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경제정책방향:
기업 지원과 노동 개악에 열을 올리는 박근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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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6일 박근혜 정부가 ‘2016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이를 보면 한국 경제가 위기에 빠질까 봐 박근혜 정부가 얼마나 걱정하는지 잘 알 수 있다.
경제정책방향에서 강조하는 최우선 정책은 국가 지출을 계속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 기업들의 수익성을 지원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하반기에 정부 지출 확대와 부동산 사업 지원, 개별소비세 인하 등 민간소비 확대 정책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린 바 있는데, 경제 불안정성이 커지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를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 때까지는 성장률을 유지해야 한다는 정략적 의도도 담겨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중앙과 지방 재정 8조 원을 2016년 1사분기 내에 추가로 조기 집행, 공공기관 투자 6조 원 증액, 국민연금의 국내 SOC·부동산 투자 10조 원 증액, 기업형 임대주택 5만 호 추가 공급을 위한 부지 마련, 그린벨트 해제, 무역금융 20조 원 이상 확대, ‘규제 프리존’ 설치 추진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보면 박근혜 정부가 기업(특히 건설회사)을 지원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업형 임대주택 정책은 말만 임대주택 정책일 뿐 부지와 금융·세제 등의 혜택을 줘 수익률을 보장해 주는 건설회사 지원 정책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신당동 기업형 임대주택의 월세는 전용면적 59m² 기준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1백만 원으로 주변 아파트의 월세와 큰 차이가 없다. 노동자·서민의 월세 부담을 낮추는 게 아니라 정부 지원으로 기업의 수익성을 보장하는 데 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수익성
또, 학교 주변에 관광호텔을 지을 수 있도록 하고, 의료 민영화에 길을 터 줄 수 있는 서비스 산업 육성 정책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안산선(3.9조 원), GTX-A(3.1조 원), 위례-신사선(1.4조 원) 등 전철 건설 사업에 민자를 끌어들이는 정책도 포함됐다. 민자사업은 높은 요금과 세금 지원으로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을 보장하지만 서비스의 공공성은 훼손하는 데도 이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에너지·환경·교육 분야 공공기관의 기능 조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뿐 아니라, 공공서비스의 질도 훼손할 것이다.
이처럼 경제정책방향이 기업 지원에 맞춰지다 보니, 정부 주도의 산업 구조조정은 1사분기 이후로 미뤄지는 듯하다. 조선·해운·철강 등 위험 산업에서 ‘자발적 구조조정을 유도’하겠다는 것을 보면 말이다. 대신 자발적 구조조정을 돕도록 ‘기업활력제고 특별법’(일명 원샷법) 제정은 밀어붙이겠다고 하는데, 이는 인수·합병 등의 과정에서 기업의 세금 부담을 덜어 주는 법이다. 이 원샷법은 기업 구조조정과 함께 벌어지는 재벌의 경영 승계에도 세금 부담을 덜어 주는 데 이용될 것이다.
다른 한편,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노동개혁’ 정책은 계속 추진하겠다고 한다.
올 5월에 공무원연금 개악으로 공무원들의 생애 임금을 대폭 삭감하더니, 임금 억제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악과 공무원·공공기관·금융기관에 성과연봉제를 우선 도입하는 임금 억제 정책을 계속 펴겠다고 한다. 이를 통해 민간 기업들에도 성과연봉제 도입을 촉진하려는 것이다.
또, 기간제 사용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파견을 확대하고, 일반해고를 좀 더 쉽게 하는 정책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추가로 정리해고 절차를 명확화한다는 명분으로 구조조정과 관련된 쟁의 행위는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탄압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는 미국 금리 인상, 중국 경기 둔화 등으로 위기에 빠지고 있는 기업들을 지원하고,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임금 동결·삭감, 희망퇴직 등을 통한 인원 감축 등은 계속 추진될 공산이 큰 것이다.
올 연말 노동 개악 입법과 가이드라인 추진에 맞선 투쟁을 발전시켜야, 내년에 벌어질 정부와 기업의 구조조정에 맞서 투쟁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지키는 데 더 유리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