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지방선거에서 극우의 부상:
누가 '독일을 위한 대안'(AfD)를 저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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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3일, 독일 작센안할트 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라인란트팔츠 주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인종차별적 신생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평지돌출해 각 주에서 2~3위의 정치 세력이 됐다. 독일에서 대중적 파시스트 정당이 등장할 위험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그러나 폴커트 모슬러와 마틴 할러는 아직 AfD의 성장을 저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독일 좌파당(디링케) 내 반자본주의적 의견그룹 '마르크스21'의 지도적 회원들이다.
“정치적 지진”, “충격적 선거 결과”, “우선회”. 작센안할트 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라인란트팔츠 주에서 지방선거가 치러진 다음 날 신문 머리기사를 수놓은 말들이다.
인종차별적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이번 선거에서 대승을 거두리라는 것은 선거 전부터 분명했다. 그래도 AfD의 성적이 이토록 좋았다는 사실에 불쾌감과 경악을 감출 수 없다. AfD는 동부의 작센안할트 주에서 24퍼센트 넘게 득표해 제2 정당으로 급부상했다.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와 라인란트팔츠 주에서는 각각 15.1퍼센트와 12.6퍼센트를 득표해, 독일 서부 지역에서도 인종차별적 악선동이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음을 보여 줬다.
메르켈 신임 성격의 선거 결과
AfD는 “메르켈은 물러나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이번 지방선거를 독일 연방정부 총리 앙겔라 메르켈과 그의 난민 정책에 대한 신임 투표로 삼았다. 호르스트 제호퍼가 이끄는 보수정당 바이에른기독교사회연합(CSU, 기사연)은 AfD를 지원사격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메르켈이 이끄는 기독교민주연합(CDU, 기민연)과 연정을 맺고 있는데도 말이다. 사실상 메르켈 신임 성격을 띠었던 이번 선거에서, 기민연 소속 주총리 후보 라이너 하젤로프(작센안할트 주), 율리아 클뢰크너(라인란트팔츠 주), 귀도 볼프(바덴뷔르템베르크 주)도 반(反)메르켈 입장을 지원했지만, 서부 지역의 주들인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와 라인란트팔츠 주에서 각각 메르켈 지지자인 빈프리트 크레츠만(녹색당), 말루 드레이어(사민당)에게 패배했다.
그러나 작센안할트 주에서 하젤로프가 AfD 후보에게 뺏긴 표는 근소했다. 이를 보면, 메르켈은 적어도 서부지역에서는 제호퍼에 맞서 자신의 입장이 강해지고 있다고 여길 만하다. 비록 기민연은 심각하게 약해지고 있지만 말이다. [옮긴이 설명 : 독일 주류 정치인 사이에는 난민 정책을 두고 이견이 있다. 그래서 총리 메르켈의 난민 정책은 기민연 안에서도 상당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위의 두 문단에서 기민연 후보들이 메르켈을 반대하고 녹색당 후보와 사민당 후보는 메르켈을 지지한다고 했는데, 이는 난민 정책을 둘러싼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제호퍼의 우경화는 AfD를 강화시킨다
클뢰크너, 볼프, 하젤로프는 메르켈의 난민 정책을 우파적 입장에서 비판해 AfD에 표를 빼앗기는 것을 최소화하려 애썼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실패했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듯이, 난민 유입에 반대하는 유권자들이 더 선명한 AfD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제호퍼는 기민연-기사연 연정을 파기하겠다고 위협한다. 그러나 이는 자멸적 선택일 것이다. 제호퍼가 인종차별 정서를 부추긴다 해도, 오른쪽으로 이동 중인 기민연·기사연이 득을 보지는 않을 것이다. 기민연·기사연보다 더 오른쪽에 있는 AfD가 득을 볼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러나 서부 지역에서 녹색당과 사민당이 승리한 것을 보면,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정서도 여전함을 알 수 있다.
