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노조 정윤모 집행부의 추악한 비리가 만천하에 드러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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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0일, KT노조 내 민주파 활동가들의 모임인 KT전국민주동지회(이하 민주동지회)와 KT노동인권센터는 KT노조 정윤모 집행부의 추악한 비리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1년 KT노동조합 선거에서 정윤모 현 위원장이 선거 파행을 덮으려고 예비후보자를 매수하고, 이 뒷거래를 위해 조합비를 유용했다고 폭로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2009년 민주노총 탈퇴 찬반투표 당시의 개표 부정 정황도 폭로했다. 당시 KT노조가 “사측 인원”과 함께 투표함을 미리 개봉해 반대표 일부를 찬성표로 바꿔치기 했다는 증언을 공개한 것이다.
이런 충격적인 내용은 2011년 노조 선거 운동 당시 예비후보자로서 정윤모와 "밀약"했던 당사자 조일환 씨가 “양심선언”을 하고, 여러 증거자료들을 민주동지회에 제출하면서 밝혀지게 됐다.
민주동지회에 따르면, “2011년 말에 진행된 노조위원장 선거는 기존 친사측 세력의 후보로 나선 정윤모를 당선시키기 위해 온갖 불법행위가 난무하며 파행적으로 진행됐다.” 이 때문에 후보 등록에 실패한 조 씨는 ‘선거중지 가처분 신청’을 두 차례 냈고, 법원이 이를 모두 받아들여 선거가 잇달아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그러자 정윤모는 조 씨를 매수해 가처분 신청을 취하하게 만들고 단독 후보로 출마해 당선했다는 것이다.
조일환 씨가 제공한 증거자료에 따르면, 정윤모는 가처분 신청 취하의 대가로 조 씨에게 “KT그룹사 노조 집행위원회 의장직 3년 보장”, “사택 30평 이상 제공”, “출퇴근 차량 제공” 등을 약속했다. 정윤모가 대리인을 보내 조 씨에게 합의문을 써 준 후 전화 통화로 “내가 책임질 테니까 그리 해 주십시오”라고 직접 확인까지 했고, 본인의 인감도장을 날인해 법무사 공증까지 받았다! 실제로 조 씨에게는 전세 4억 4천만 원짜리 아파트와 SM5차량이 제공됐다. 민주동지회에 따르면, 이 뒷거래 비용은 노동조합비로 집행됐다고 한다.
당시 민주파 후보 진영은 이런 선거 파행에 항의해 후보를 사퇴하고 선거 무효를 주장했다. 정윤모는 뻔뻔스럽게도 이런 민주파 활동가들에게 “진실을 왜곡하여 조합원들을 현혹하”는 세력인 양 매도했지만, 이번 폭로를 통해 민주파 활동가들의 주장이 옳았음이 입증됐다.
KT 사측은 민영화된 이래로 이윤 추구에 혈안이 돼, 수차례 구조조정을 하고 악랄하게 노동조건 공격을 해 왔다. 이에 맞서 투쟁하는 민주파 활동가들은 혹독하게 탄압받아 왔다. 민주파 활동가들이 노조 선거에서 선전하는 것을 막고 친사측 후보의 당선을 뒷받침하기 위한 오랜 선거 부정 관행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번 폭로는 그 의혹이 마침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추악한 뒷거래로 노조 위원장에 당선한 정윤모는 KT사측의 상시적 구조조정과 억압적 노무관리에 충실히 협력했다. “임단협 백지 위임, 비리 주범 이석채 전 회장 옹호, 2014년 직권조인으로 8천여 명의 노동자 구조조정과 대학학자금 폐지, 임금피크제 직권조인 등” 배신 행렬은 끝이 없었다(민주동지회).
민주노총 탈퇴 투표 부정
2009년 KT의 민주노총 탈퇴 투표 부정에 관한 증언이 드러난 것도 중요하다. 민주동지회 활동가들의 주장처럼 “당시 언론에서는 KT노조가 조합원들의 압도적 다수인 95%의 찬성으로 민주노총 탈퇴를 결정했다고 요란스럽게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KT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는 청와대와 국정원 등이 개입하여 밀어붙였다는 언론보도가 있었고 이후 원세훈 국정원장의 2011년 발언 녹취록[“민노총도 우리가 재작년부터 해서 많은 노동조합들이 탈퇴도 하고 그랬는데 좀 더 강하게 하고”]으로 국정원의 민주노총 탈퇴 공작이 언론에 의해 일부 드러나기도 했었다.”
이 때문에 민주동지회 활동가들은 2009년 당시에도 탈퇴 투표 부정 의혹을 용기 있게 제기했다. 이번에 내부 고발자의 증언으로 당시 투표 부정이 일부 드러난 만큼, 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후 민주동지회와 KT노동인권센터는 정윤모 위원장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민주동지회와 KT노동인권센터는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는 정윤모를 구속 수사해야 하고, 정윤모 위원장은 위원장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런 민주파 활동가들의 요구는 너무나 정당하다.
마치 물샐틈없는 것처럼 보이던 KT 친사측 노조 집행부의 치명적인 약점이 만천하에 드러난 만큼, 오랫동안 노동자 탄압과 노조 민주주의 파괴에 억눌렸던 KT 노동자들이 회사와 친사측 노조 집행부를 거스를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얻길 바란다.
또한, 온갖 탄압과 어려움 속에서도 정윤모 집행부의 배신과 악행에 맞서 용기 있게 투쟁해 온 KT 노조 내 민주파 활동가들의 투쟁에 더 큰 힘이 실리길 바란다.
민주파 활동가들은 정윤모 구속 수사와 위원장 사퇴를 포함한 집행부 총사퇴, 2009년 KT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투표 부정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운동을 “힘차게 벌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동지들의 투쟁에 아낌없는 지지와 연대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