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9일 서울대병원 사측이 이사회를 열어 임금피크제 도입을 명시한 취업규칙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병원 측은 이에 앞서 10월 20일부터 27일까지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이 취업규칙 개정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했지만, 전체 6천45명 가운데 1천5백73명(26.02퍼센트) 만이 임금피크제에 동의해 부결됐다.
그런데 서울대병원 사측은 이처럼 노동자들의 70퍼센트 이상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동의하지 않았는데도 끝내 이사회를 열어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현행 근로기준법도 무시한 것이다. 공공운수노조와 서울대병원 분회는 이사회가 열리던 날 회의장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11월 2일에는 고용노동부에 서울대병원 사측을 형사고발했다. 11월 4일에는 민주노총 주최로 서울대병원에서 규탄 집회를 열 예정이다.
사측은 어처구니없게도 ‘불이익 변경이 아니므로 과반의 동의를 얻지 않아도 된다’고 둘러대고 있다. 임금을 깎는 게 ‘불이익이 아니’라니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서울대병원은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을 하자고 해도 ‘어차피 과반 노조가 아니기 때문에 비조합원들이 문제제기하면 무효화된다’며 온라인 투표를 강행했습니다. [그러나 투표를 강행했다는 것은] 정작 자신은 불이익 변경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는 얘기입니다.”(박경득 서울대병원 분회장)
서울대병원의 취업규칙 개악 조처는 공공기관 경영진이 최소한의 절차도 무시하며 “노동 개혁”을 밀어붙일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경북대병원 사측도 온갖 불법행위를 저지르고도 예정된 기간에 절반의 동의를 얻지 못하자 아예 기한을 연장해 절반을 넘길 때까지 동의서를 받아냈다. 다른 국립대병원들도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의 뒤를 따라 같은 방식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강행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가 11월 3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자료를 보면 충북대병원, 전남대병원, 전북대병원, 경상대병원, 부산대병원, 충남대병원 등은 노동자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서면이사회를 통해 임금피크제를 강행하려 한다.
이에 맞서 보건의료노조 소속 국립대병원 노조들은 일제히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이달 중순 조정신청을 해 합의되지 않을 경우 12월에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와 보건의료노조 소속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이 임금피크제 도입에 맞서 힘을 모은다면 효과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