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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식품연맹이 세종호텔 노동자 쥐어짜기를 규탄하다:
“세종호텔은 룸어텐던트(객실 청소) 노동자 처우 개선하라”

룸 어텐던트 노동자들의 존엄성을 보장하라 외주화, 인력 감축은 고스란히 노동강도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 날 기자회견에서는 특급 호텔의 특급 노동자 쥐어짜기를 규탄하는 발언들이 쏟아졌다. ⓒ이미진

11월 4일 세종호텔 룸어텐던트(객실 청소)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폭로하고,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국제식품연맹(IUF),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세종호텔노조 주최로 열렸다.

식품·농업·호텔업 등에 종사하는 노조·노동자들로 구성된 국제노동단체인 IUF는 11월 4~11일에 30개 국가에서 ‘호텔 룸어텐던트 권리 보장을 위한 국제행동주간’을 열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은 국제 행동의 일부로 열렸다.

룸어텐던트는 호텔의 핵심 상품인 객실을 정비·청소한다. 호텔을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업무를 담당하지만, 호텔 경영진은 이 업무를 허드렛일 취급하면서 룸어텐던트 노동자들을 공격해 왔다.

2000년부터 대부분의 호텔에서 룸어텐던트 업무가 외주화 됐고, 많은 인력이 줄어, 노동강도가 높아졌다. 노동자들은 매일 할당된 방을 청소하기 위해 시간에 쫓겨 쉬지 않고 일한다.

IUF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객실 1개를 청소하는데 통상 '입실'(신규 고객 방 청소)은 25~30분, '재실'(기존 고객 방 청소)은 15~20분가량 걸린다. 객실에 비치되는 소모품을 교체하고 필요한 물품을 운반하는 시간을 포함하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루 8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하면, 쉬지 않고 일해야 12개 방을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서울지역 특급 호텔들은 통상 노동자들에게 하루 13개 방을 할당하고 있다. 심지어 특1급 호텔인 세종호텔은 노동자들에게 매일 15개 방 이상을 강요하고 있다.

호텔 핵심 업무인데도 사측은 허드렛일 취급

세종호텔은 계속 룸어텐던트 인력을 줄여 왔다. 특히, 올해 메르스 사태 때 관광객이 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계약해지 했고 이후 인력을 충원하지 않았다. 심지어 세종호텔은 11월 4일 기자회견 직후에 희망퇴직을 실시하겠다고 공고했다. 인력 충원은커녕 노동자들을 더 줄이겠다는 것이다.

세종호텔노조 고진수 위원장과 19년 동안 세종호텔에서 룸어텐던트로 일한 세종호텔노조 이기원 전 부위원장은 이 날 기자회견에서 세종호텔의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해서 폭로했다.

"사측은 끊임없이 업무 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15년차, 20년차 된 베테랑 경력자들도 자신에게 할당된 방을 소화하기 벅차 합니다. 그래서 한 달에 2~3명의 노동자들이 병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 30여 명 [룸어텐던트] 인원을 유지해 왔는데, 지금은 인원이 거의 8명이나 줄었습니다. 평균 [청소 할] 객실 수도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세종호텔의 노동강도에 혀를 내두릅니다. 어제도 한 분이 본인 스스로 계약을 포기했습니다."(세종호텔노조 고진수 위원장)

"19년 동안 룸어텐던트로 근무했습니다. 정말 무지막지하게 일했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제대로 대우 안 해 줍니다. 우리는 소모품이 아닙니다. 가축도 아닙니다. 힘들고 아파하는 인간입니다. 우리를 우습게 보면 큰코 다칠 겁니다."(세종호텔노조 이기원 전 부위원장)

또, 룸어텐던트 노동자들은 직업성 근골격계 질환, 분진에 의한 알레르기 질환에 시달린다. 객실 청소 업무가 기본적으로 모두 허리를 굽히고 하는 것이다 보니, 잦은 허리 통증에도 시달린다. 여성 노동자 혼자서 침대 시트를 갈고 정비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연차나 비번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어서 몸이 아파도 제대로 쉴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고진수 위원장은 사측이 계속해서 불안정한 일자리를 늘리고 있다는 점도 폭로했다.

"2012년 1월 세종호텔노조가 파업했을 당시 가장 중요한 요구 중 하나가 바로 룸어텐던트 여성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이었습니다. 38일간 현장 로비 점거 투쟁으로 정규직 전환을 쟁취했습니다. 그러나 사측은 6개월 후에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할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했습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3년이 다 되도록 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대표이사가 된 자는 과거에 '객실 청소하고 주방에서 설거지 하는 노동자는 정규직이 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정규직으로 일해 온 주방 보조 노동자들의 보직은 없어졌고, 지금은 1일 파견노동으로 대체됐습니다. 그리고 룸어텐던트에서도 계속 불안정한 일자리를 늘리고 있습니다.

“사측은 정규직들에게는 임금을 많이 받으니까 더 많이 일하라고 강요하면서 노동자들을 이간질 합니다.

“상시적인 업무를 불안정 노동으로만 채우려고 하는 경영진을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민주노조 사수와 노동조건 안정을 위한 싸움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주십시오."

"우리는 소모품이 아니다" 세종호텔노조 이기원 전 부위원장이 사측의 비인간적인 행태를 폭로했다. 이기원 전 부위원장은 19년 동안 룸어텐던트로 일했다. ⓒ이미진

“룸어텐던트 노동의 가치 인정받도록 국제 행동 확대되길”

IUF 정옥순 한국지부 사무국장은 국제 캠페인의 취지를 설명하며 세종호텔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함께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룸어텐던트 노동자 대부분이 혼자 일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잘 모릅니다. 매일 매일 시간에 쫓겨서 할당된 객실을 정비하고, 강도 높은 노동을 8~9시간이나 합니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호텔은 객실을 팔아서 운영합니다. 그런데 그 객실을 청소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은 저평가되고 있습니다. 룸어텐던트가 호텔산업에서 핵심적인 노동인 만큼, 그 가치를 대접받을 수 있도록 국제 행동이 확대되길 바랍니다.

"룸어텐던트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도록 IUF도 함께할 것입니다."

이 날 기자회견은 호텔 룸어텐던트 권리 보장을 위한 국제행동 주간의 일부로 열렸다. 특급 서비스를 내세우는 호텔들이 정작 일터의 노동자들을 비인간적으로 대우하며 쥐어짠다는 사실에 참가자들은 분노했다. ⓒ이미진
"노동조건 개선 위해 현장에서 싸울 것" 세종호텔노조 고진수 위원장이 3년간 이어지고 있는 투쟁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이미진
세종호텔노조는 매일 호텔 앞에서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과 노조 탄압 중단 등을 요구하며 항의 행동을 벌이고 있다. ⓒ이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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