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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메르스 대책이 의료 민영화 정책?

박근혜 정부가 3월 10일 제1차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2016-2020)(이하 공공의료계획)을 발표했다. 2013년 초 시행된 공공보건의료법은 보건복지부장관이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을 5년 단위로 수립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그런데 3년이나 지나 발표한 것이다. 그나마 지난해 메르스 사태를 거치며 공공의료의 필요성이 제기되자 부랴부랴 내놓은 것이지만, 각종 의료 민영화 정책을 기민하게 처리한 것에 비추어 보면 애초부터 구색 맞추기일 공산이 컸다. 실제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한술 더 떠 공공의료를 포기하고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는 내용이다.

우선 이번 계획에는 핵심이 돼야 할 공공병원 확충 계획이 없다. 현재 공공병상이 10퍼센트(OECD 평균 75퍼센트)로 너무 낮다(OECD 국가 중 최저, 미국도 27퍼센트)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결론은 엉뚱하게 ‘공공병원이 너무 없으니까, 민간병원에 공공병원 구실을 맡기자’로 귀결했다. 이는 진주의료원 폐원 당시 홍준표의 주장과 닮은 꼴이다. 이런 식이라면, 실제로 공공의료기관을 늘리기는커녕 줄이는 것을 두고도 공공의료 정책이라고 할 판이다.

정부가 이번 발표에서 가장 강조한 분만 취약지 해결과 응급의료기관 확충도 전적으로 민간의료 확대를 뜻한다. 그러면 의료 취약지에 새롭게 들어선 민간기관들도 수익성이 떨어지거나 정부 보조가 줄면 언제든지 철수하는 악순환이 재현될 공산이 크다.

지역거점 병원도 공공병원을 증설하거나 민간병원을 인수하는 게 아니라, 민간병원에 위임하겠다고 밝혔다. 메르스 사태를 돌아보면 시설과 인력 장비에서 최고 수준인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수많은 환자가 실제로 치료받은 곳이 공공병원들이었다. 지역거점병원을 민간에 맡긴다면 메르스 같은 재난적 상황에 대처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공공의료보건대학을 하나 설립하겠다고 했는데, 정작 공공병원은 늘리지 않고 공공의료대학만 설립하는 것도 진정성에서 의심이 된다. 국립대 의대에서 공공의료인력을 국비로 양성하는 것은 지금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일인데 말이다.

여기에 원격의료 활성화를 거론하고, 원격협진 네트워크 등의 IT⋅의료 융합을 명문화했다. 그러나 원격진료는 안정성과 효용성이 입증된 바 없다. 의료기기회사와 IT회사의 배만 불릴 의료 산업화 계획을 공공의료로 포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공공병원에서 성과계약과 컨설팅 등을 도입할 것을 거론하며 ‘신경영체계’ 도입을 포함시켰다. 성과관리 내용에 공공의료 평가를 일부 반영한다고는 하지만, 성과 계약은 근본적으로 공공병원을 망가뜨린 요소 중 하나로 비판받고 있다. 공공병원마저 수익성을 따져서는 공공의료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게 된다. 이번 계획에 포함된 ‘신경영체계’는 노동유연성을 확보하고, 노동자들을 더 잘 착취할 수 있게 하려는 것과 다름없다.

공공의료 계획에 ‘신경영전략’을 포함시킨 것은 박근혜 정부의 공공의료 정책이 의료 산업화⋅민영화의 하위 범주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 준다. 2013년 진주의료원 폐원도 이런 박근혜 정부의 의료 산업화 정책의 일부였다.

따라서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포함해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투쟁이 더없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정부의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은 투쟁으로 폐기시켜야 할 또 하나의 의료민영화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