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한국 경제 전망:
금리 인상, 중국 경기 둔화, 유가 하락으로 커지는 불안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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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도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 경기 둔화, 석유 등 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더 커질 공산이 크다.
미국은 12월 15~16일에 열리는 연방준비제도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하고 내년에도 한두 차례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면, 유럽과 일본은 저성장과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돈 풀기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주요 국가들의 통화정책이 불일치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더욱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유럽과 미국이 상반된 통화정책을 펼치면 양쪽 모두 원하는 정책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 있다. 유럽으로서는 돈을 풀어 물가가 오르기를 기대하지만 이 자금이 모두 미국과 달러 자산에 쏠릴 가능성이 크다. 유럽은 물가 상승에, 미국은 자산 가격 안정에 실패하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제조업 등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6월 이후 주식시장이 세 차례 폭락하고, 갑작스러운 위안화 평가절하까지 단행되면서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잉 투자에 따른 수익성 저하로 제조업이 빠르게 둔화하면서 중국 광공업 성장률(명목기준)이 지난해 5.1퍼센트에서 올 상반기 1.2퍼센트로 낮아졌다. 향후에도 중국 제조업 둔화 현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전 세계적인 성장률 둔화와 특히 중국의 성장 둔화로 내년에도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의 가격 하락 압력은 계속될 것 같다. 유가의 경우, 석유 수요가 둔화하는데도 중동 산유국들과 미국 셰일석유 업체들 간의 경쟁이 심해져 2016년에는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셰일석유 기업들이 채산성을 맞추려면 유가가 배럴당 50~70달러는 돼야 한다고 한다. 올 들어 50달러를 밑돈 유가 때문에 미국 셰일석유 시추기 수는 60퍼센트 감소하고, 미국 석유산업에서 25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미국 석유 생산량은 거의 줄지 않았다. 시추기당 석유 생산량이 증대됐기 때문이다. 셰일석유 기업들이 인력 감축과 비용 절감으로 얼마나 버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미국 에너지부는 2016년 미국의 석유 생산량을 하루 8백80만 배럴로 전망했는데, 이는 올해보다 50만 배럴 정도밖에 줄지 않은 것이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산유국들도 증산을 고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12월 4일에 열린 석유수출국기구 OPEC 회의에서도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유가가 다시 하락했다. OPEC이 감산하면 미국 셰일석유 생산이 확대되면서 OPEC의 점유율이 빠르게 축소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미국과의 핵 합의를 마친 이란이 내년부터 적극적인 증산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유가는 더 낮아질 수 있다. 이란은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석유 생산량을 하루 3백30만 배럴로 늘리겠다고 12월 OPEC 회의에서 공언했다. 올해보다 50만~60만 배럴 늘어난 것이다. OPEC의 현재 생산량(하루 3천1백50만 배럴)이 적정 수준보다 2백만 배럴가량 많은 것으로 평가되는데 공급이 더욱 늘어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골드만삭스는 내년에 유가가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이란 정부는 전 세계 석유기업들의 투자를 끌어들여, 2020년까지 하루 석유 생산량을 올해의 두 배가량인 5백70만 배럴로 늘릴 계획이다.
석유 등 원자재 가격 하락은 신흥국의 외환위기 가능성을 높이고 세계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내년에는 미국 금리가 인상되거나 중국 경제 지표가 발표되는 등의 시점마다 신흥국 불안 국면이 빈번히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그중에서도 전 세계 경기 둔화와 원자재 가격 하락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 자원 수출국의 위기가 가장 심각할 것이다. 올해 초 이미 홍역을 앓았던 러시아·브라질의 불안이 다시 확대되고 있고, 베네수엘라·콜롬비아·남아공 등의 위기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자본이 대거 유입된 태국 등에서 자본 유출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취약한 국가에서 먼저 외환위기가 발생하면서 주변 국가로 위기가 전염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수출 감소로 위험에 빠진 한국 경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2.7퍼센트로 예상된다(한국은행). 이는 2014년 3.3퍼센트 성장보다도 낮을 뿐 아니라 올해 3퍼센트대 성장을 기대해 온 정부의 예상에 못 미치는 수치다.([표1] 참조)
2010년 | 2011년 | 2012년 | 2013년 | 2014년 | 2015년 | 2016년 | |
---|---|---|---|---|---|---|---|
세계 | 5.4 | 4.2 | 3.4 | 3.3 | 3.4 | 3.1 | 3.6 |
한국 | 6.5 | 3.7 | 2.3 | 2.9 | 3.3 | 2.7 | 3.2 |
올해 2.7퍼센트 성장조차 3분기에 전기 대비 1.2퍼센트(분기별 성장률로는 2010년 2분기 1.7퍼센트 이후 5년 3개월 만의 최고치)나 성장한 덕분이다. 게다가 3분기 성장에서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건설업 등 부동산 부문이었다. 계속된 저금리 정책과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관련 규제 완화로 부동산 경기가 호전된 것이다. 3분기 성장률(1.3퍼센트)에서 건설투자의 기여도는 0.7퍼센트포인트로, 성장률의 절반이나 차지했다. 한편 3분기에 민간 소비도 증대했는데, 이것도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부의 소비 확대 정책 때문이다.
