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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경쟁이 낳은 ‘수능 부정’

11월 17일 치러진 수능시험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1백40여 명이 함께 ‘부정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실, 전부터 수능시험에서 부정행위에 대한 소문은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실제로 이번 수능시험 전에 이미 교육청 게시판 등에 부정행위에 대한 제보가 올라오기도 했다.
게다가 휴대전화를 이용한 부정행위만이 아니라 신분증을 위조한 대리시험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경찰은 수능시험 부정행위에 대한 수사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교육부도 부랴부랴 “휴대전화 등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하고, 감독관 추가 배치, 전자 검색대 및 전파 차단기 설치, 문제지 유형 확대, 몸수색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많은 학생들이 정부의 이 같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대처에 분노했다.
한 학생은 “시험을 보는 도중 계속 휴대전화 진동 소리가 들렸지만 감독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며 수능시험의 ‘공정성’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그래서 일부 학생들은 수능 “재시험”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것은 한국 사회에서 수능시험이 그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수시 모집이나 대학별 면접 등에 비해 ‘공정한’ 제도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시험 부정은 시험제도 자체의 불신으로 비화될 수 있다.”며 정부에 엄정한 대책을 요구했다.
그러나 수능시험과 입시 경쟁 자체가 ‘공정한’ 경쟁은 아니다. 부자집 아이들은 더 좋은 환경에서 충분한 과외를 받아 수능시험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게다가 고교등급제 논란에서 봤듯이, 이들은 면접 등에서 더 좋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도 많다.
자본주의 시험제도의 목적은 생산을 조직하고 운영할 소수와 위에서 결정된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을 수행할 다수를 분리하는 것이다.
시험 결과에 따른 이해관계가 크면 클수록 입시 경쟁에서 이기고자 하는 바람도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부정행위에 대한 기술적 방지 대책을 강화하거나 엄한 처벌을 하는 것으로 부정행위를 온전히 없앨 수 없다. 부정행위는 자본주의 시험제도의 붙박이다.
특히 한국의 수능시험은 대학에서 공부할 자격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수능시험의 결과로 인생 전체가 결정되는 시험인 만큼 부정행위에 대한 유혹도 클 수밖에 없다.
한 학생의 말처럼 “수능날 하루가 인생의 반 이상을 결정하는 상황에서 누구나 ‘대박’을 바란다.”
지배계급은 시험제도를 통해 경쟁에서 이기면 자신들처럼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주입시킨다.
그러나 오직 소수의 학생만이 신분 상승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대다수 학생들은 시험 경쟁에서 들러리를 설뿐이며, 그 때문에 좁은 학교와 독서실에 갇혀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 공부를 하며 시간을 낭비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인류 사회에서 시험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스스로 어떤 일을 하고, 누구와 일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었던 사회에서 시험은 필요하지 않았다.
지금의 시험제도는 ‘인간 본성’에 따른 자연스러운 제도가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의 필요에 맞춰 만들어진 제도일 뿐이다.
따라서 우리가 연대와 상호 부조와 평등과 집단적 협력과 자원 활용의 민주적 계획에 기초를 둔 사회를 건설한다면 더는 시험제도가 필요 없을 것이다. 당연히 학생들이 절박한 마음에서 부정행위를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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