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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외부 위협을 빌미로 테러방지법 제정을 촉구하다

2월 16일 박근혜는 국회 연설에서 북한의 “도발”과 테러 위험 등을 내세우며 테러방지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지난 대국민담화 때도 박근혜는 “북한의 후방 테러와 국제 테러단체의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2월 7일 북한 로켓 발사 당일에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도 테러방지법 제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북한이 ‘테러’를 저지를 것이란 명확한 근거를 제시한 적은 없다.

2000년대 이후 전 세계에서 ‘테러’의 위험이 높아진 것은 제국주의 국가들의 중동 개입 때문이었다. 서구의 경험을 보건대, 테러방지법은 결코 시민을 ‘테러’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주지 못했다. 그리고 남북 관계가 악화하고 있는 근본 원인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대북 압박과 제재에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 ‘테러’가 진정으로 우려된다면, 박근혜 정부는 친제국주의 정책을 포기하고 대북 정책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일을 중단하면 된다.

물론 박근혜는 이 방법을 선택할 의사가 전혀 없다.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국민이 위험에 빠질 것이란 협박까지 동원하면서 말이다.

테러방지법이 진정으로 겨누는 대상은 정치적·시민적 자유와 민주주의, 기성체제를 비판하고 반대하는 운동이다. 그리고 주로 무슬림과 이주노동자, 좌파 단체들의 국제적 연대 활동을 겨냥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불법 대선 개입으로 악명이 높은 국정원의 비대하고 반민주적인 권력도 강화될 것이다.

테러방지법안은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여야 합의가 잘 되지 않아서 그런데, 그렇다고 더불어민주당이 테러방지법을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건 아니다. 여당의 테러방지법안과 별도로 더민주당 원내대표 이종걸 등이 발의한 ‘국제 공공위해단체 및 위해단체 행위 등의 금지법률안’을 보면, “공공위해” 행위가 매우 포괄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큰 것이나 국정원이 “공공위해 대응센터”를 사실상 장악할 수 있는 등 테러방지법과 유사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이미진

이미 박근혜 정부는 북한 핵실험과 로켓 발사 정국을 이용해 테러방지법의 일부 내용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2월 12일 정부와 새누리당은 ‘탑승자 사전 확인 제도’ 전면 도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정부가 항공사한테 사전에 탑승자 인적사항 등을 받아서 ‘위험 인물’의 한국행 항공기 탑승 자체를 막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이 제도를 일부 공항에서 실시하고,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모든 공항에서 시행할 예정이다. 그러면 많은 난민들이 아예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검찰에 대테러 전담부서와 전담검사를 지정하기로 하는 등 정부의 대테러 활동이 강화되고 있다.

테러방지법은 결코 국회를 통과돼서는 안 되는 악법이다. 박근혜가 이주민과 정치적 반대자들을 공격하려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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