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퇴출제와 성과체계 강화:
전국적인 항의 행동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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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는 상반기 공무원연금 개악에 이어 이제 저성과자 퇴출제와 성과주의 강화로 고용과 임금까지 위협하고 있다. 정부의 계획에 따르면 3급 이상 “고위 공무원단” 퇴출제를 빠르면 10월 말 시범 실시하고 내년에 전면 확대하겠다고 한다.
정부는 6급 이하 “하위직 공무원”에게는 퇴출제 도입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고위직 퇴출제 시행을 통해 명분을 쌓고 나면 곧이어 하위직 퇴출제 추진을 시도할 것이다. 공직사회의 성과주의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려면 하위직 공무원에 대한 통제도 강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6년 도입된 이후 유명무실했던 “고위 공무원단 적격심사” 제도를 강화해 실질적인 퇴출제로 운영할 계획이다.
10퍼센트 이상을 ‘미흡’과 ‘매우 미흡’으로 분류하도록 강제했고 ‘매우 미흡’은 퇴출 대상이다.
그러나 정작 평가 기준은 모호하다. 인사혁신처는 “정책 실패”, “태도·자질”, “개인 비위” 등을 제시했다. 특히 “태도·자질”에는 “복지부동 등 소극 행정·업무 조정능력 부족 등”이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내용이 들어있다. 이런 기준은 실제로 부정과 부패의 온상인 고위공무원을 퇴출시키는 데에는 별 쓸모가 없는 한편 상명하복의 위계질서만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비민주적인 위계질서야말로 바로 부패의 원인이기도 한 데 말이다.
한편 정부는 6급 이하 “하위직 공무원”에 대해서는 성과주의 강화 방안을 내놨다. 이 내용에 다르면 “최하위 등급자는 6개월간 호봉 승급 제한”을 둬 사실상 ‘처벌’을 받게 된다. 한번의 승급 제한은 퇴직 때까지 영향을 줘 상당한 금액의 임금 손실이 생긴다. 동시에 성과 미흡자는 “역량향상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재평가해 “복귀 또는 재배치”하게 된다.
승진에서도 “경력점수 비중을 대폭 축소하여 실적경쟁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특별승진, 5급으로의 속진임용, 특별승급”도 도입하려 한다.
이런 인사혁신처의 퇴출제와 성과주의 강화 추진은 박근혜가 공공부문과 노동계급 전체에 적용하려 하는 ‘일반해고 요건 완화’, ‘성과연봉제 도입’과 쌍을 이루는 정책이다.
죽음을 부르는 퇴출제
일상적인 성과평가와 이를 통한 퇴출제가 얼마나 끔찍한지는 KT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KT는 ‘고과연봉제’라는 이름으로 성과연봉제를 시행했고, 최하위 고과를 2년 연속 받으면 대기발령을 거쳐 면직까지 가능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일정 비율이 정해진 인사고과 등급으로 임금이 결정되면서 살인적인 실적경쟁에 내몰린 직원들은 매년 수십 명씩 각종 돌연사와 자살 등으로 죽어가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 이미 시행된 퇴출 프로그램 사례를 봐도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수원시가 도입한 ‘소통2012’라는 퇴출 프로그램 때문에 퇴출 대상에 선정된 38명 가운데 2명이 자살했다. 38명 가운데에는 업무처리 속도가 늦다는 이유로 퇴출 대상에 꼽힌 장애인도 포함돼 있다.
게다가 수많은 종류의 업무를 단일한 형식적 잣대로 평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전입담당을 맡은 직원과 청소업무를 맡은 직원의 ‘성과’를 어떻게 비교할 것인가! 설사 똑같은 제증명서 발급 업무를 하더라도 근무지 환경에 따라 발급 건수는 천지차이다. 그러나 ‘성과’를 강조하게 되면 제증명서 발급 민원이 적은 동주민센터는 폐쇄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공공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또, 평가 기준의 모호함은 결국 지역 주민을 만족시키기보다 평가 권한을 가진 상급자 권한 강화로만 이어질 게 뻔하다. 따라서 퇴출제와 성과체계 강화에 반대하는 것은 공공서비스 질을 지키는 투쟁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