중간에 끼인 좌파당
그럼에도 좌파당(디링케)은 이번 선거에서 대체로 고배를 마셨다. 지난 선거에 견줘 좌파당은 라인란트팔츠 주에서는 표를 약간 잃어 의석을 차지하지 못했고,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서는 득표가 조금 늘었다.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 경우, 좌파당이 긍정적인 성적을 거둔 곳도 있다. 프라이부르크 시(市)와 슈트트가르트 시 등 몇몇 도시에서 좌파당의 득표율은 2~4퍼센트포인트 상승했고, 지지율이 두 배로 뛴 곳도 있다. 좌파의 뿌리가 단단하고 선거운동에서 정치적 논쟁이 격렬하게 벌어진 곳에서 지난 선거보다 나은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크레츠만(녹색당)과 드레이어(사민당)에 대한 지지가 커서, 좌파당은 어려움을 겪었다. 라인란트팔츠 주의 몇몇 도시에서 좌파당은 지역구 투표보다 정당 투표에서 거의 두 배의 득표를 기록했다. 즉, 좌파적 유권자들이 우파들의 메르켈 무너뜨리기를 막으려고 전술적 투표를 한 것이다.
작센안할트 주 선거의 재앙적 결과
작센안할트 주에서 좌파당 득표율은 [지난 선거에 견줘] 7.4퍼센트포인트 줄어 16.3퍼센트를 기록했다. 좌파당 지도자들이 사민당·녹색당과 연정을 구성하는 데 기울어 있고 선거운동에서도 국가에 대한 충성을 강조한 작센안할트 주에서 좌파당은 AfD에게 2만 8천 표를 빼앗겼다. AfD는 확실한 야당임을 강조하며 선거운동을 벌였고, 정부에 반감을 가진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일간지 〈쥬트도이체 차이퉁〉은 사설에서 이렇게 평했다. “AfD는 반정부 목소리를 분명히 내며 수혜를 입고 있다. 그리하여 AfD는 이전까지는 언제나 좌파당의 몫이었던 반정부 여론의 결집점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AfD는 한편으로는 난민 유입 반대 악선동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윗분들”에 맞서는 저항 정당을 자임하며, 전통적으로 좌파당에 투표해 왔지만 이제는 좌파당이 기득권 정당이 돼 버렸다고 보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획득할 수 있었다.
노동계급 거주지에서 AfD
AfD가 대도시와 도시 지역, 특히 비교적 가난한 선거구에서 10퍼센트 이상의 지지를 얻었다는 사실은 특별한 경고로 봐야 한다. 전통적으로 사민당 표밭이었던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만하임 시 제1선거구의 정당 투표에서 AfD는 23퍼센트를 득표해 제1 정당이 됐다. 급진 우파가 도시 노동계급 사이에 이토록 깊숙이 침투한 것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독일 역사에서 최초의 일이다.
예컨대 1990년대 초 총선 때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서 우파정당 공화당이 10퍼센트 이상을 득표해 연방의회에 입성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공화당의 지지는 거의 [노동계급 거주지가 아닌] 교외 지역에서 나왔다. AfD가 전통적인 노동계급 거주지에 깊숙이 침투했다는 사실은, 보수적 기류 속에 난민 유입에 반대하는 인종차별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우파의 동원력
AfD는 좌파당이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 AfD는 기득권 정당들에 맞선 야당, 반체제 정당, 저항 정당으로서 스스로를 자리매김했다. AfD는 투표에 참가하지 않던 수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획득했다. 적어도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서는 좌파당이 인종차별에 선명하게 반대하고 사회주의적이고 전투적인 모습을 보이며 선명한 야당으로 활동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곳에서조차] 좌파당은 인종차별적이고 반사회주의적인 AfD에 대적할 만한 동력을 창출하지 못했다.
AfD 부대표이자 AfD 내 파시스트 세력의 실세인 알렉산더 가울란트는 선거 후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그 누구와도 연정을 구성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의 정치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기 때문이다.” 가울란트, 비에른 회케(AfD 튀링겐 주 지역위원회 지도자)와 함께 AfD 내 파시스트 세력에 속해 있고, 작센안할트 주에서 AfD의 주총리 후보로 출마한 앙드레 포겐부르크는 [선거운동 기간에] 이렇게 말했다. “현재 [제도정치권에서] 진정한 야당은 전혀 없다.”
최근 급진 우파들은 선거에서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상당한 동원력을 보여 주고 있다. 이는 3월 12일 베를린에서 3만 명이 넘는 나치와 인종차별주의자들이 “독일 지지”, 독일민족민주당(NPD, 어느 정도 공개적인 나치 정당) 지지, 베르기다(베를린 판 페기다) 지지를 걸고 행진을 벌인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난민과 난민 거주 지역에 대한 폭력 행위가 계속 늘 것으로 우려된다.
