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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김대중 퇴진을 지지하지 않는 주장을 비판한다

“김대중 정부가 취임할 때 사실 우리는 많은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집권 3년이 되는 오늘 경제는 위기에 처해 있고, 국회는 사소한 일로 정쟁을 그치지 않고 있으며, 개혁은 시작도 하기 전에 주저앉고 말았다. 한 마디로 하나도 되는 일이 없다.”

지난 2월 21일 시민·사회단체 인사 1만 3천6백10명의 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최영도 전 민변 회장이 한 말이다.

그의 지적은 김대중 정부 3년에 대한 대다수 국민의 심정을 정확하게 대변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는 집권 3년 동안 대다수 국민에게 환멸과 좌절을 안겨 줬다.

경제 위기는 계속되고 빈부 격차가 벌어졌다. 통계청 발표(2월)에 따르더라도 실업자는 1백만 명에 이른다. 국민이 내는 의료 보험료는 인상됐지만 건강보험 재정은 파탄났다.

개혁 입법은 사실상 좌절됐다. 국가보안법은 이번 4월 임시 국회에서 아예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가인권위원회법·부패방지법·돈세탁방지법은 시민사회단체들의 요구와는 달리 심하게 일그러져 개혁 입법이라 할 수 없는 ‘빈 껍데기 법’이 되고 말았다.

대형 부정부패 사건은 부의 불평등을 밝히 드러냈다. 1998년 건설업체 경성 그룹 비리, 1999년 고급 옷 로비 사건, 2000년 한빛은행 부정 대출 비리, 진승현 로비 등. 그러나 한빛은행 불법 대출의 주역인 박지원은 지난 3월 개각 때 청와대 수석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퇴출 은행 로비를 받은 경기지사 임창렬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의원 임대를 통한 자민련의 원내교섭단체화, 개각 때 옛 여권 인사 중용, 수구 정당인 자민련·민국당과 공조 체제 구축은 국민의 개혁 열망을 짓밟은 대표적 사례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부정당했다. 지난 두 달 동안 대우차 경찰력 침탈 항의를 위한 부평역 집회는 경찰에 의해 봉쇄됐다. 화염병 투척자에 대해 법정 최고형을 선고하겠다고 위협하고, 화염병 전담 기동타격대를 창설했다.

집권 초기부터 김대중 정부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에 경찰력 투입으로 대응했다. 만도기계 노조·조폐공사 노조·호텔롯데 노조·사회보험 노조·국민-주택은행 노조·대우자동차 노조, “사회는 우리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으며, 우리에게도 아무런 희망이 없다.”며 목동 전화국을 점거한 한통 계약직 노동자들의 파업을 경찰 폭력으로 짓밟았다.

기업별 복수노조 허용을 5년 뒤로 유예했고, 지난해 말 시행하기로 했던 노동시간 단축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뻔뻔스럽게도 김대중은 6월에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연설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모성보호관련법 시행을 2년 뒤로 미뤘고, 공무원의 단결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유급 주휴일 폐지·생리휴가와 월차 휴가 폐지·변형근로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이 56퍼센트로 늘어났다. 공공 부문 노동자들 가운데 20퍼센트가 해고되거나 비정규직으로 전락했다.

농업에 대한 국고 보조금은 삭감됐고, 농가 부채는 급증했으며, 농·축산물 가격은 폭락했다. 경찰과 철거 깡패들이 밑바닥 삶을 살고 있는 영세 노점상과 빈민촌을 강제 철거했다. 기초생활보장법은 가난한 사람들의 ‘기초’ 생활을 무너뜨렸다.

김대중은 7차 교육 과정 등 교육에도 시장 원리를 도입해 교육을 붕괴시키고 있다.

김대중의 개혁 실패와 시장주의 경제 정책에 대한 대중적 저항이 자라나고 있다. 지금 김대중의 국정 수행에 대한 국민 지지도는 채 30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또, 전에 김대중에 대한 “비판적 지지” 세력이었던 시민단체들이 지금은 급속하게 이반하고 있다. 2월 21일 시국 선언에 참여한 1만여 진보적 개혁가들은 “최소한의 개혁 과제마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국민의 저항”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3월 중앙위원회를 통해 “김대중 정권 퇴진”을 결의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힘 있는 사회 단체인 민주노총이 “김대중 정권 퇴진”을 내걸었다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일이다.

이미 지난해 말 사무직 노동자들인 국민-주택은행 노조원들이 경찰에 의해 파업 농성장에서 강제 해산 당하면서 “김대중 퇴진”을 요구한 바 있다.

이것은 국민 대중의 압도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 대중이 김대중 개혁의 계급적 본질을 경험을 통해 깨달았음을 가리킨다. 또, 민주노총으로 조직된 선진 노동자 대중 속에서 뿌리 깊은 계급 증오가 싹트고 있음을 뜻한다.