반면 3분기 수출은 -0.8퍼센트포인트로 성장률을 깎아먹었다. 중국의 성장 둔화로 수출이 부진했을 뿐 아니라 경기가 살아난다는 미국으로의 수출도 별로 늘지 않았다. 최근 미국의 소비 증가가 의료·통신 서비스 부문에서 주로 확대되는 반면, TV·가전·자동차 등 공산품 부문의 소비는 증가가 미미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2015년 수출은 전년대비 7.1퍼센트 감소한 5천3백20억 달러, 수입은 16.3퍼센트 감소한 4천4백억 달러로 예상된다(한국무역협회). 한국의 최대 시장인 대중국 수출(전체 수출의 25퍼센트)이 10월까지 4.3퍼센트 줄었고, 하반기 들어 감소폭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9백20억 달러 흑자로 2014년의 갑절로 늘어날 듯하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든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라고 할 수 있다.
수출 감소의 주 원인은 석유·화학·철강 제품 등의 수출 단가 하락 때문이다(수입 감소의 주 원인도 석유·석탄·가스 등의 에너지·원자재 가격 하락 때문이다). 수출 물량 증가는 둔화(3.3퍼센트)된 반면, 수출 단가가 급락(-10.8퍼센트)하면서 수출이 감소한 것이다. 수출 단가의 하락은 수출기업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것이다.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이 3퍼센트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지만,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2퍼센트대로 보고 있다. 올해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정부가 부동산시장 활성화 등 단기부양책으로 그나마 성장을 유지했지만 내년에도 이 같은 정부 주도의 성장세가 계속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가계부채 문제가 심화되면서 내년부터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엄격해지는 등 소비와 건설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또, 미국이 금리 인상을 시작하면 한국도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금리 상승은 이자 부담을 가중시킨다. 2015년 3분기까지 우리 나라 가계대출은 1천1백66조 원으로 1년간 1백10조 원 가까이 급증했다. 2016년에 시중금리가 1퍼센트포인트 상승한다면 이자 부담이 12조 원(2014년 GDP 대비 약 0.8퍼센트) 증가하는 것이다. 2016년 성장률이 별로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가계의 이자 부담 증가는 민간소비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취약한 가계부터 부도 우려가 확대될 수 있다.
한편, 금리 인상은 기업의 이자 부담도 늘린다. 한국금융연구원 조사를 보면, 대기업 중 한계기업(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기업) 비중은 2009년 9.3퍼센트에서 지난해 14.8퍼센트로 빠르게 증가했다. 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 부실 채권 증대 등으로 금융권까지 위기에 빠지면서 경제 전체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게다가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4년 기업경영분석’을 보면, 전체 조사대상 기업들의 매출액 증가율은 2013년 2.1퍼센트에서 지난해 1.3퍼센트로 둔화됐다. 특히 제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2013년 0.5퍼센트에서 2014년 -1.6퍼센트로 떨어졌다. 제조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1961년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후 처음이다. 과거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도 전년 대비 0.7퍼센트 성장했던 제조업이 전례 없이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표2] 참조)
2010년 | 2011년 | 2012년 | 2013년 | 2014년 | |
---|---|---|---|---|---|
매출액 증가율 | 15.3 | 12.2 | 5.1 | 2.1 | 1.3 |
영업이익률 | 5.3 | 4.5 | 4.1 | 4.1 | 4.0 |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 | 18.5 | 13.6 | 4.2 | 0.5 | -1.6 |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올 연말부터 기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나섰다. 2008년 위기 이후 계속 위기 상태였던 해운·건설 부문뿐 아니라 중국 경기 침체로 위험이 커진 조선·철강·석유화학 부문이 주요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구조조정 압력이 커지고 있다
해운
해운업은 지난 2000년대 중반 유례없는 호황기를 누렸다. 중국의 고도성장 덕분이었다. 당시 중국은 연평균 10퍼센트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원유·석탄·철광석 등의 원자재를 엄청나게 수입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성장률은 6퍼센트대로 떨어졌다. 최대 수요처였던 중국이 주춤하는 데다 다른 나라들과의 교역량도 늘지 않자 해운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공급 과잉이다. 선박을 발주하는 선주사들은 지난 2000년대 중반 호황기 때 앞다퉈 발주에 나섰다. 그러나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선주사들이 발주한 선박들은 애물단지가 됐다.
