업인 출신이다. 파타 운동의 우파를 대변하고 있던 그는 제국과의 타협책인 1993년 오슬로협정 과정에서 결정적 구실을 했다.
쿠레이 역시 부패하긴 마찬가지다. 심지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을 갈갈이 찢어 놓고 있는 이스라엘의 분리장벽 건설에 시멘트를 대주는 회사가 바로 그의 소유였다.
1936년 총파업 때 팔레스타인 시인 아부 살마는 이런 시를 남겼다. “왕들이 이토록 무기력하다니 창피하도다. 맹세코, 왕관이 신발짝만도 못하구나. 우리의 고국을 지키고 그 상처를 치료할 사람들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네.” 이것이 아라파트와 그가 이끄는 자치정부의 모습이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파타의 무능과 부패가 나날이 드러나는 것과 반대로, 새로운 세대의 전투성과 급진성은 이미 아라파트를 정치적 식물인간 상태로 만들어 놓고 있었다.
아바스와 쿠레이가 차기 정부의 수반이 된다 하더라도 이들의 운신의 폭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이스라엘이 강요하는 타협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강력한 저항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역할이 그들을 기다릴 것이다. 이들보다 약간만 더 ‘비타협적인 인물’들이 권력을 승계할라 치면 그들은 이스라엘에 의해 ‘테러의 수괴’로 몰려 박해받을 것이다.
이스라엘은 심지어 하마스처럼 아라파트를 싫어하는 조직이 행한 폭탄테러조차 아라파트의 지시라며 그를 제거하겠다고 협박했다. 하지만 사실 그것은 위험한 도박이라는 것을 이스라엘은 알고 있었다.
이스라엘의 입장에서 아라파트의 명망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저항을 통제하는 안전판 구실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라파트의 사망은 이스라엘에게는 하나의 기회일 수 있다. 아바스와 쿠레이 같은 더 타협적인 인물들을 통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훨씬 더 구제불능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전판의 제거는 불안정을 증폭시킬 수도 있다. 아라파트가 가지고 있던 명망 덕분에 간신히 통제를 유지하고 있던 저항이 훨씬 급진화할 수도 있다.
이미 자치정부와 파타의 부패와 무능으로부터 하마스와 같은 급진적 저항운동이 이득을 보고 있다. 특히 하마스는 가자지구에서 절대적인 통제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성장은 파타의 몰락을 가속시킬 것이다.
가자지구로부터 샤론의 일방적 철수정책은 모종의 유화 제스처가 아니다. 이것은 점령을 이스라엘에 우호적으로 만들기 위한 연막임과 동시에 요르단강 서안지방에 대한 통제력 강화를 노린 것이다.
재선된 부시는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똑같이 되풀이했다. 그러나 그가 말한 ‘독립’이 진정 제 구실 하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샤론과 부시는 팔레스타인이 옛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반투스탄이나 미국의 인디언보호구역쯤으로 존재하길 바란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학살은 계속될 것이고, 팔레스타인의 마을은 철거될 것이고, 그들의 올리브나무는 뿌리뽑힐 것이라는 점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저항은 격렬하지만 그들만의 힘으로 이스라엘과 미국에 승리할 수는 없다. 그것은 중동에 대한 제국의 질서 전체를 변화시켜야만 가능하다.
요르단강 서안지방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활동가 지아드는 이 점을 지적하며 이렇게 말한다. “이라크 전쟁의 경험은 미국의 제국주의가 얼마나 상처받기 쉬운지 보여 주었다. 만약 미국이 이라크에서 패배한다면, 그것은 이스라엘을 열렬히 지지하는 공화당의 신보수주의자들만의 패배가 아닐 것이다. 그것은 미국 지배계급 전체의 패배다. 더 중요하게 세계 유일 초강대국의 패배는 수많은 중동 사람들과 전 세계를 가로질러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진정한 지구적 운동을 건설하는데 영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팔루자의 운명은 팔레스타인의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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