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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방북:
친미 성향의 유엔 사무총장이 한반도 평화에 제대로 기여할까

조만간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이 북한을 방문할 듯하다. 반기문은 이른 시일 안에 방북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11월 23일 언론에 밝혔다. 북한 당국과의 조율이 끝나는 대로, 머지않아 그의 방북 일정이 발표될 것이다.

반기문은 꽤 오래 전부터 방북에 공을 들여 왔다. 지난 5월에도 개성공단 방문을 추진했지만 북한 당국의 거절로 막판에 무산된 바 있다. 십중팔구 반기문은 방북 이벤트를 통해 차기 대선 주자로서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고 싶을 것이다.

반기문은 "친미" 성향 때문에 임기 내내 많은 비판을 받았다. 2009년 3월 백악관에서 만난 오바마와 반기문. ⓒ출처 백악관

파리 테러 때문에 미국이 중동 문제에 더 많은 힘을 투입해야 할 시점을 포착해, 북한은 반기문 방북을 통해 경제 지원이나 북미 대화 가능성 등 반대 급부를 기대할 것이다. 반기문의 방북 가능성이 제기된 후, 남북 당국간 실무접촉이 잡힌 것도 이 때문일 듯하다.

그러나 “역대 총장 가운데 가장 친미적인 인물”이라는 반기문이 이번 방북으로 한반도 평화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의문이다. 미국과의 교감 없이는 반기문이 북한에 획기적인 제안을 하기는 어려울 텐데, 미국은 ‘시간 끌기’ 이상으로 북미 관계를 크게 진전시키는 데 관심이 없다. 미국은 북한의 핵 ‍·‍ 미사일 문제가 통제하기 힘들 정도로 악화하는 것을 바라진 않지만, 북한을 ‘악마화’해 자신의 동아시아 패권을 유지하려는 전략 자체를 바꾸지는 않고 있다.

따라서 전 통일부 장관 정세현의 지적대로, 북핵 문제에서 “미국이 ‘전략적 인내’의 기본 틀을 바꾸지 않는다면 반 총장이 사실상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오히려 “반 총장은 [핵 문제에서] 북한의 [선] 행동을 끌어내 달라는 미국의 주문을 받고 평양행을 택한 것일 수 있다.”

그동안 유엔은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압박을 추인하는 국제기구 구실을 해 왔다. 핵 문제 외에도 매년 대북 인권결의안을 통해 북한에 대한 서방의 압박을 정당화해 줬고, 여기서 반기문은 적극적으로 나서 왔다.

따라서 반기문의 방북 이벤트를 계기로 남북 대화나 심지어 북미 간의 ‘탐색적’ 대화가 진행될 수 있겠으나, 중장기적으로 상황이 획기적으로 나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동아시아에서 제국주의간 갈등이 지속되는 한, 한반도 긴장을 다시 높일 정치적 요소들이 언제든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