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장·임금인상을 위해 싸우는 홈플러스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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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M&A(인수 합병) 사상 최대 규모’라는 7조 2천억 원대의 홈플러스 매각이 곧 완료될 듯하다.
홈플러스 매각은 단지 자본 규모가 클 뿐 아니라, 2만 명 넘는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걸려 있는 문제다. 그러나 홈플러스의 전 소유주인 테스코도,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도 노동자들의 고용에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테스코는 언론 보도로 온 세상이 매각 사실을 알 때까지도 노동자들에게 이를 부인했다. 노동자들은 “투기자본에 홈플러스를 매각하지 말라”고 했지만, 테스코는 이를 무시하고 MBK에게 홈플러스를 매각했다. MBK는 이미 씨앤앰이나 ING생명 등을 사들이고는 장기적 운영 계획 없이 좋은 값에 되팔기 위해 노동자들을 구조조정한 전력이 있다.
MBK 역시 직접 대화에 나와 고용 보장을 약속하라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그나마 MBK가 공문으로라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는 답변을 내놓은 것은 노동자들이 줄기차게 투쟁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의 두 노조(홈플러스노조, 홈플러스테스코노조)는 지난 6월부터 고용 보장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투쟁을 시작했다. 민주노총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들도 대책위를 구성해 연대했다. 국정감사에 홈플러스 대표이사 도성환과 MBK 회장 김병주가 증인으로 채택되는 등 정치적 압박도 커졌다.
이런 압력 속에서 사측은 현재 진행 중인 임금 협상에서 일부 양보안을 냈다. 사측은 5퍼센트의 임금 인상과, 내년부터 시급제를 월급제로 전환하고 상여금과 성과급 일부를 기본급으로 전환하는 안을 제시했다. 월급제나 기본급 인상은 안정성 면에서 더 낫고, 약간의 임금 인상 효과도 있다.
홈플러스테스코노조는 임금 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홈플러스노조는 사측안을 거부하고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임금 액수가 노동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MBK 측이 여전히 고용 보장 약속을 분명히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MBK는 인수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큰 폭의 수익을 약속했다. 홈플러스노조의 지적처럼 “현재 시중금리가 2~3퍼센트대인 조건에서 투자자들에게 무슨 수로 연 5~9퍼센트 이상의 수익률을 보장하겠는가? 홈플러스 노동자를 쥐어짜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명확하다.”
안 그래도 대형마트 업계 위기 속에서 지난해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이 일부 점포를 폐쇄한 상황에서 매각까지 닥치자, 노동자들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MBK가 직접 대화에 나와 고용 보장을 약속하라는 노동자들의 요구는 중요하고, 정당하다.
더구나 홈플러스 전체 노동자의 70퍼센트에 이르는 기간제,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은, 사측안대로 임금이 인상돼도 월급이 겨우 1백6십만 원 수준이다. 그동안 테스코는 노동자들을 쥐어짜서 5조 원이 넘는 매각 차익을 챙겼는데,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수준에 만족하라는 것이다.
홈플러스노조는 지난 3년간 투쟁 속에서 꾸준히 자신감과 경험을 쌓아왔다. 특히, 지난 4개월간 매각 반대 투쟁을 벌이면서 조직이 확대되고, 투쟁도 더 전진했다. 지난 9월 23일 파업에서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보여 준 활력은 민주노총 파업 대열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사회적 관심과 지지도 커지고 있다. 이런 점을 이용해 투쟁을 이어간다면 요구를 쟁취하지 못 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