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철도공사 사장 최연혜:
민영화와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새누리당 비례 후보가 되다
〈노동자 연대〉 구독
전 철도공사 사장 최연혜가 지난 3월 14일 사장직을 사퇴하고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 5번으로 공천을 받았다. 그는 20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여러 번 공언한 바 있지만, 이를 뒤집고 새누리당 총선 비례후보에 출마한 것이다.
최연혜는 이미 2012년 19대 총선 때 대전 서구을에 새누리당의 전략 공천 후보로 출마한 적이 있다. 이때 주요한 슬로건 가운데 하나는 “박근혜가 선택한 대전의 딸”이었다.
최연혜는 이때 낙선했고, 이후 새누리당 대전 서구을 당협위원장을 지내면서 대선을 치르면서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죽을 각오로 앞장서겠다”고 박근혜에게 충성을 맹세했다.(2014년 1월 18일자 〈미디어오늘〉)
박근혜 당선 후 최연혜는 철도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다.(2013년 10월) 그러니 임기 시작부터 ‘낙하산 인사’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없었다.
친박 낙하산 사장
철도공사 사장이 되기 전부터 ‘친박’ 행보를 보이던 최연혜는, 철도공사 사장에 취임한 뒤 박근혜 정부의 철도 민영화 정책과 노동자들을 희생시키는 구조조정을 밀어붙였다.
사장 취임 직후 최연혜는 “모든 사고는 인재”라며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했다. 열차 사고가 나면 우선 관련자부터 직위해제 하고 사후에 징계 여부를 정한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원인 규명보다 처벌을 내세워 노동자들을 통제하려 했다.
2013년 12월 9일 철도노조가 민영화에 반대해 파업에 돌입하자, 최연혜는 이 파업이 “불법”이라며 “법과 원칙”을 내세웠고 “박근혜 코스프레”를 했다. 파업 참가자 7천6백8명 모두를 직위 해제했다. 최연혜가 “회초리를 든 어머니의 찢어지는 마음으로 직위해제”를 했다고 하자, 이에 철도 노동자들은 이렇게 응수했다. “나는 너 같은 애미 둔 적 없다.”
파업 당시 철도공사는 노동자의 자녀들에게까지 “불법 파업” 비난 문자를 보냈다. 또한 노조 간부와 해고 노동자 등을 포함한 노조 집행부 1백여 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23일간의 파업이 끝나자 1백30명 해고, 4백 명이 넘는 노동자들에 대한 중징계,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노조 기금 가압류 등을 이어갔다.
파업이 끝나자 우파와 보수 언론들은 ‘강성노조’에 굴복하지 않은 최연혜를 본받아 “제2의 최연혜”들이 나와야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룰 수 있다고 극찬했다.
이후 최연혜는 파업에 보복을 하며 향후 민영화 추진을 위해 노동자들을 굴복시키고자 강제전출과 공공기관 1단계 ‘정상화’ 등을 감행했다. 최연혜는 임원들의 봉급은 인상해 놓고, 노동자들의 임금은 동결시켰다. 또한, 의료비 지원 축소, 본인 사망 시 조의금 90퍼센트 삭감, 중학생 자녀 학비 지급 중단, 생리휴가 무급화, 산재나 질병으로 휴직하는 노동자들의 임금 삭감과 휴직 기간 단축 등 단협도 후퇴시켰다.
또한 화물 분야에 사업부제를 도입해 자회사 분할을 준비했고, 차량과 유지·보수 분야에서 광범한 외주화를 추진하며 민영화를 위한 길을 닦았다. 무엇보다 철도 안전을 위한 인력을 충원하기는커녕 퇴직 인원만큼도 충원해 주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또한, 최연혜는 2014년부터 신규 직원들은 연봉제로 입사시켰고, 운전 분야에서는 1인승무를 확대했다. 개인별 성과 평가를 부활시키고자 근속승진제를 폐지했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이 때문에 최연혜는 노동개혁의 모범적 사례로 박근혜에게 인정받았다.
지난 2월 말, 박근혜는 “노동개혁 4법이 국회에서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채 발이 묶여 있”는 상황에서 “IBK 투자증권, 코레일을 시작으로 산업계에서는 저성과자 일반해고 규정 도입, 근속 승진제 폐지 등을 자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언급했다.(2월 24일 국민경제자문회의 모두 발언에서)
최연혜는 철도 정규직 노동자들뿐 아니라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도 악화시켰다. 단적으로, 2014년 철도공사의 용역단가 “후려치기”로 여객열차 청소 용역업체의 청소 단가는 종전보다 26퍼센트나 줄었고, 여객열차 청소 노동자들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했다.
2014년 국정감사 때 최연혜는 최저임금(당시 5천2백10원)이 얼마인지 아느냐는 질문에 당황하며 “3천8백원…”이라고 답하며 말을 흐렸을 정도로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저임금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또한 최연혜는 KTX 여승무원 노동자들의 문제에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최연혜가 완성하려는 “공기업 개혁”은 민영화
최근 어느 경제 신문 인터뷰에서 최연혜는 자신이 철도공사 사장으로서 “경영 안정화와 노사관계 등 개혁 과제를 거의 마무리”했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흑자경영은 노동자들을 쥐어짠 결과였고, 그가 근속승진제,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때 약속했던 각종의 노사합의는 미이행 상태인 것이 수두룩하다.
최연혜는 이미 약속한 7급 노동자의 6급 전환,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인력충원, 관리 인력 축소, 현장 안전인력 충원 등을 미뤄 왔다. 기재부 방침 때문에 정원 증원이 어려우니, 신규 업무에 필요한 인력은 외주화로 해결하겠다는 식이었다.
이러한 미이행 과제는 나몰라라 한 채, 그가 앞으로 국회의원이 돼 매진하려는 것은 “철도 등 공기업 개혁”의 완성이다.(2016년 3월 27일자 〈한국경제〉)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공기업 개혁”이란 무엇인가? 2014년 9월 19일 새누리당이 내놓은 공기업 개혁안은 호봉제 폐지와 성과연봉제, 임금피크제 도입, 강제 퇴출 방안 등을 담고 있었다. 그야말로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이다. 철도의 경우, 정원유지 의무, 근속승진제 폐지, 전환배치 시 노조 합의 폐지 등 단협 내용의 핵심적인 개악이 포함됐다. 또한, ‘희망퇴직’으로 현재 인원의 10~15퍼센트 감축, 정비·유지보수 업무의 대규모 외주화 방안도 들어 있었다.
무엇보다 기존의 분할 민영화 계획에 더해 철도의 모든 노선 운송 사업에 사기업 참여를 허용하는 내용까지 추가해 전면적인 민영화 방안을 담고 있었다.
최연혜는 “코레일 직원들도 ‘국회에서 철도 분야를 대변해 달라’고 응원해 줘 20대 총선 도전을 결심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진실은 최연혜와 박근혜 ― 철도 노동자들은 이들을 “연근혜”라고 부른다 ― 에 맞서 투쟁해 온 철도 노동자들은 그의 총선 출마를 응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응원은커녕 역겨워하는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연근혜”가 완성하려는 공기업 개혁이 노동 개악이자 민영화라는 점을 최연혜 사장 3년 동안 몸소 겪어 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