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기업가들에게 종속시키는 대학 구조조정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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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이 ‘대학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을 수정 발의했다. 현재 이 법안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교문위)에서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는 지난해 4월에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여성가족부 장관)이 발의한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을 일부 수정한 것이다. 그러나 법안 이름에서 ‘평가’를 뺐을 뿐 본질에서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수정안은 여전히 대학에 ‘정원 감축’을 강요하고 있다. 올해 8월 교육부의 대학구조평가 발표로 A등급 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은 정원 감축을 강요 받고, 최하위 대학은 학자금 대출이 제한됐다. 가장 하위 등급인 E등급을 받은 대학들은 1유형과 2유형으로 나뉘는데, 개선 가망이 없다고 분류한 2유형에 해당한 대학들은 실제로 통폐합으로 가는 과정을 밟고 있다.
부실·비리 재단의 재산을 보존해 주는 내용 역시 그대로다. 새누리당은 수정안에서 대학이 자진해산 할 경우 잔여재산 귀속 한도를 설립자 기여분으로 한정했다며 ‘과도한 특혜’ 소지를 없앴다고 주장하지만 뜯어보면 그렇지 않다. 대학을 부정하게 운영한 학교법인이라도 ‘공익법인’으로 간판만 바꿔 달면 잔여재산을 고스란히 보존받을 수 있다. 부정을 저지른 사학재단은 보호해 주면서 평범한 학생들과 노동자들에게만 고스란히 고통을 전가하는 셈이다.
한편, 이번 수정안에는 김희정 법안에서 명시하지 않았던 “대학 구조개혁”의 범위에 “사회수요에 따른 인력양성을 위한 학사구조 개편, 평생학습·직업교육·외국인 유학생 등 새로운 고등교육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기능의 전환 등 대학의 양적, 질적 혁신을 위한 종합적인 활동”이 명시됐다.
웹툰창작과
이것은 대학 구조조정의 주요 목표가 산업 수요에 맞게 고등교육을 개편하려는 목적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최근 정부는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프라임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프라임사업은 산업 수요에 맞게 대학의 전공과 학생 수를 조정하는 즉, 취업이 잘되는 대학에 지원금을 밀어주는 것이다.
프라임사업의 영향으로 경희대는 총 정원의 15퍼센트를 구조조정 하고, 국문과와 전자전파공학과를 통합해 ‘웹툰창작과’를 신설하겠다고 해 반발을 사고 있다. 이화여대도 내년에 ‘뷰티 트랙’을 신설한다고 밝혔고, 인하대에서는 프랑스어학과와 철학과를 폐지하려 하다 학생들의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대학 구조조정은 이미 학생과 교수, 대학 노동자에게 엄청난 고통을 전가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대학 구조조정을 더욱 촉진하고자 갖은 애를 쓰고 있다. 12월 21일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으로 내정된 이준식은 대학구조개혁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래서 임시국회에서 통과되도록 서두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대학구조개혁법을 다루는 교문위 소속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대학구조개혁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 큰소리친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에 기대를 걸어서는 안 된다. 이들은 새누리당과 대학구조개혁법을 “논의”할 수 있다고 뒷문을 열어 놓고 있다.
올해 여름 공무원연금 개악안이 새누리당과 새정연의 야합으로 국회에서 통과된 뒤, 사학연금법 개악안도 새누리당과 새정연의 합의로 12월 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사학연금법 개정안 역시 공무원연금 개악처럼 더 많이, 더 오래 내고, 더 늦게, 덜 받도록 개악하는 것이다.
이처럼 새정치연합은 비주류이기는 하지만 자본가 계급에 기반을 둔 당이기 때문에, ‘노동개혁’과 마찬가지로 기업가들을 위한 대학구조개혁에도 비슷한 태도를 취할 공산이 크다.
이미 새정치연합은 대학구조조정 정책에 동참하거나 앞장서 추진한 전력이 있다. 김영삼 정부의 5.31 교육개혁법 시행 이후 역대 정권 모두 신자유주의적 교육 재편에 동참했다. 노무현 정부는 “대학도 산업이다”라며 상위 대학에 재정 지원을 집중해 주고, 지방 국립대를 통폐합하는 등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박근혜 정부가 노동개혁과 대학구조개혁을 밀어붙이는 데는 관통하는 이유가 있다. 전 교육부 장관 황우여는 “4대 개혁(공공·노동·금융·교육)은 쪽나무로 만든 물통” 같아서 서로 연결돼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는 “노동개혁”을 통해 저질 일자리를 양산하고 그 자리를 청년들에게 강요하는 한편, 정부의 재정 지원을 산업 수요에 맞춰 “효율화”하면서 교육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대학 교육을 기업가들의 필요에 종속시키려 한다.
그러나 고등교육의 기회는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돼야 하고, 교육의 내용과 방식은 자본가들의 입맛이 아니라 학생들의 관심사와 필요가 중심이 돼야 한다. 기업식 대학 구조조정에 맞서 투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