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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교육 개혁':
자본가들을 위한 맞춤 교육

박근혜 정부가 지난 1월 28일 ‘2016년 교육부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대학구조조정, 사회맞춤형 학과, 일학습 병행제 등 ‘사회가 원하는 인재 양성’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3년간 추진해 온 ‘사회수요에 부응하는 교육’의 종합판이라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 위기 시기에 기업주들의 수요에 걸맞는 노동력을 양성하는 방향으로 교육정책을 강화하려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교육재정 긴축으로 교육 비용을 노동계급 가정에 떠넘기려 한다.

정부는 학령인구 급감에 대비해 대학구조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저출산에 따른 자연스러운 감축이 아닌 대학평가에 의한 등급별 정원 감축이다. 대학평가를 통해 인문계 기초교양 학과는 통·폐합해 축소하고 이·공계 학과는 정원을 늘리겠다는 것인데, 전인교육이라는 교육의 목표는 찾아보기 어렵다.

교육 내용도 산업 수요에 끼워 맞추려 한다. 대표적인 사업은 산업연계교육활성화 선도대학(PRIME) 사업과 산학협력 5개년 계획, 대학과 기업이 협력해 맞춤형 교육 과정을 개설·운영하고 이를 이수한 학생들의 취업을 보장하는 ‘사회맞춤형 학과’ 확대 등이다.

대학에서뿐 아니라 중등교육에도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를 도입하려 한다. 도제교육을 희망하는 특성화고에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NCS(국가직무능력표준) 기반 교육 과정을 모든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에 적용해 기업들의 인력 수요를 교육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한다.

박근혜의 교육 ‘개혁’ 목표가 기업에 필요한 노동자를 배출하고자 한 것임은 이미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잘 드러난다. 학생들의 핵심 역량을 길러 줘야 한다는 역량 중심 교육과정은 직업교육의 맥락에서 연구돼 온 개념이다.

이는 경제 위기 시기 청년실업 문제에 대한 지배계급의 해법이기도 하다. 청년들의 눈높이를 낮춰 노동시장의 수요에 맞추겠다는 것이다. 꼭 모든 학생이 대학 갈 필요는 없다!

노동계급 자녀는 어릴 때부터 눈높이를 낮춰 살라는 박근혜의 '교육 개혁' ⓒ사진 출처 고용노동부

이번 업무계획에서 강조한 중학교 자유학기제, 고등학교 진로교육집중학기제 실시도 대학이 서열화돼 있고 특목고나 자사고 같은 특권교육을 유지하는 상황에서는 조기 직업교육 강화의 일환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에서는 특권교육, 다른 한편에서는 직업교육의 강화는 평등교육을 공격하는 것으로 노동계급 자식들의 교육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차별교육은 한편에서는 지배계급으로, 다른 한편에서는 노동계급으로 미리부터 사회적 차별을 공고히 하는 기제로 작동하게 된다.

물론 자본주의에서 학교 교육은 자본주의적 생산관계, 즉 계급을 재생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자본가들과 국가 관료들은 교육이 사회의 필요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보고 자본주의의 필요에 맞춰 교육 정책을 추진해 왔다.

마르크스주의적 시각에서 《자본주의와 학교교육》을 쓴 미국의 급진적 학자들인 보울즈와 진티스는 “교육의 조직은 직업의 구조 또는 노동시장의 구조에 대응한다”고 봤다. 이를테면 교육제도가 “자본주의적 경제발달 또는 산업기술의 발달에 적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마르크스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는 이러한 직업학교가 “학생들의 운명과 장래 활동이 미리 결정”돼 “사회적 차별을 영속”시킨다고 비판했다. 그람시는 “육체노동을 위한 능력의 개발과 지적 노동에 필요한 능력을 개발시키는 것 사이의 올바른 균형을 유지”할 보통기초교육, 즉 통합교육에 바탕한 전인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본주의에서 교육은 이데올로기적 기능도 수행한다. 기업의 입맛에 맞는 노동력을 재생산하려면 자본주의적 세계관이 교육 과정을 지배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기술과 지식뿐만 아니라 현실에 순응하도록 하는 사상과 관념도 가르친다.