AfD의 파시스트화(化)
현재 AfD는 우익 포퓰리즘적 운동 정당에서 파시스트적 전투 정당으로 변모하는 파시스트화(化)의 와중에 있다. AfD 내 파시스트 세력의 부추김으로, AfD가 거리 동원을 더 늘리고 반체제 입장을 공고히 견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AfD 대표 프라우케 페트리는 AfD가 2021년 총선 뒤에는 연정에 참여할 것이라 말하지만, AfD 내 파시스트들은 부르주아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권을 잡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현 정치체제 전체에 맞서 싸워, 결국에는 의회 민주주의를 분쇄하고자 한다.
파시스트화 와중에 AfD 안에서 [우익 포퓰리스트 세력을 대표하는] AfD 공동대표 페트리와 외르크 모이텐을 한 편으로 하고 [파시스트 세력을 대표하는] 가울란트와 회케를 다른 한 편으로 하는 분파 투쟁이 벌어질 것이다. 현 시점에서는, 파시스트 세력이 우파 포퓰리스트 세력을 더 오른쪽으로 견인하고 있다. 독일 동부 지역의 튀링겐 주, 브란덴부르크 주, 작센안할트 주에서 AfD 조직은 파시스트들이 꽉 잡고 있다.
AfD 내 파시스트 세력이 성장하는 기반은, 대도시와 중소도시에서 우파적 대중 시위가 계속되며 광범한 유권자 층이 [오른쪽으로] 급진화하는 것이다. 이는 [이번 선거 얼마 전에 치러진] 헤센 주 지방선거 결과를 봐도 알 수 있다. 당시 뷔딩엔 시와 베츨라어 시에서 AfD는 후보를 내지는 못했지만 NPD가 10퍼센트 이상을 득표했다.
AfD를 저지하기
이런 상황에서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AfD가 독일 정치 지형에 뿌리 내리는 것을 저지하는 임무는 좌파당을 비롯해 인종차별과 파시즘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에게 있다.
좌파당이 난민 문제에서 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국경 봉쇄가 아닌 대안을 제공해야만 그런 임무를 달성할 수 있다. 좌파당 원내대표 사흐라 바겐크네흐트처럼, 난민이 더 들어오면 독일이 과중한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고 하는 것만큼 재앙인 일도 없을 것이다. 난민을 받아들이는 데에 “[독일의] 능력에 한계가 있고 대중도 준비가 덜 돼 있다”고 말함으로써 바겐크네흐트는 적어도 말로는 메르켈보다 우파적으로 처신하고 있다.
난민 위기는 없다
좌파당은 제호퍼와 회케 같은 우파들이 대중에게 공포를 조장하는 것에 실질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좌파당은 난민 유입을 반대하는 인종차별적 악선동에 일말의 진실이 있을 수 있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
유럽에서든 독일에서든, 난민 때문에 유럽인들의 집과 일자리와 소득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부유한 유럽에서, 그중에서도 특히 부유한 독일에서 난민 수용 능력은 한계에 이르려면 한참 멀었다.
독일 어디에서도 남아도는 주택과 식량이 제대로 분배되지 않는다. 수많은 빈 사무실과 부자들이 여러 채 소유한 주택은 전혀 분배되지 않는다. 그저 비어 있을 뿐이다. 반면 난민들은 체육관에 수용되고, 내국인들은 난민 때문이 아니라 비싼 임대료 때문에 도심 지역에서 밀려난다.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상층 중간계급과 부유층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막대한 부를 쓰지도 않는 마당이니, 난민 수용 능력이 소진되려면 한참 멀었다.
