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시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한일 ‘합의’를 폐기하라고 요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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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0일 정오에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이하 ‘수요시위’)가 열렸다. 수요시위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의 공식사죄와 법적배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 1992년부터 20년 넘게 진행돼 왔다.
12월 30일 수요시위는 이틀 전 한일 두 정부의 ‘위안부 문제 합의’ 때문에 이목이 집중됐다. 박근혜 정부의 이번 합의가 피해 할머니들의 염원을 무시하고 내친 것이라는 게 명백해지면서 규탄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일본 측이 이번 합의로 “평화의 소녀상”(평화비)을 한국 측이 철거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위안부’ 문제 관련 자료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도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등 이번 합의가 얼마나 굴욕적이고 부당한지가 계속 드러나고 있다. 이제 일본 총리 아베마저 “더는 ‘위안부’ 문제를 사죄하지 않는다. 약속을 어기면 한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끝난다”는 망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박근혜의 부당한 합의에 분노한 많은 사람들이 이번 수요시위에 참석했다. 멀리 포항에서 상경한 가족, 피해 할머니들의 사진과 팻말을 들고 온 청년·학생들, 직접 팻말을 만들어 온 학원 강사와 초등학생까지. 1천여 명이나 수요시위에 참가해, 집회가 열린 평화로에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그리고 이날 수요시위는 올해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 9분을 위한 추모회이기도 했다.
이번 수요시위에서 피해 할머니인 이용수 할머니의 발언이 시위 참석자들에게 큰 힘을 줬다. 이용수 할머니는 “우리가 무슨 죄가 있습니까? 조선의 딸로 곱게 자란 죄밖에 없는데” 하면서 일본과 한국 두 정부에 분노를 터뜨렸다. “일본은 죄를 짓고도 거짓말만 하고, 우리 정부는 졸속 합의를 해놓고 ‘위안부’ 문제를 해결했다며 우리를 두 번 세 번 죽이고 있다.”
그리고 ‘휴일이어서 협상 내용을 [할머니들에게] 사전에 설명하지 못했다’는 외교부 차관의 변명에도 분노하면서, “일본과의 협상에 앞서 할머니들에게 어떤 식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지 전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수요시위에 참석한 수많은 사람들을 보니 다시 힘이 난다면서, “아직 팔팔한 88세이니 하늘에 있는 할머니들의 한을 풀고 우리 후손들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끝까지 싸우겠다”고 힘 주어 말했다. 이때 참석자들은 뜨거운 박수로 호응을 보냈다.
박근혜는 이제 과거사를 덮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하지만, 바로 그 ‘미래’가 문제다. 여전히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수많은 사람들은 박근혜와 아베가 만들려는 끔찍한 ‘미래’를 거부하고 있다. 그리고 이날 수요시위에 모인 사람들은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지키는 진정한 ‘미래’를 요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