물론 현실과의 모순 때문에 교육만으로 노동계급의 의식을 완전히 지배하지는 못한다. 또, 창의력을 억누르는 억압적 교육만으로는 고도로 발전한 자본주의에 걸맞는 숙련 노동자를 키워 내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나 심각한 경제 위기는 이런 고려사항을 모두 부차적인 것으로 만들고 있는 듯하다. 당장의 위기를 넘겨야 한다는 급박함 때문에, 임금과 노동력, 생산성 문제에서 지배자들은 더욱 단기적 전망에 매달리는 것이다.

이번 교육부 업무계획을 보면, ‘인성교육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시행해 인성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학교폭력을 과도하게 부각하는가 하면 세월호 참사도 인성이 부족한 개인들 탓으로 돌리고 있다.

또한, 올바른 역사관 확립을 내세워 국정교과서와 입시에서 필수화된 한국사 시험을 철저히 준비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고, 제국주의와 시장주의를 예찬하고자 함이다.

교육 재정 긴축

경제 위기 시기, 박근혜 정부는 교육긴축을 통해 노동계급 가정에 교육재정에 대한 부담을 떠넘기려 한다. 무상보육 예산 전액 삭감, 학교비정규직에 대한 공격, 소규모 학교 통폐합 등 교육긴축은 심각한 문제다.

정부는 법을 고쳐서라도 무상보육 예산을 시·도교육청으로 떠넘겨 조기에 편성하겠다고 한다. 이미 정부의 예산 삭감 때문에 무상보육을 위해 전용된 교육청 예산이 적지 않다. 그 효과로 교수-학습 지원비와 교육환경 개선비가 삭감되고 학교비정규직이 해고되는 등 초·중등 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지난해에도 교육청이 무상보육 예산을 떠안다 보니 학교별로 학교운영비가 삭감돼 교육환경 개선, 방과후 프로그램 지원, 저소득층 학비 지원, 급식시설 개선 등 다른 필요 예산을 삭감해야 했다. 무상보육이 본격화된 2012년 이후 지금까지 11조 6천억 원의 초·중고 예산이 누리과정에 전용됐는데, 같은 기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3조 원 늘었을 뿐이다.

지난해에는 경기도 이재정 교육감이 지방교육재정 부족을 이유로 학교 정원을 줄이는 과정에서 기간제 교사들이 대거 해고됐다. 게다가 지금 당장은 기간제 교사만 공격하고 있지만, 이후 시간제 일자리 등 저질 일자리로 교원을 충원하면 정규직 교원들의 노동조건도 악화될 것이다. 전교조는 비정규직 교원들의 문제에도 진지하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교육부는 농산어촌 학교 규모를 ‘적정화’한다고 하지만 이는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겠다는 뜻이다. 이미 지난해 정부는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지급 기준을 고쳐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추진해 왔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강원·전남·경북은 초등학교의 절반이 폐교 위기에 처하게 된다.

현재 OECD 가입 국가의 교육 관련 통계 중 한국은 ‘GDP 대비 복지예산 비율’과 ‘학업 흥미와 자신감’ 등에서 꼴찌를 기록하고, ‘자살률’과 ‘개인 부담 공교육비’ 등에서 부끄러운 일등을 했다. 학급 당 학생 수는 여전히 OECD 기준에 못 미치고, 공교육비 지수는 34개국 중 초등은 22위, 중등은 25위에 불과하다.

공교육비인 지방재정교부금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려야 한다. 교육예산도 최소한 GDP 대비 6퍼센트로 확대해야 한다. 이에 필요한 재원은 노동계급의 가정에 떠넘길 것이 아니라 노동력 재생산으로 수익을 얻는 기업주들에게서 세금으로 거둬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는 오히려 학급 당 학생 수를 줄여 교육의 질을 높히는 계기가 돼야 한다. 자본가들과 지배계급의 이익에 부응하는 방식의 교육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계발할 수 있는 전면적 인간 발달이 교육의 목표가 돼야 한다. 그래야 진정으로 ‘꿈과 끼를 키워 행복한 교육’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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