국경 봉쇄가 아닌 대안
그러므로 좌파당은 “난민 위기” 운운에 반대해야 한다. AfD는 중간계급 내에 광범하게 퍼져 있는 위기감에서 득을 보고 있다. 좌파당은 독일이 파산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시류를 추수해서는 안 되지만, 온힘을 다해 “난민 위기” 운운하는 주장에도 반대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유럽연합의 국경 봉쇄 정책에 맞선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
중동에서 몰려드는 난민들을 어디서 어떻게 막을지를 두고 유럽의 지배자들이 분열해 있는 상황에서, 난민들을 국경에서 사살해야 한다는 프라우케 페트리의 주장이 힘을 얻었다. 강력한 난민 연대 시위가 벌어진 후에야 페트리는 자신의 주장을 철회했다. 메르켈과 제호퍼 사이의 갈등은 난민 문제를 둘러싼 유럽 지배자들 사이의 논쟁이 독일에서 재현된 것일 뿐이다. 오스트리아의 주도로 발칸 반도 국가들이 그리스와의 국경을 봉쇄해, 수많은 난민들이 유럽 중심부로 오는 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메르켈 정부는 [지상 국경 봉쇄 대신] 지중해를 틀어막으려 한다. 그 대가로 메르켈은 터키 정부에 60억 유로를 지원하고, 터키 국민이 EU 회원국을 비자 없이 여행할 수 있게 하고, 터키가 EU에 가입할 길을 터주려 한다.
국경을 즉각 개방하라
메르켈의 계획은, 터키 내에서뿐 아니라 최근에는 시리아 북부에서도 쿠르드족에 대해 잔혹한 탄압 전쟁을 벌이고 있는 터키 에르도안 정부의 힘을 빌어 유럽의 경계 밖에서 난민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사흐라 바겐크네흐트는 예리하게 비판했다. 그의 비판 자체는 옳지만, 난민을 구하기 위해 국경을 개방하라는 요구 없이 메르켈 비판만 한다면 그 비판이 진정성 있다고 느껴지기 어려울 것이다.
바겐크네흐트는 인기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알렉산더 가울란트와 논쟁하면서, AfD와 좌파당 사이에 원칙 상의 차이는 없다는 인상을 줬다. 바겐크네흐트는, 유럽 국가들 사이의 국경을 폐쇄해 난민을 막아야 한다는 가울란트의 주장을 반박하지 않았다.
좌파당은 국경을 유럽의 경계든 유럽 국가들 사이의 국경이든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에 일체 반대해야 하고, 터키에서 유럽 중심부로 이르는 안전한 이동로를 [난민들에게] 보장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난민이 아니라 난민을 양산하는 원인에 맞서 싸워야 한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독일이 참여하는 것, 독일의 전세계적 무기 수출도 그런 원인의 일부다.
모두를 위한 복지
난민 수용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려면, 부유층·은행·대기업이 돈을 내도록 해야 한다. 좌파당은 사민당 대표 지그마어 가브리엘의 “새로운 연대 계획”을 적극 지지하면서, “대중 일반”을 위한 복지를 요구해야 한다. 가브리엘은 이 복지 정책을 지방선거 투표 직전에 요구했는데, 사민당이 그로부터 득을 보지는 못했다. 독일 재무장관 볼프강 쇼이블레는 가브리엘의 정책을 “선거용 허풍”이라며 깎아내렸고, 유권자 다수도 그것을 책략일 뿐이라고 봤다.
가브리엘이 유권자들을 기만하는 것은 맞지만, 좌파당이 쇼이블레 편에 서서 가브리엘을 비난하는 것으로 득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좌파당은 가브리엘의 정책을 지지하고 가브리엘을 계속 압박해 사민당이 이 정책을 실질적으로 추구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좌파당은 실질적인 투쟁을 건설해 그 요구들이 실행되도록 할 힘을 키워야 한다.
항의 운동을 건설하기
선거운동 기간에 좌파당은 [난민 위기에 대한] 헛짚은 공포와 불확실성을 위험의 진정한 원천으로 향하게 하지 못했다. 바로 자본주의 자체, 자본주의의 위기, 그와 관련된 사회적 불만과 불안정 말이다. 난민과 무슬림에 대해 부추겨지는 거짓된 공포심과는 달리, 진정한 위험에 대한 두려움은 실질적이고 정당한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사회적 지위 하락을 두려워하고 사회가 불안정해진다고 해서 자동으로 우익이 득을 보는 것은 아니다.
노동계급이 대중 파업과 아래로부터의 투쟁으로 저항했던 그리스 사례를 보면, 그런 투쟁이 아직 승리하지 못했을 때조차 인종차별이 성장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인종차별에 맞서기
그러나 좌파당이 선거운동에서 사회주의적이고 반자본주의적인 주장을 단호히 해 명성을 얻는 것만으로는 AfD를 저지하고 페기다 같은 인종차별적 운동의 동력을 꺼뜨리는 데 충분치 않다. 현 시점에서 좌파당 내 다수는 여전히 의회 정치에 경도돼 있고, 아래로부터의 계급투쟁에 뛰어들 능력과 의지가 없다. 작센안할트 주에서 좌파당 지도자는 사민당·녹색당과 함께하는 “적-적-녹” 연정의 총리를 지망하는 인물처럼 행동했다. 좌파당은 독일 동부 지역에서 좌파적 투쟁 정당으로서의 호소력을 많이 잃었다. 인종차별이 계속 전진할수록, 우파는 계속해서 난민과 이민자들을 사회적 문제와 삶의 질 하락의 속죄양으로 이용할 것이다.
