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제도는 교원판 노동유연화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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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악,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에 이어 박근혜 정부가 교원 임금-인사 정책을 개악하려 한다. 10월 21일 교육부는 ‘교원능력개발평가 실시에 관한 훈령 제정(안)’*과 ‘교육공무원 인사관리규정 일부개정(안)’을 행정예고 하고, ‘교육공무원 승진규정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 했다.
그동안 교사들은 세 가지 평가를 받아 왔다. 교사 퇴출과 관련된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 승진과 관련된 근무평정(근평), 임금과 관련된 성과급이 그것이다.
지난 6년간 교사들은 교원평가 결과에 따라 연수를 받아야 했다. 지금까지는 법적 근거가 없어 강제력이 떨어졌다. 전교조는 교원평가를 거부하며 저항해 왔다. 그래서 정부는 이를 훈령으로 제정해 법적 강제력을 확보하고자 한다. 훈령 제정안은 평가나 연수를 거부하면 징계할 수 있는 조항을 마련했다.
게다가 정부는 이 평가 결과를 공개해 학교 간 성적을 비교할 수 있게 하려 한다. 그러면 교사들 간 경쟁이 강화될 것이다.
세월호 참사 때 희생된 비정규직 교사에 대한 순직 인정을 거부하는 등 비정규직 교사들을 차별하는 박근혜 정부가 교원평가에는 비정규직 교사들도 의무적으로 포함시키려 한다.
한편, 정부는 근평과 성과급을 통합하려 한다. 승진과 관련된 근평도 문제지만, 성과급은 임금과 관련돼 있어 교사들에게 민감한 문제다. 두 평가가 통합되면 교사들은 관리자들의 눈치를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다. 또, 성과급 평가에 동료 교사 간 평가가 반영되도록 법이 바뀌므로 교사 간 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또, ‘인사관리규정’ 개정안은 “업적이 극히 저조한 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게 규정하는데, 이는 정부가 “노동개혁”을 추진하며 들먹이는 저성과자 퇴출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박근혜는 대선 공약으로 기존의 세 평가를 하나로 통합하겠다고 했다. 교사들의 반발을 예상해서인지, 이번에는 근평과 성과급만 통합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 방향은 세 평가의 일원화를 가리키고 있다. 왜냐하면 각 평가의 실시 시기를 일치시키고 평가 용어와 지표를 통합 정비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의 조처들이 시행된다면 동료 교사-학생-학부모의 평가로 교사의 급여를 결정하는 ‘성과연봉제’ 실시의 기초가 마련될 것이다.
이미 그런 조짐이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2014 교육공무원 성과상여금 지급계획’에 따르면 교원평가 결과 장기연수 6개월 대상자는 당장 올해 성과급을 받지 못한다.
결국, 정부의 시도는 국가의 입맛대로 교사들을 길들이고 통제하는 것은 물론, 교육제도의 실패를 교사에게 떠넘기고, 교원 구조조정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공산이 크다.
연가 투쟁을 준비하는 전교조
법률 절차를 보건대, 평가 제도 개악이 11월 중에 이뤄질 확률이 높다. 이 때문에 전교조는 11월 7일에 임시대의원대회를 긴급하게 소집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고시 강행과 교원평가 방안 개악에 맞선 총력투쟁이 주요 안건이다. 이 안건의 핵심은 지난 8월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한 “활동가 연가 투쟁”을 “전 조합원 연가 투쟁”으로 확대하는 문제로 예상된다.
8월 대의원대회에서도 이미 연가 투쟁의 범위를 놓고 뜨겁게 논쟁이 벌어진 바 있다. 당시 전교조 지도부는 연가 투쟁의 참가 범위를 활동가로 제한하는 안을 냈다. 조합 내 상층 간부들의 미온적 반응을 의식한 다소 보수적인 안이었다. 필자를 포함한 몇몇 대의원들이 연가 투쟁의 범위를 전 조합원으로 하자는 수정안을 발의했다. 표결 끝에 아쉽게도 과반에 5표에 모자라 지도부의 원안이 통과됐다.
교원평가 제도는 교원들의 임금과 인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교원들의 조건이 악화하면 학생들의 교육의 질도 나빠질 것이다. 비록 연가 투쟁이 이윤에 직접 타격을 주는 경제적 효과는 없겠지만, 연가 투쟁의 규모가 커지면 그만큼 교원평가 제도의 부당성을 널리 알리는 정치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대의원대회는 전 조합원들로 연가 투쟁의 범위를 확대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국민 다수의 반대에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사악한 정부의 또 다른 교육 개악 공격에 차질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
그리고 11월 14일 교사대회와 민중총궐기가 투쟁 각오를 다질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전교조 활동가들은 기층에서 최대한 많은 조합원들의 참가를 조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