경기 침체에 따른 선박 공급 과잉은 운임 하락으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BDI지수(벌크선 운임지수)의 올해 평균은 732다. 지난해 평균은 1105였다. 호황기 시절 1만 1천 대를 넘어섰던 것을 감안하면 해운 업황이 얼마나 침체됐는지 알 수 있다.
전 세계적인 해운 업황 악화로 국내 해운업계 1, 2위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매우 위태로운 상태다. 한진해운은 독자 경영을 하다 지난해 한진그룹에 다시 편입되면서 자금 지원을 받았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다 지난해부터 겨우 흑자로 돌아섰지만, 부채가 많고 매출이 감소해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다.
해운업계 2위 현대상선은 상황이 더욱 심각해, 내년 상반기를 넘기기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현대상선은 2011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공산이 크다. 그래서 현대그룹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 현대상선 지원을 포기한 듯하다. 현대증권 매각을 중단한 것을 보면, 현대상선을 포기하고 현대증권이라도 건지기로 한 것 같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을 둘러싼 갖가지 설들이 나오고 있다. 현대상선을 한진그룹에 넘겨 한진해운과 합병하는 방안이 언론에 발표됐다가 두 회사의 부인으로 약간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이 안을 지지하고 있는 듯하다. 현대차그룹이나 현대중공업그룹에 넘기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그러나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회사들도 여력이 없어 매각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두 회사를 합병하거나 제3자에 팔지 않고 정부와 산업은행 지원을 통해 지금처럼 끌고 가는 방안을 지지하고 있는 듯하다.
석유화학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위기를 겪는 이유는 중국의 고도성장에 기대 생산설비에 과잉 투자했기 때문이다.
1992년 국내 석유화학제품의 총 수출액 가운데 중국 비중은 29.8퍼센트 수준이었으나, 2000년 들어 43.6퍼센트로 급증했고 최근에는 50퍼센트를 웃돌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급변했다.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하며 석유화학제품 수요도 감소하고 있을 뿐 아니라 중국 기업들이 생산 설비를 늘리면서 자급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조만간 석유화학제품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졌다. 또, 중동의 석유화학 기업들도 설비 투자를 계속하며 아시아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고, 북미에서도 셰일석유를 기반으로 석유화학제품을 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LG화학과 한화종합화학, 한화케미칼, 롯데케미칼, SK종합화학, 여천NCC, 효성 등으로 구성된 ‘석유화학 경쟁력 강화 민간협의체’는 원료 공동구매와 부산물·유휴설비·저장시설 등 공유 등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업체들이 모두 동상이몽인 상황이라 구조조정을 합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철강
철강 업황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특히 중국이 2000년에 철강 생산을 어마어마하게 늘리면서 철강의 과잉공급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철강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2014년 중국의 조강생산량(강철 생산량)은 8억 2천2백70만 톤으로 1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에서중국의 철강 생산량 비중은 2001년 14.1퍼센트에서 2014년 55퍼센트까지 뛰어올랐다. 이에 따라 중국의 철강 수출도 급증했다. 2011년 4천9백40만 톤이었던 중국의 수출량은 2014년 9천3백80만 톤까지 늘어났다. 이 중 1천3백40만 톤이 한국으로 수출됐다(2014년 한국의 철강 생산량은 7천1백만 톤).
이에 따라 한국 철강업체들의 매출과 수익성도 크게 떨어졌다. 2008년 17.2퍼센트에 달했던 포스코의 영업이익률은 2014년 4.94퍼센트까지 떨어졌고, 5조 원이 넘어섰던 연간 영업이익은 3조 원대까지 내려앉았다. 동부제철은 워크아웃과 매각 절차에 들어갔고, 동국제강은 본사 건물 매각에 나섰다.
