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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 직권상정 규탄한다

오늘(2월 23일) 오전 국회의장 정의화는 테러방지법안을 직권상정할 요건이 갖춰졌다고 말했다. 그리고 곧바로 테러방지법안을 오늘 본회의에 직권상정했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북한이 핵실험과 로켓 발사를 감행한 지금이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킬 기회라고 보는 것 같다.

정의화는 “북한 등으로부터의 구체적인 테러 위협 정보가 있는데도 테러방지법의 국회 처리가 지연되는 것은 ‘비상사태’”라면서 직권상정 카드를 들이밀었다. 이것은 청와대의 주장이기도 하다. 청와대는 “대남 테러 역량을 결집하라는 김정은의 지시가 있었고, 정찰총국이 이를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테러방지법 통과를 촉구해 왔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북한이 ‘테러’를 준비한다는 증거를 제시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국정원은 김관진·한민구 등 정부 주요 인사들이 북한의 테러 명단에 올라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아님 말고 식’ 주장으로 ‘북풍’ 몰이를 하려는 의도가 너무 뻔하다.

지금 ‘테러’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면, 그 근본 원인은 테러방지법 부재가 아니라 한국의 친제국주의적 대외 정책에 있다. 2000년대 이후 전 세계에서 ‘테러’ 위험이 높아진 것은 제국주의 국가들의 중동 개입 때문이었다.

서구의 경험을 보건대, 테러방지법은 결코 시민을 ‘테러’로부터 안전하게 지켜 주지 못했다. 테러방지법은 2005년 7월 런던 폭탄 투척 사건과 지난해 ‘파리 참사’를 전혀 막지 못했다.

그리고 남북 관계가 악화하고 불안정이 커져 온 근본 원인도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대북 압박과 제재에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 ‘테러’가 일어나는 게 진심으로 우려된다면, 박근혜 정부는 친제국주의적 대외 정책을 포기하고 대북 정책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 그러나 박근혜는 그럴 생각이 조금도 없다.

테러방지법이 궁극으로 겨냥하는 것은 이주민, 정치적·시민적 자유와 민주주의, 기성체제를 비판하고 반대하는 운동이다. 조직 노동자들이 대거 참가한 민중총궐기를 ‘테러’로 매도하는 박근혜 정부를 봐도, 앞으로 테러방지법이 어떤 구실을 할지는 명확하다. 또한 이미 차고 넘치는 국정원의 비대하고 반민주적인 권력도 강화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반대하며 필리버스터 등으로 오늘 본회의 통과를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필리버스터로 이번에 본회의 통과가 좌절된다면, 테러방지법 '날치기'를 밀어붙인 정부와 새누리당에게 타격이 될 것이다.

물론 더민주당은 국정원의 계좌 추적권 부여 등이 나중에 자신들마저 겨냥할 것을 우려하는 것이지만 말이다.

박근혜는 지난 국회 연설에서 안보 위기를 내세워 ‘우리 내부로 칼끝을 돌려서는 안 된다’며 내부의 단결을 호소했다. 그러나 정작 박근혜 자신은 지금 ‘외부 위협’을 빌미로 테러방지법 제정을 밀어붙이며 칼끝을 “내부로” 돌리고 있다.

따라서 지금 노동자 운동도 노동 개악과 더불어 테러방지법 제정을 반대하며, “내부로” 칼끝을 겨눠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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