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생각한다:
정의당 비례후보 앞순위에 좌파적 노동운동 리더가 선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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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헌법재판소는 현행 선거구 제도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농촌 선거구가 너무 작아서 도시 인구가 상대적으로 덜 대표되므로 현 제도가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이런 제도가 헌재 위헌 판결 때까지 유지된 것은 지역 몰표에 크게 의존해 온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 현행 제도를 선호해 온 탓이다. 한국은 ‘계급 투표’가 더 직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비례대표제의 비중도 매우 작다. 2002년부터 부분 도입된 정당 비례대표제는 부족하나마 진보정당의 의회 진출에 도움이 돼 왔다. 2004년 총선에는 민주노동당 의원 10명 중 8명이, 2012년 총선에서는 통합진보당 13명 중 6명이 비례대표였다.(그 명단이 분열의 씨앗이 됐지만 말이다.)
즉, 현행 선거제도는 도시 노동계급의 정치적 의사를 ‘과소대표’(그 실제 비중보다 적게 대표)한다. 노동계급에게 더 비민주적인 것이다. 게다가 여야는 비례대표제도 약화시키려 한다. 헌재가 정한 선거구 협상 기한을 어기면서도 여야는 비례대표 의원수를 줄이는 것에는 미리 합의를 해 놓은 상태다.
투쟁 스피커
이런 불리한 조건 속에서 ‘통합 정의당’은 복수의 비례대표 당선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 박근혜의 폭주와 옛 민주당 세력의 지리멸렬, 노동자 투쟁의 부분적 회복 조짐 속에서 정의당이 세를 늘렸다. 지난해 말에는 노동·정치·연대, 진보결집더하기(+), 국민모임 등과 통합도 했다.
물론 옛 진보당 계열들의 지역기반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들은 이번 총선 대응 문제를 놓고 서로 나뉜 듯하다. 일부는 울산 등지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데 반해, 일부는 민중정치연합(가)을 새로 만들었다. 민중정치연합이 정당비례 득표에서 옛 지지율을 회복할지는 미지수다.
이렇게 봤을 때, 최소 3석이라도 당선 가능한 비례후보를 공천할 수 있는 것은 현재로서는 정의당인 셈이다. 이런 조건에서 당선 가능 범위의 정의당 비례후보로 노동운동을 더 좌파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 노동운동가 후보가 선출돼야 한다. 경제 위기 고통전가, 공공서비스 민영화 등에 맞서는 노동자 투쟁의 스피커 구실을 할 인사가 좋을 것이다. 사회적 합의보다는 노동자 투쟁을 옹호하며 현장에서 싸우는 노동자들을 격려하는 좌파 정치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노동자 운동이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단선적이거나 자동은 아니겠지만) 선진 노동자들의 정치의식이 계발되고 노동운동이 더 정치적으로 성장할 기회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전략 공천
아쉽게도 정의당 내 기대는 그렇지 않은 듯하다. 지난 전국위원회에서는 지도부가 전략공천 필요성을 제기한 듯하다. 국민의당이라는 경쟁자가 하나 더 생기고, 비례의원 정수가 줄면서 정의당의 비례득표 목표에 장애물이 생긴 상황 때문일 것이다. 물론 전략 후보로서 앞서 언급된 그런 구실을 할 수 있는 노동계 활동가를 추대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안팎으로 거론되는 유력한 전략 후보가 〈디펜스21+〉 김종대 전 편집장이라는 것이다. 김종대 씨는 정의당 예비내각의 국방부 예비장관으로 영입됐다. 김 예비장관은 박근혜 정부를 ‘안보 무능’ 논리로 비판한다. 안보 무능/유능 논리는 미국의 민주당 우파와 공화당이 버니 샌더스를 공격할 때 사용하는 것과 똑같은 것으로, 애국주의 프레임을 지배계급 정치인들과 공유하는 것으로 직결된다.
이는 사실상 국가 강화를 강조하는 관점으로, 노동자 운동에 하등 도움될 것이 없다. 군비 대신 평화와 복지 투자를 늘리라는 요구에도 해롭다.
이런 지나치게 온건한 인사보다는 좌파적 노동운동 출신자가 정의당을 대표하는 의원이 돼야 한다.
이 글은 애초 김문성 기자가 취재해 작성한 기사인데, 〈노동자 연대〉 공식 입장으로 채택해 '이렇게 생각한다'로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