국내 철강업체들은 구조조정으로 몸집을 줄이면서 최대한 버티는 전략에 들어갔다. 포스코는 2017년까지 국내 계열사 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해외 법인도 50개 줄여 1백17개로 감축하기로 했다. 재무 구조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국의 중소 업체들이 먼저 쓰러지길 기다리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산업정보 제공업체인 마이스틸(Mysteel)의 조사를 보면, 지난 6월 말 현재 중국 철강업체 중 이익을 내고 있는 비율은 13.5퍼센트에 불과했다.
마침 중국 정부는 얼마 전 ‘신(新) 철강정책’을 통해 2017년까지 철강 생산량 8천만 톤을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전에도 중국 정부는 중국 철강산업 구조조정에 실패한 바 있다. 따라서 철강 과잉공급에 따른 가격 하락과 경쟁 압력은 당분간 계속될 공산이 크다.
건설
올해 1~11월 전체 해외 건설 수주액은 3백93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5백64억 달러)에 견줘 30퍼센트가량 줄었다. 특히 중동 지역 수주는 1백46억 달러로 지난해 견줘 절반도 채 안 됐다.
이는 한국의 건설회사들이 해외의 저가 수주로 막대한 적자를 보면서 해외 수주에 신중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해외 저가 수주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유가로 중동의 석유플랜트 투자가 취소되고, 대금 지급도 미뤄지면서 자금 사정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3분기에 또다시 영업손실 1조 5천억 원을 내면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상장폐지를 모면하기 위해 유상증자 1조 2천억 원을 추진하고, 전 직원 1개월 무급 순환휴직 등을 하고 있지만 위기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의 분할·합병 등의 얘기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구조조정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한편, 건설회사들은 해외 수주 감소를 만회하려고 올해 국내 건설에 엄청난 힘을 쏟았다. 이 때문에 올해 아파트 분양물량은 2000~14년까지 연평균 분양물량(27만 호)의 갑절에 가까운 49만 호에 달한다. 이처럼 공급 물량이 일시에 늘어나면서 2~3년 뒤 ‘물량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내년부터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분양이 어려워지면서 막대한 미분양 물량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KDI는 2018년까지 미분양 아파트가 3만 채 더 늘어날 수 있으며, 이는 건설회사들의 부채가 9조 원 가까이 늘어나는 것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막대한 부채는 건설회사들뿐 아니라 금융권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한계 건설회사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한계 건설회사에는 중소 건설회사들뿐 아니라 GS건설, SK건설, 한화건설, 한라, 대림산업, 두산건설, KCC건설 같은 재벌 계열사들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건설업을 다른 산업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선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자료를 보면, 올 3분기까지 조선산업의 누적 수주액은 1백90억 5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20퍼센트나 줄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올 전체 수주액 역시 지난해보다 27퍼센트 감소한 2백4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빅3’로 불리는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의 영업손실은 올해 7조 8천억 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업황 부진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등이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SPP조선, 대선조선 등에 쏟아부은 자금은 8조 3천억 원이 넘는다. 특히 STX조선은 4조 원 넘는 돈이 투입됐지만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성동조선해양 등 나머지 중소형 조선업체들도 중국 업체들과의 출혈 경쟁에 허덕이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빅3’뿐 아니라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SPP조선, 대선조선 등 중소 조선사까지 포함해 조선산업 규모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에 나서려고 하는 듯하다. 중소형사를 대형회사에 넘기거나 중소형사 간 통합을 추진하는 식으로 말이다. 심지어 대우조선해양을 삼성중공업에 넘기려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채권은행과 조선회사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정부의 뜻대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조만간 산업은행은 STX조선해양에 4천5백억 원을 추가로 지원할 듯하다. 법정관리로 가면 채권 은행들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리 되면 STX조선해양을 대우조선해양과 합병한다는 정부 계획은 추진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맺으며
2008~09년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경제 위기의 압력이 한국 기업들을 점점 더 궁지에 몰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의 성장 둔화, 유가 하락 등은 한국 기업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국의 주요 산업이 대중국 수출이나 석유산업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조차 구조조정 방침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지배자들 내의 이견 때문에 정부 주도의 합병·폐업 등의 구조조정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긴다는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한다. 대대적인 합병과 같은 산업 구조조정이 벌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임금 동결·삭감, 희망퇴직 등을 통한 인원 감축 등은 계속 추진될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개악을 실제 현장에서 적용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내년부터 투쟁이 벌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