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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휴수당 꼼수 지급, 근로계약서 미작성:
알바 노동자들의 시급조차 깎은 세종호텔

명동에 위치한 특1급 세종호텔은 수년 전부터 정규직을 줄이고 비정규직을 늘려 왔다. 2010년에는 전체 노동자 2백98명 중 정규직이 2백96명이었는데 현재는 1백40여명밖에 안 된다. 사학 비리로 쫓겨났던 주명건이 2009년에 회장으로 복귀하면서 정규직이 반토막으로 줄었다.

정규직이 나간 자리는 비정규직으로 채워졌다. 주차관리, 룸어텐던트(객실 청소·정비)의 일부 업무가 외주화됐고, 식당(주방, 홀)에는 단기 계약직인 '알바' 노동자들이 대거 들어왔다.

그런데 최근 세종호텔 사측이 알바 노동자들에게 기본적 권리조차 보장하지 않아 왔다는 것이 드러났다.

세종호텔노조(이하 세종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수년 동안 특정 인력업체를 통해서 알바 노동자들을 공급받았다. 이 업체를 통해 들어온 노동자 A 씨는 세종호텔 주방에서 2013년부터 3년 동안 무려 3백68일가량, 2015년에만 1백79일을 일했다. 사실상 상용직처럼 일한 것

이다. 그런데 그는 법으로 보장돼 있는 4대 보험은 물론 주휴수당*도 받지 못했다. 2년 동안은 아예 근로계약서조차 쓰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해 롯데호텔에서 4개월 동안 84번의 근로계약서를 쓰며 일하다 해고된 알바 노동자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자, 세종호텔 사측은 A 씨를 다시 부르지 않았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해고'한 것이다. 근로기준법은 일용직 노동자도 3개월 이상 일하면 30일 전에 해고를 예고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해고수당(통상임금 30일 분)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

세종호텔 사측은 부랴부랴 최근에서야 알바 노동자들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기 시작한 듯하다. 그러나 이때조차 꼼수를 부렸다. 주휴수당을 줘야 하는 노동자들의 시급을 깎은 것이다. 처음 들어온 노동자들은 시급 6천5백 원을 받는데, 오래 일해서 주휴수당을 받는 노동자들은 오히려 시급이 6천2백50원으로 깎인다(주휴수당 포함 7천5백 원). 필요할 때마다 알바 노동자들을 불러 9시간 이상을 죽어라 부려먹고 쥐꼬리만 한 임금을 주면서, 이조차도 아까워 어떻게든 임금을 깎으려고 편법을 쓰는 것이다.

화려해 보이는 세종호텔의 이면에는 알바생의 시급까지 깎는 노동자 착취가 숨어 있다. ⓒ세종호텔

이런 '꼼수 계약서'가 〈민중의 소리〉 등에 폭로되자, 사측 관리자는 노동자들을 불러 놓고 "다른 기업들도 [이런 일을] 관례적으로 해 왔다"며 기존대로 시급을 주면 "추가 비용이 월 1백만 원가량 더 나온다. 적자 상황에서 이렇게 하면 … 알바를 줄이든, 정규직을 정리하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 문제로 계속 시끄러워지면 뷔페 식당을 폐업하는 것이 낫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악랄하게도 정규직과 알바 노동자들을 이간질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매월 매출이 20억 원이 넘고, 최근에는 종로 일대에 신축 호텔도 지으려는 세종호텔이 알바 노동자들에게 월 1백만 원 더 준다고 망하기라도 할 것처럼 말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다. 또 이는 경영진이 시설 투자를 해서 생긴 부채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이기도 하다.

알바 노동자들이 기본적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며 일하는 동안, 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도 계속 악화돼 왔다. 사측은 연봉제를 도입해서 노동자들 임금을 대폭 삭감했고, 노동자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강제 전보를 활용해 왔다. 이 때문에 많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정든 일터를 떠나야 했다. 지난해 말에는 '정규직 업무 경감’이라는 명분을 들어 룸어텐던트 업무 일부를 외주화했는데, 이후 사측은 인스펙션(객실 청소 검사) 제도를 강화해서 기존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더 높였다.

"노동자들은 함께 뭉쳐야 합니다" 세종호텔 앞에서 선전전 중인 세종노조 고진수 위원장.

부당한 대우를 받은 알바 노동자들과 함께 권리 찾기에 나선 세종호텔노조의 고진수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알바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시급과 주휴수당을 주면 비용이 월 1백만 원 이상 들어간다는 것은 그만큼 사측이 알바 노동자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사측이 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요하면서 말하는 '적자 상황’도 온전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

“사측은 언제나 노동자들을 갈라치기 하려고 합니다. 정규직들에게는 경기가 안 좋을 때 정규직으로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알고, 다른 문제에는 신경쓰지 말라고 말하죠.

“현재 알바 노동자들이 하고 있는 일은 대부분 정규직들이 해 왔던 일입니다. 알바 노동자들도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죠. 세종노조는 이들의 조건에도 관심을 가지고 함께 나서고 있습니다. 사측은 온갖 고용형태, 위계로 노동자들을 갈라치기 하려고 하지만, 우리 노동자들은 함께 뭉쳐야 합니다. 그것이 노동자 모두에게 이롭습니다."

세종노조는 사측의 부당함을 폭로하며 현장에서 알바로 일하는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계속 모색할 계획이다.

해고자·강제전보 원상 회복, 연봉제 폐지, 비정규직 정규직화

세종호텔 투쟁 승리 결의대회

ㅁ 일시 : 매주 목요익 저녁 6시 ㅁ 장소 : 세종호텔 앞(명동역 10번 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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