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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북한인권법의 국회 통과 시도 중단하라

12월 2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주요 쟁점 법안들을 합의 처리하기로 야합했다. 그리고 합의 처리하려는 쟁점 법안들에는 ‘노동개혁’ 관련 법 외에도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도 포함돼 있다. 여야 지도부들은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을 정기 국회 중에 “합의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일부 독소조항이 없어도
테러방지법은 여전히 악법이다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은 2000년대 내내 국회에서 여러 차례 발의됐다 폐기됐다. 그러나 ‘파리 공격’이 일어나자, 이를 빌미로 새누리당은 이 법안들을 밀어붙일 기회로 삼고 있다.

테러방지법 제정에 동의하면서, 새정치연합은 자신의 계급적 본질을 확실히 드러냈다.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이종걸은 “집권을 준비하는 정당”으로서 “대테러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하고 말했다.

12월 2일 여야 야합 이후, 국회 정보위 법안심사소위에서는 테러방지법안과 사이버테러방지법안을 모두 논의하고 있다. 물론 새정치연합이 일부 쟁점들에 반대 의견을 내면서, 독소 조항의 일부가 완화하거나 삭제됐다.(예컨대, 국정원이 군 병력 동원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조항 삭제, 국정원 내 대테러센터를 각 관계기관에 분산 설치 등.)

그러나 일부 조항을 고친다고 해서, 민주주의적 권리를 위협하는 테러방지법안의 본질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테러’ 규정 자체가 모호하고, 국정원 등이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남용할 여지가 크다. “테러를 선전, 선동한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국정원이 언제든 ‘테러위험인물’을 지목해 조사하는 것도 가능하다. 새정치연합 김광진 의원도 인정했듯이, 여전히 “국정원 권한의 대폭 강화가 확실시되고, 테러정보센터 등을 국정원 내에 설치할 수 있고, ?금융·통신·위치 정보 등을 수집할 수 있어 인권 침해 요소가 있다.” 그리고 ‘테러 단체’에 가입하거나 가입을 선동하는 것만으로도 처벌받는 조항도 살아 있다.

이 밖에도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새누리당 안보다 다소 완화된 여야 합의안이 나온다 해도, 테러방지법은 이주민과 좌파의 활동을 겨냥할 것이고 민주주의적 권리를 후퇴시킬 것이다. 국가보안법과 마찬가지로, 정치 활동과 무관한 개인들이 억울하게 조사·처벌받는 일도 벌어질 것이다.

국회 정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함께 논의되고 있는 사이버테러방지법안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 안에서 일부 조항을 삭제하거나 완화하더라도, 사이버테러방지법은 정부가 ‘테러’ 척결을 빌미로 온라인 상에서 일상적인 감시와 사찰을 강화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따라서 테러방지법안과 사이버테러방지법안은 도저히 고쳐 쓸 수가 없고, 당장 폐기돼야 할 악법들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국정원에 대한 국회의 감시·감독을 강화하는 문제 등에서 일부 이견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테러방지법의 합의 처리가 예정보다 지연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이 테러방지법의 국회 통과를 큰 틀에서 동의하기 때문에, 머지않아 여야 합의안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노동운동이 여야 야합을 규탄하며 ‘테러 방지’를 핑계로 민주주의적 권리를 옥죄려는 데 적극 반대해야 한다.

북한인권법도 통과돼선 안 된다

12월 2일 여야 지도부가 합의 처리하기로 약속한 주요 쟁점 법안 중에 북한인권법안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북한인권법도 국회를 통과해선 안 되는 법이다.

물론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는 심각하다. 북한은 남한과 꼭 마찬가지로 착취적이고 억압적인 사회이고, 사회주의와 아무 관계 없다.

그러나 미국과 남한 등의 대북 압력 행사와 개입은 북한 노동자들이 자력 해방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오히려 차단한다. 북한인권법은 북한 주민의 ‘인권’을 빌미로 미국과 남한 등의 대북 압박을 뒷받침하는 구실만 할 뿐이다.

앞서 미국과 일본에서 제정된 북한인권법을 보면, 이 점을 분명히 알 수 있다(미국은 2004년, 일본은 2006년). 북한인권법 제정 후에, 당시 미국 부시 정부는 탈북자들을 미국으로 받아들이는 데 인색했다. 부시 정부는 2000년대 중엽부터 대북 원조를 줄이기 시작했고, 2006년에는 북한에 원조를 전혀 제공하지 않았다.

미국 부시 정부는 핵 문제 등에 연계해 북한을 ‘악마화’하는 수단으로 인권 문제를 이용했다. 미국의 북한인권법은 미국의 대북 제재에 정당성을 줬고, 또한 북한인권법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북한을 압박하는 효과를 냈다.

2006년에 제정된 일본의 북한인권법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대북 압박에 공조하던 일본은 2002년 이후 자체의 대북 제재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맥락에서 일본도 북한인권법을 제정했다.

즉, 미국과 일본은 북한에 대한 제국주의적 개입을 정당화하려고 북한인권법을 제정했던 것이다.

그러나 북한 인권은 제국주의적 개입과 압력으로 개선될 수 없다. 미국이 북한 인권 운운하는 것은 대북 압박과 이를 통해 패권을 유지하려는 것일 뿐이다. 제국주의 국가의 위협은 오히려 북한 지배자들에게 억압적 조처들을 강화할 수 있는 명분을 준다.

지금 국회에서 논의되는 북한인권법도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새누리당이 발의한 북한인권법안을 보면, 인도적 지원 확대를 위한 방안을 언급하기는커녕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인도(引度) 기준” 등을 명목으로 인도적 지원을 제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인권법안은 북한의 인권 개선을 남한 “국가의 책무”로 규정해,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개입”을 정당화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 인권 관련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지원”을 명시했는데, 이를 통해 대북 전단지를 살포하거나 대북 강경책을 주장해 온 반공·뉴라이트 단체들에 자금 지원도 하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법무부 산하에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둬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조사하고, 북한인권대사를 임명해 북한 인권 문제에 관해 “국제기구”, “외국정부” 등과 협력을 강화하려 한다. 미국 정부가 매년 북한 인권 보고서를 내고 유엔도 대북 인권 결의안을 내서 북한을 압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조항들이 어떤 구실을 할지는 분명하다.

따라서 노동운동은 서방 강대국들의 대북 압박을 분명하게 반대하며, 북한인권법 제정도 반대해야 한다. 남한의 노동자·민중이 그랬듯, 북한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의 쟁취는 북한 노동자·민중의 아래로부터 투쟁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는 관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