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민주노총의 총선 대응 기구:
총선공투본 출범을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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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과 울산에서 선출된 민중 단일 후보들의 야권연대 문제와 관련한 대목에서, 조합원 총투표에 의해 선출된 민중 단일 후보는 야권 후보 단일화에 아예 응하지 않고 완주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개정했다. 이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이렇게 생각한다: “민중단일후보”의 야권연대 문제에 대해’를 읽으시오. — 〈노동자 연대〉 편집팀
2월 18일 ‘(가칭) 노동자·농민·빈민 살리기 박근혜 정권 심판 2016 총선공동투쟁본부’(총선공투본)가 출범한다. 총선공투본에는 “민주노총 요구, 민중총궐기 12대 요구에 동의하고 박근혜 정권의 반민중적 공세에 대한 공동 투쟁 조직화에 동의하는 정당, 정치조직, 사회운동조직”이 참여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정당·노동단체들을 비롯해 20곳이 넘는 주요 노동자·민중 운동 단체들이 포함돼 있다.
총선공투본은 민주노총이 제안한 것으로, “민중 주도로 반노동, 반민생, 반민주 세력 심판”이 목표다. 이를 위해 노동자·민중 운동 진영이 총선 공동 투쟁을 하자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사회운동 조직인 민주노총이 제안하고 박근혜 정권의 공세에 맞서 각개 대응하지 말고 공동 대응하자는 것이므로, 총선공투본의 취지는 좋은 것이다.
또, 총선공투본은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투쟁의 결실을 총선에 적용해 보자는 구상이다. 지난해 민중총궐기는 아쉽게도 파업과 연결되지 못했지만 박근혜 정권 치하에서 노동자들이 주도한 최대 규모의 정치적 항의 운동이었다. 그 민중총궐기를 함께 건설한 노동자·민중 운동 단체들이 이번 총선에서도 공동 대응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주요 계획도 “대중 투쟁과 후보 전술을 결합”하는 것이다. 즉, 2월 27일 4차 민중총궐기와 3월 26일 (가칭) 총선 대응 총궐기 투쟁이 한 축이고, 다른 한 축은 민중 단일 후보를 통한 선거 돌파다. 투쟁과 선거의 결합은 전통적으로 좌파 개혁주의적 착상이라 할 수 있는데, 대중 동원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온건한 선거중심주의에 비해 지지할 만하다.
민중 단일 후보는 민중총궐기 12대 요구와 총선공투본 공약에 동의하는 총선공투본 참여 단체 소속 후보로 한정하기로 결정했다. 부르주아 야당 후보는 민중 단일 후보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또, 총선공투본이 중앙 수준에서 범야권연대를 제안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한편 정의당·민중정치연합·노동당 등 노동자 운동 내 복수의 정당들이 존재하는 정치 현실을 고려할 때, 후보 조정을 통해 민중 단일 후보를 선정하자는 것은 현명한 생각이다. 같은 선거구에서 진보·좌파 후보들이 단일화를 하지 못해 서로 경쟁하다가 부패하고 우익적인 새누리당 후보가 어부지리를 얻는 것은 많은 노동자들에게 정치적 환멸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노총은 창원성산, 울산북구, 울산동구를 ‘전략 지역구’로 선정했다. 그런데 이 지역구들은 모두 복수의 진보·좌파 후보들이 출마한다. 창원성산에서는 노회찬(정의당)과 손석형(무소속) 후보가, 울산북구에서는 윤종오(무소속)와 조승수(정의당) 후보가, 울산동구에서는 이갑용(노동당)과 김종훈(무소속) 후보가 경합하고 있다. 정치적 상징성이 큰 노동자 밀집 지구인 이곳들에서 진보·좌파 후보들이 새누리당을 꺾고 선거 돌파를 해 준다면 많은 노동자들이 정치적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사기도 오를 것이다. 민중 단일 후보 구상은 이런 노동자들의 기대와 염원에 부응하는 방안이다.(창원성산은 두 후보가 조합원 총투표를 통한 후보 단일화에 합의해 조합원 총투표를 치러 노회찬 후보가 민중 단일 후보로 선출됐다.)
야권연대
그런데 총선공투본의 민중 단일 후보 전술 논의는 야권연대 문제가 제기되면서 난관에 봉착해 있다. 총선공투본이 선정한 민중 단일 후보가 더민주당 같은 부르주아 야당 후보와 추가 단일화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이를테면 창원이나 울산에서 민중 단일 후보가 새누리당과 일대일 대결 구도를 만들기 위해 더민주당 후보 등과 단일화를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그러나 창원이나 울산처럼 조합원 총투표로 선출된 민중 단일 후보는 야권 후보 단일화에 아예 응하지 않고 완주해야 한다.
총투표에 의한 선출이 아니라 각 단체 대표자들의 회의에 의해 민중 단일 후보를 선정한 곳들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 곳들에서는 후보 선정 기준 등 협의 과정에서 야권연대와 관련된 불가피한 경우들을 미리 상정해 집단으로 결정한다면, 여지를 둘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렇게 생각한다: “민중단일후보”의 야권연대 문제에 대해’를 읽으시오.)
물론 총선공투본 소속 단체들 사이에 야권연대를 둘러싸고 이견이 있다. 가령 통합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야권의 분열로 집권당의 압승과 장기 집권을 허용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될 것”이라며, ‘범야권 전략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단기적 후보 연대가 아닌 향후 공동정부 구성까지 염두에 둔 제안이다. 그래서 통합 정의당에게 야권연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반대로 그 어떤 경우에도 야권연대를 해서는 안 되고 민중 단일 후보는 완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좌파들이 있다. 이들은 사실상 야권연대를 지향하는 세력과는 총선공투본을 함께할 수 없다는 태도다.
반면, 노동자연대는 전략적이고 무비판적인 야권연대를 반대하지만, 불가피한 타협이 있을 수도 있음을 이해한다. 타협이 어쩔 수 없는 경우에도 공동 집권을 목표로 하지 않고, 특정 선거구(들)에 한정해, 후보 단일화 수준의 제휴를 하면서, 정치적 비판을 삼가지 말아야 한다.
야권연대를 둘러싼 이견이 사소한 문제는 아니지만, 그로 인해 박근혜 정권의 공세에 맞서 노동자·민중 운동 진영이 공동 대응하자는 총선공투본의 목표가 무색해지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