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수대회:
교수 1천여 명이 시장주의적 대학 정책에 맞서 거리로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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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8일 여의도에서 전국교수비상대책위 주최로 대학 자율성 회복을 촉구하는 전국교수대회가 열렸다. 전국에서 국·공립·사립대 교수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이러한 대규모의 교수대회는 이례적인 일이다. 많은 교수들이 옷에 故 고현철 교수를 기리는 검은 리본을 달고 집회에 참가했다.
교수 1천여 명은 부산대 故 고현철 교수를 추모하며 대학의 자율성 회복을 촉구했다. 그리고 ‘국립대 선진화 방안’과 ‘대학 구조 개혁’ 평가 폐지 등을 요구하며 정부를 규탄했다.
‘총장직선제 수호·대학 민주화’를 외친 故 고현철 부산대 교수의 비극은 많은 교수와 학생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이 일로 그동안 정부가 강행한 반교육적·반민주적 대학 정책의 본질이 드러났다.
부산대 김재호 교수는 故 고현철 교수의 유서 내용을 언급하며 “대학의 민주화는 진정한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의 보루다. 총장직선제, 사회의 민주화, 대학 민주화를 우리의 일생을 걸고 해나가겠다” 하고 발언했다. 전국교수대회에 참가한 교수들은 동료 교수를 잃은 비통한 심정을 토해내며 정부의 시장주의적 대학 정책에 맞선 투쟁을 결의했다.
대학 공공성을 공격하는 ‘국립대 선진화 방안’
지난 이명박 정부와 현 박근혜 정부는 신자유주의적 대학 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해 총장직선제 폐지를 국립대에 강요해 왔다.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는 ‘국립대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며, 성과연봉제 도입과 총장 간선제 전환 등을 추진했다. 정부는 총장직선제를 포기하지 않으면 정부 지원을 줄이겠다고 대학 당국을 압박해 왔다. 이 압력은 고스란히 대학 구성원들에게 위협으로 다가왔다. 심지어 학생들의 국가장학금을 중단한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정부는 총장직선제 폐지, 국립대 법인화를 통해 정부의 고등교육 책임을 덜어내고 대학 공공성을 후퇴시켜 왔다.
그래서 이날 전국교수대회에서 권진헌 전국거점국립대학교수회연합회 상임회장은 “학문의 자유, 대학의 자치, 대학의 공공성을 공격하는 국립대 선진화 방안은 반드시 철폐돼야 한다” 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전국교수대회를 기점으로 정부의 대학 정책에 항의하는 움직임도 모아지려 한다. 전국 국·공립대 학생들도 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황석재 부산대 총학생회장이 “전국 국·공립대 학생들과 함께 행동할 것이다. 교수님들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하자 큰 호응을 받았다. 10월 2일 전국 국·공립대회는 정부의 반교육적 대학 정책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모아질 것이다.
이날 국공립대에서 많이 참가했지만, 사립대 교수협의회 깃발도 꽤 많이 모였다. 고(故) 고현철 교수의 죽음에 대해 “부산대 교수의 죽음에 대한 서울대 교수의 연대 책임”(창비주간논평)이라는 글을 쓴 서울대 김명환 교수도 무대에서 연설했다. 김명환 교수는 서울대가 법인화된 이후 공공성과 민주주의가 어떻게 무너졌는지 폭로했다.
“국립대와 사립대, 큰 대학과 작은 대학, 정교수와 비정규 교수 사이의 차이를 넘어서 단결해야 한다.”
집회가 끝난 후 대열은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당사로 행진해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새누리당 앞에서 대열은 구호를 외치고 대학 구조조정 법안을 상정한 새누리당 당사를 향해 야유를 보냈다.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대학 구조조정에 맞서 학내에서 투쟁하는 학생들이 이 집회에 함께했다. 대표단이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 오는 사이에 열린 간이 집회에서는 노동자연대 부산대모임 한태성 활동가, 전남대 김한성 총학생회장, 한신대 김진모 학생, 경북대 총학생회장과 강원대 부총학생회장 등이 대학 구조조정에 맞선 투쟁에 함께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학생위원회(준)에서도 연대의 몸짓 공연을 했다.
이날 고려대 전 출교생들도 집회에 참가해 교수님들의 투쟁에 지지를 보내고, 최근 대법원이 내린 부당한 판결에 맞서 계속되는 투쟁에 연대를 호소했다. 시장주의적 대학에 맞서 여전히 꺾이지 않는 투쟁을 결의한 출교생들에게 따뜻한 지지와 격려의 연서명과 모금이 이어졌다.
행진이 끝난 후 마무리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아침 이슬”을 합창하면서 다시 또 만날 것을 결의했다.
‘대학 구조 개혁’은 교육 불평등 정책
전국의 대학은 강도 높은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학구조개혁법’은 대학을 평가에 따라 차등적으로 정원을 감축하게 하고 낮은 등급을 받으면 퇴출까지 시키겠다는 정책이다. 대학 서열화가 이미 고착화돼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대학 평가는 지방의 중소대학, 중하위권 대학들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 또, 재정지원을 더욱더 차등화하고 대학 교육을 기업의 필요에 더 맞출 것이다.
‘대학 구조 개혁’을 빌미로 많은 대학에서 구조조정이 강행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조정은 결국 학내 구성원인 교수, 직원, 학생들에게 임금 삭감, 고용 불안정, 정원 감축, 학과 통폐합 등의 고통만을 전가할 것이다. 재정 지원과 ‘협박’을 무기로 대학을 통제하려는 정부의 시도에 교수, 직원, 학생 모두 단결해 맞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