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학생들의 항의로 국정교과서 추진 황우여의 방문을 무산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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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6일은 원래 교육부장관 겸 부총리 황우여가 건국대학교에서 열리는 교육부 주관의 ‘인문주간’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하는 날이었다. 하지만 이날 행사장에 울려 퍼진 것은 황우여의 목소리가 아니라 통쾌하게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건국대 학생들의 목소리였다.
황우여가 건국대에 온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10월 22일 목요일 저녁이었다. 바로 다음 날 내가 속한 건국대 사회과학 동아리 노동자연대는 함께 항의할 학내 단체와 학생들을 모집하는 성명서를 부착했다. 3일밖에 안 되는 시간 동안, 총 5개 단체(사회과학 동아리 노동자연대, 역사 동아리 얼, 건국대 청년하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건국대 학생들, 건국대 평화나비)가 모였다. ‘청년하다’ 활동가가 여러 단체를 모집하고 학생들의 참가를 조직하기 위해 나와 같이 힘썼다. 다른 동아리나 단체 소속의 학생들도 기자회견과 항의 시위에 필요한 여러 업무를 같이 분담했다. 아무런 연고 없이, 부착한 홍보물만 보고 연락을 해 온 사람들도 있었다. 그 중 한 학생은 당일 수업 때문에 기자회견에 참가할 수 없는데도 오전에 시간을 내 기자회견 준비를 도와 줬다.
기자회견이 시작하기 전에는 약 1시간 30분 동안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서명을 받고 기자회견 홍보물을 반포했다. 서명은 1백86개가 모였고, 기자회견 홍보물은 5백 부가 금방 동이 났다. 점심 먹으러 가던 학생들은 삼삼오오 발걸음을 멈추고 서명에 동참했다.
기자회견은 새천년관 앞에서 진행했다. 하루 전에 기자회견 계획을 알렸는데도 〈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미디어오늘〉, 〈민중의소리〉 등 많은 언론사가 취재하러 왔다. 참가한 학생들은 친일·독재 역사 미화, 역사 왜곡과 통제, 노동자 착취 정당화 등의 수단이 될 국정 교과서에 반대했고, 박근혜 정부와 교육부 장관 황우여, 교육부를 규탄했다. 대학구조조정 추진을 규탄하는 주장도 있었다.
만약 황우여가 이 날 건국대에 왔다면, 그에게 학생들이 직접 항의하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겁이 났던 것인지 황우여는 이 행사에 돌연 참가를 취소했다. 황우여의 축사는 사라졌지만, 대신 행사장엔 우리가 낸 항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리는 인문 주간 행사장 로비에서 준비해 온 팻말을 들고 함께 구호를 외쳤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즉각 중단하라!”, “’교육파괴부’ 장관 황우여는 건국대에 오지 마라!”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자, 행사 관계자로 보이는 듯한 사람이 와서 자신들이 대관한 행사장이라며 구호를 외치지 말아달라고 했다. 하지만 다른 학생이 “[여기는] 우리가 등록금 내고 다니는 학교다”라고 쏘아 붙이고, 우리가 다시 구호를 외치자 더는 우리를 제지하지 못했다.
행사가 시작될 즈음에 교육부 소속의 고위직 인사들로 보이는 일군의 무리가 입장했다. 그 때에 맞춰 우리는 더욱 목소리를 높여 국정화 추진 중단을 외쳤다. 정말 교육부 장관 황우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교육부 주최의 행사에서도 참가하지 않는 것을 보면 뜨거운 반대 여론에 부딪히는 것이 두려웠나 보다.
황우여는 올해 건국대에 방문하려던 두 차례의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한 번은 학과구조조정에 항의하는 시위 때문이었고, 이번에는 국정교과서 추진에 반대하는 시위 때문이었다. 최근엔 교육부가 건국대 이사장 김경희의 모든 비리 혐의를 포함시키지 않고 축소 고발해, 봐주기식 고발을 했다는 비판도 듣고 있다. 정말 황우여는 ‘교육’이란 직함이 어울리지 않는, ‘교육파괴부’ 장관이다.
황우여는 국정교과서 추진의 핵심 책임자 중 한 명이다. 물론 그 배후에는 청와대가 있다. 주말 동안 폭로된 내용을 보면 청와대는 9월 말부터 몰래 별도의 TF팀을 꾸려 국정교과서 추진에 열을 올려 왔다.
시위가 끝나고, 항의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은 앞으로도 국정교과서 추진에 항의하는 행동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우리의 목소리는 거리에서 다시 울려 퍼질 것이다. 국정교과서 추진 즉각 중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