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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외주화된 지하철 정비업무를 직영화하고,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라

서울메트로(1~4호선)의 외주용역업체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의 자회사에서 차량 정비를 담당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서울시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2월 23일부터 시청 역사 안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예고한 바대로 2017년 1월부터 지하철 양 공사를 통합해 운영하려 한다. 그런데 최근 통합 논의 과정에서 서울시가 외주화된 정비 업무를 직영화하지 않고 통합공사의 자회사(외주화) 에 넘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세월호 참사의 교훈 중 하나인 생명·안전 업무의 외주화 금지에 역행하는 것이자, 2015년 5월 1일 공공운수노조 서울지하철비정규직지부와 맺은 정규직화 약속을 정면 위배하는 것이다.

2014년 5월 2일에 발생한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 사고에서 보듯, 인력 감축과 비정규직, 무분별한 외주화는 지하철의 ‘세월호’ 참사를 낳을 수 있는 위험천만한 요소이다. ⓒ박충범

서울시가 정비 업무 직영화 약속을 제대로 실행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2년 12월에 발표한 서울시 2차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에서 2015년에 경정비 노동자 직접고용과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이미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봄, 서울시는 ‘양 공사 통합을 앞두고 있어 당장의 정규직화는 어렵다’며 약속 이행을 미뤘다. 이에 반발한 노동자들은 24일간 농성해 서울시와 서울메트로 사측, 서울시의회 새정치민주연합 민생실천위원회가 참여한 합의문(2017년 1월 1일부터 정규직화)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인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규직화 약속 이행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서울시로부터 지하철 양 공사 통합 컨설팅을 의뢰 받은 한국능률협회가 낸 보고서에서, 경정비 업무 전체와 중정비 업무 일부가 외주화 대상으로 제시됐기 때문이다. 이유는 이들 업무가 “핵심 업무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정규직·비정규직 정비 노동자들은 하나같이 정비 업무의 직영화는 지하철 안전과 직결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회공공연구원 이영수 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서울지하철 전동차 정비 외주화의 문제점과 직영화 필요성〉 조사를 보면, 정규직·비정규직 정비 노동자의 80~90퍼센트가 “외주업체 직원의 업무가 지하철 안전에 필수적”이며, “직영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자회사인 서울도시철도ENG노조 한태희 전동차정비본부장은 농성장을 방문한 필자에게 “단일화된 정비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실상 업무 지시와 관리 등에서 자회사는 권한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업무 중 현장 직원들이 문제점이나 의견 등을 제시해도 공사와 소통이 잘 안 됩니다. 정비 업무 상 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는 업무와의 협업이 중요한데, 유기성과 연대성이 매우 떨어집니다. 이는 정비 불안과 누수로 이어집니다.”

함께 농성장을 지키고 있던 유성권 서울지하철비정규직지부장도 “저희의 작업 동영상을 시청한 서울시의원들도 한결같이 ‘어떻게 이 업무가 비핵심 업무일 수 있느냐?’ 하고 지적했습니다. 한국능률협회는 현장 방문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비핵심 업무로 간주한 것입니다.”

비용 절감

정비 업무 직영화에 대해 서울시는 현재까지 묵묵부답이라고 한다. 서울시가 그간 노동자들과 했던 약속까지 외면하며 정비 업무 외주화를 지속·확대하려는 것은, 지하철공사 통합의 초점이 비용 절감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간 외주화는 사측이 비용을 절감하며 그 고통은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방편으로 손쉽게 사용돼 왔다. 경제 위기 직후인 2008~09년에 지하철 양 공사에서 외주화가 확대된 이유도 이와 같다.

최근 통합 논의 과정에서 양 공사가 (중복 인력 전환 배치와 퇴직자 자연 감축을 포함한) 1천7백여 명 감축안을 제시한 것도, 통합이 비용 절감에 맞춰져 있음을 보여 준다.

외주화는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 등에 악영향을 미치고, 이는 다시 지하철 안전을 위협한다. 한태희 본부장은 “서울도시철도ENG는 무늬만 자회사이지, 사실상 용역업체와 별 차이가 없습니다. 1년씩 도시철도공사와 재계약하고 있으며, 지난해에 계약비가 절감됐고 이는 임금 동결·삭감으로 이어졌습니다” 하고 꼬집었다. 그런데도 전동차 노후화(현재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출범한 지 각각 40년, 20년을 넘어 전동차 노후화는 심각한 문제다)와 인력 부족 때문에 노동강도는 해마다 강화되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에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농성중인 노동자들. ⓒ사진 출처 공공운수노조

현재 농성에는 서울지하철노조 차량지부, 서울도시철도노조 차량본부 등 정규직 노동자들도 동참하고 있다. 그리고 서울지하철 차량 부문 4노조가 함께 투쟁을 기획·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매일 시청역 앞에서 홍보 활동을 하고, 각 지하철 현장에도 농성 소식을 알려 나가기로 했다.

서울시는 정비 업무의 불안정을 키우며 지하철 안전을 위협하는 정비 외주화를 중단하고, 당장 직영화와 정규직화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노후 전동차 교체와 정비 인력 충원에도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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