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총파업이 정치 위기를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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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일 그리스 노동자들이 긴축 정책에 맞선 총파업을 벌였다. 11월 12일의 총파업 이후 3주 만의 총파업이자, 9월 조기 총선에서 좌파정당 시리자가 재집권한 후 일어난 두 번째 총파업이다. 그 소식을 그리스 현지에서 파노스 가르가나스가 전한다. 파노스 가르가나스는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SEK)의 지도적 당원이고 그 당의 주간신문 〈노동자 연대〉의 편집자이다. [ ] 안의 말은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한국 〈노동자 연대〉 편집팀이 삽입한 것이다.
그리스 국회의원들이 정부 예산안을 놓고 논쟁하던 와중인 목요일 오늘[12월 3일], 노동자들이 한 달도 채 안 돼 또 총파업을 벌였다. 이번에도 총파업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운송이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기차가 한 대도 운행되지 않았다.
정부가 성탄절 전에 연금 개악안에 대한 표결을 강행하려 하면 총연맹이 세 번째 총파업을 소명해야 한다는 압력이 [이미] 거세다.
사람들은 투쟁 수위를 높일 방안을 찾고 있다. [그러나] 간단하지만은 않다.
예를 들어 많은 노조들이 오늘 파업 집회를 조직할 때 자기 노조의 연금 생활자 조합원들에게 기댔다. 집회에서 연금 생활자들이 눈에 확 띄므로 어떤 면에서 그 대열은 인상적이었지만, 규모는 작았다.
많은 부문의 노동자들은 자신들 고유의 문제를 놓고 투쟁할 자신감을 키워 왔다. 병원 노동자들은 인력 충원을 요구하며 이틀 파업을 벌였고, 어제[12월 2일]는 매우 인상적인 거리 행진을 벌었다.
항만 노동자, 철도 노동자, 대중교통 노동자들은 민영화에 반대해 연합 집회를 열었다. 항만 노동자들은 총연맹이 파업 지침을 내리지 않아도 독자 파업을 벌이겠다고 말한다. 지방정부에 고용된 기간제 노동자들도 파업 집회에 참가했다.
이 모든 일들은 매우 즉각적으로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에게 정치적 영향을 미쳐 왔다.
최근 [시리자 소속 의원들의] 사임으로 시리자 정부는 [전체 의석 3백 석 중] 1백53석만을 차지하고 있는데, 현재의 소속 의원 10명 정도가 연금 개악안에 반대 투표를 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스 정부의 연금 개악안은 너무도 인기가 없어서 그 누구도 총대를 메려 하지 않는다. 심지어 긴축 정책을 찬성하는 야당들조차 연금 개안안에 찬성 투표를 하지 않으려 한다. 궂은일을 치프라스의 손에 맡겨 놓고자 한다.
또한 그들은 시리자 정부가 벼랑 끝에 있다고 보며 시리자 정부가 무너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계산하고 있다.
최근 원내 정당 지도자들의 회동이 있었는데, 표면적으로는 치프라스가 난민 위기나 연금 ‘개혁’ 같은 국가적 쟁점들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막후에서 그들은 새 정부 구성 문제를 다뤘다.
그 결과가 치프라스의 좌파 정당 시리자와 보수 정당 신민당의 대연정일지 아니면 현 연립정부에 또 다른 군소 야당이 포함될 것일지 아무도 모른다.
신민당 자체도 의견이 통일되지 않는다. 신민당의 당대표 선거는 외견상 기술적 문제로 중지됐다. 선거 업무를 맡은 IT 기업이 제대로 일을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민당이 처한 진정한 문제는 당원들의 의견이 점점 두 축으로 나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은 시리자에 강경히 반대해 당을 재건하고자 한다. 다른 한편은 올해 여름 자신들이 찬성표를 던졌던 긴축 정책이 확실히 시행되는 것에 더 집중하기를 바란다.
이 모든 상황이 정치 위기를 만들고 있다. 현재 그리스 정치에는 이 위기를 해결할 “간단한 묘수”가 없음이 분명하다. 이는 사람들에게 파업을 요구할 자신감을 준다.
동시에 노동조합들의 전통적 좌파들은 혼란에 빠져 있다.
시리자와 연계된 노동조합 좌파들은 노동조합 운동에서 고립되지 않기 위해 시늉에 불과한 행동을 벌이는 것에는 찬성할 것이다. 실질적 투쟁에는 찬성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는 놀랄 일이 아니다. 묘한 일은 민중연합의 행보다.
민중연합은 올해 여름 시리자에서 분리해 나와 9월 총선에서 시리자와 경쟁했다. 그러나 민중연합 활동가들은 노동조합 안에서는 계속해서 시리자 측 인사들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민중연합은 정치적 발언을 할 때는 긴축을 박살내고 구제금융 합의를 폐기하자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의 산업 전략은 그 말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그들의 눈은 투쟁을 조직하는 데에 있지 않고 내년에 있을 노동조합 선거에 맞춰져 있다.
다른 한편 노동자들은 정치화되고 있다. [12월 3일] 파업 집회는 시리아 폭격에 반대하고 난민들에 연대하는 구호로 가득 찼다. 노동자들은 행동하기를 바라며 자신들의 고유한 문제 이상의 쟁점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우리는 현장조합원 수준의 협력이 필요하다. 국영방송사 ERT [폐쇄를] 둘러싸고 일어났던 운동이 우리의 모델이 돼야 한다. [2013년] ERT 노동자들은 [당시 신민당 정부의 방송국 폐쇄에 반대해] 점거 파업을 벌였고, 이는 시위와 연대 파업을 촉발했다.
이는 쉬운 전략은 아니다. 전진하는 길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 길을 걸으려면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