“김대중 퇴진 투쟁” 슬로건에는 이러한 계급 적대가 반영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진보 진영내 민족주의 경향의 활동가들은 민족 화해를 위해 민주노총의 “김대중 정권 퇴진 투쟁”은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논리인즉슨, “김대중이 6·15 공동선언에 합의했고, 이는 민족적 합의”이기 때문에 “김대중 정권에 대해 제한적이지만 화해·협력의 측면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민족 화해를 지지한다. 계급 적대를 제외한 모든 민족적·인종적·성적 분리와 적대는 화해와 협력 관계로 대체돼야 한다.

그러나 이제 민족의 대다수는 노동 계급이다. 이는 또한 자체의 지배 계급이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노동자와 ‘민족’을 대립시키고 ‘민족’이 노동자보다 먼저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

민족 통일이 우선 해결 과제로 설정되다 보니 노동 계급의 이익과 그 투쟁은 잠시 자제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것은 결국 계급 화해를 추구하는 정치로 빠지게 된다.

김대중이 남북 화해를 이용해 노동 계급과 피억압 민중을 공격하는 상황에서조차 민족주의 계열은 김대중을 (비판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들의 정치는 현실에서 계속 모순을 빚고 있다.

민족주의 계열의 활동가들은 계급과 민족의 본말이 전도돼 있다. 이들은 노동자 해방이 민중(민족) 해방의 전제 조건이 아니라 민중(민족) 해방이 노동자 해방의 전제 조건이라고 본다. 또, 노동자를 위해 변혁이 필요한 게 아니라 변혁을 위해 노동자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그들에게 노동자 계급은 역사의 주체가 아니라 객체인 셈이다.

한편, 민족주의 경향의 활동가들은 투쟁의 초점을 김대중 정부가 아니라 미국에 맞추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은 본질적으로 미국의 세계 지배 전략”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미국은 IMF·세계은행(WB)·세계무역기구(WTO) 등의 제국주의 경제 기구와 막강한 군사력을 동원해 자유 시장 정책을 세계의 나머지 나라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과 반미 투쟁은 서로 연결돼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민족주의 계열은 김대중 정권을 비켜가는 방식으로 반미 투쟁을 제기한다.

때로는 심지어 김대중이 마치 미국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것인 양 암암리에 가정하곤 한다. 최근 대북 문제를 둘러싼 한미 간의 긴장 관계를 근거로 “[김대중 정권이]미국의 개입에 반대한다는 점에서 이해를 같이하면 같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대중 정권은 “반미” 정권이 아니라 “친미” 정권이다. 김대중은 “우리의 국익을 위해서도 주한 미군은 계속 주둔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대중은 주한 미군 예찬론자답게 그 동안 반미 운동 세력을 탄압해 왔다.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 이틀 뒤에 매향리 시위대를 폭행하고 기자마저 피투성이로 만들었다. 또, 주한 미군의 독극물 방류 항의 시위에도 폭력을 휘둘렀다.

김대중 정부가 특정 상황에서 미국과 일시적으로 갈등을 빚을 수는 있어도, 자본가 계급의 정부인 한은 미국의 근본적 이해관계를 거스를 수 없는 본질적 한계를 안고 있다.

김대중의 다음 발언은 그 자신을 포함한 남한 지배 계급의 친미주의가 남한 자본주의 발전과 근원적 연관을 갖고 있음을 잘 보여 준다. “미군이 없었다면 우리[남한 지배 계급]가 오늘날 살아 남아 이런 경제적 번영을 이룰 수 있었겠는가.”

따라서, 김대중 정권이 아래로부터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되면 그 후원자인 미국도 괴롭게 된다.

진보 진영 일각에서는 민주노총의 “김대중 정권 퇴진” 투쟁이 결과적으로 이회창 같은 냉전 우파를 이롭게 한다는 견해도 있다.

그 실천적 결론은 김대중 정부를 표적으로 삼지 않고 냉전 세력(한나라당과 자민련 그리고 〈조선일보〉 등)만을 표적으로 여기는 것이다.

물론 우익들의 냉전주의는 소름이 끼칠 정도다. 냉전 우익들은 남북 화해를 드러내 놓고 반대한다. 또, 게걸음질에 지나지 않을 국가보안법의 개정조차 반대한다. 조선일보는 “국가보안법과 인권이 무슨 관계가 있나”며 사악한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김대중의 당과 행정부 내에는 한나라당 못지 않은 냉전 우익이 많다.

김대중 정부의 총리인 이한동은 국가보안법 개정은 “시기 상조”며, 자신의 대북관이 “이회창 총재의 대북관과 흐름을 거의 같이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김대중 자신이 지난 3년 동안 줄곧 우익에 타협함으로써(또는 스스로 우경화함으로써) 우익의 강화에 기여해 왔다. 그는 우익들의 압력이 거세어지면 좌익을 공격했다.

이것은 김대중 정권의 사회적 기반과 관련 있다. 김대중 정권은 비록 소수파일지라도 분명히 지배 계급의 일부이고, 그의 이데올로기도 우파(극우파는 아닐지라도)에 속한다.

그러니 민중 운동이 그토록 개혁을 요구했는데도 국민 대중의 증오를 한몸에 받다시피 한 몇몇 개인들을 제거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도 기회 있을 때마다 이들을 사면으로 내보내 줬다.

김대중을 공격하면 여야간 세력 관계에서 일시적으로 우익 야당이 반사 이익을 거둘 수도 있다. 그러나, 김대중에 맞서 노동 계급이 우세하면 결국 냉전 우익도 괴로운 법이다.

왜냐하면, 김대중과 우익 야당 사이의 차이보다 그 둘과 노동 계급 사이의 차이가 훨씬 근본적이기 때문이다. 눈만 뜨면 아귀 다툼을 하는 그들이 노동 계급의 저항에 관한 한 분명하게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라.

한편, 김대중에 대한 반감 때문에 한나라당과 소위 ‘전술적 제휴’를 맺는 것은 금물이다. 지배 계급의 한 분파에 맞서 지배 계급내 다른 분파와 손잡는 것은 전술이 아니라 자기 기만일 뿐이다. 이 점에서 민주노총 지도자가 김대중을 비판하면서 한나라당 이회창과 악수한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노동 계급의 정치적 독립만이 노동 계급에게 진정으로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김대중 정권 퇴진 투쟁은 국민적 지지를 얻기는커녕, 김대중의 개혁 좌절로 인해 동요하는 중간 계급을 운동으로부터 멀어지게 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중간 계급을 견인하려면 과격한 요구를 내세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노동자 운동이 어떻게 중간 계급을 견인·획득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우리를 이끈다.

한때 김대중 정권의 개혁을 지지했던 중간 계급 시민단체들은 경제 위기와 개혁 실패로 말미암아 급속하게 이반하고 있다. 물론 시민단체들이 “김대중 퇴진”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다. 그렇다고 그들이 지금 우익 야당에 기울고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들은 좌절된 개혁으로 말미암아 쓰라린 환멸을 느끼고 있다. 그러는 한편, 일부가 왼쪽으로 급진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김대중 정부에 의해 좌절된 개혁 성취를 위해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를 결성하는 한편, 그 첫 활동으로 민주노총과 함께 ‘개혁 실종 김대중 정권 규탄 3·1 시국대회’를 개최한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 운동이 중간 계급을 견인하려면, 정부에 대한 단호한 태도와 수단 그리고 전술적 유연함을 갖출 필요가 있다.

중간 계급은 어느 사회 계급이 더 단호한가에 따라 그 계급에 이끌리게 된다.

만약, 지배 계급이 권력을 이용해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그에 따라 노동자들의 조건을 악화시킴으로써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면, 자본가 계급은 중간 계급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반면, 노동자 운동이 정치·경제 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갖고 있음을 보여 줄 수 있다면, 노동자 운동은 중간 계급에게 정치적 지도를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중간 계급 대중도 물가 인상·실업·생활수준 압박 등 노동 계급 대중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동일시가 결코 자동적인 것은 아니다.

요컨대, 중간 계급이 노동 계급적 방식의 위기 해결책을 지지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전적으로 노동자 운동이 얼마나 단호하느냐에 달려 있다.

동시에, 노동자 운동은 중간 계급을 “김대중 정권 퇴진 투쟁”에 연루시키려면 전술적으로 유연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총 일부가 ‘3·1 시국대회’ 때 화염병 시위를 고집하느라 시민단체들과 함께 거리 행진을 하지 않은 것은 불필요하고 경직된 결정이었다.

민주노총이 시민단체들과 함께 행진하면서 시민단체들의 김대중 개혁 좌절 비판을 지지함과 동시에 시민단체들이 노동자 정리해고 반대를 외칠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

경직된 전술 운용은 세력을 확대하는 데 이바지하기는커녕 (잠재적) 지지 세력을 내치는 효과를 낳을 뿐이다.

민주노총의 “김대중 정권 퇴진” 요구는 선진 노동자의 정서를 반영한 것이다. 우리는 민주노총의 요구를 지지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김대중 정부를 실제 권좌에서 끌어내려면 그에 걸맞는 수단 ― 즉, 노동자 대중 파업 ― 이 필요하다.

민주노총이 늦으막이나마 5월 하순에서 6월 초로 예정해 놓고 있는 연대 파업이 실제로 일어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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