AfD 내 파시스트 세력의 성장을 보면, 신자유주의와 빈곤 증대를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너무 부족하다. AfD의 공동대표들은 공식적으로는 아직 우익 포퓰리스트들이지만, AfD 내 파시스트 세력은 더는 신자유주의적 정당을 자처하지 않는다.
AfD 대변인 가울란트는 이번 선거 직전 브란덴부르크 주 의회에서 바로 그런 태도를 취했다. 사민당의 가브리엘 다음 차례로 발언한 가울란트는 독일인을 위한 복지를 요구했고,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난민을 제외하는 것에 반대하며 “[난민을 최저임금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라는] 기업 로비스트들의 요구가 점점 더 빈번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옮긴이 설명 : 가울란트는, 난민이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면 최저임금보다 적은 돈을 받고 일을 하게 돼,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라서 난민들보다 상대적으로 임금을 더 받게 될 독일인이 취업할 기회가 더 줄어들 것이라 생각해 반대한 것이다.] 가울란트는 이 같은 사회적 문제들이 몇 년 동안 묵혀 있었다고 강조하며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독일인이 복지 혜택을 받으려면 우선 보트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야 하느냐”고 물었다. AfD의 원내부대표 안드레아스 칼비츠는 옛 동독 지역의 연금 지급액을 옛 서독 지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AfD 내 “국가사회주의” 슬로건
성장하고 있는 AfD 내 파시스트들은 나치당의 성장 과정을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나치당은 “국가사회주의” 강령을 내걸고 노동계급과 실업자들 사이에서 반자본주의적 세력임을 자처했다. 지난해 5월 회케는 이렇게 썼다. “AfD는 사회주의적 정당이 돼야 한다. 왜냐하면 독일연방공화국[옛 서독의 정식 명칭]에 존재하던 빈부격차가 [옛 동독 지역에서까지] 날로 커지고 있고, 타락한 금융 자본주의에 맞서 사회주의적 시장 경제를 옹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AfD의 창립자들이자 신자유주의적 기업 출신자인) 베른트 루커와 한스-올라프 헨켈이 당을 이끌던 시절은 점차 과거지사가 되고 있다. AfD의 인종차별적 성격에 초점을 맞추지 않은 비판은 점차 핵심에서 벗어난 주장이 될 것이다. AfD를 사용자와 부자를 대변하는 신자유주의적 정당이라고 비판하는 것이 불충분한 이유다. 페트리는 최저임금법에 반대하지만, 회케와 가울란트는 “난민들에 맞서” 최저임금법을 적극 옹호한다.
극빈자들에 맞선 빈민들의 투쟁
AfD를 비판하는 좌파들은 AfD의 이런 양면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특히 AfD가 “국가사회주의” 슬로건을 내세우는 곳에서 좌파당은 AfD의 인종차별적·국수주의적 본질을 공격해야 한다. 이런 본질 때문에 AfD는 노동계급 사이의 분열을 심화시킬 것이고, 노골적인 신자유주의적 강령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국가사회주의” 슬로건도 자본에 맞선 노동계급의 힘을 떨어뜨릴 것이다.
AfD 내 파시스트 세력은 극빈층에 맞선 빈민들의 투쟁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 또한 부자들에게만 득 되는 일이다. 난민들을 전쟁터로 돌려 보낸다고 해서 독일인 노숙자들에게 집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좌파당의 핵심 요구는 이것이다. ‘(독일인과 이민자 사이의 분열에 반대하며) 모두에게 평등하게 사회·정치적 권리를 보장하라.’ 이것만으로는 사회적 쟁점에서 AfD와 대결하는 데에 충분치 않다. 인종차별 반대 주장과 반자본주의적 주장을 결합시켜야만 좌파당은 AfD를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반자본주의가 빠진 인종차별 반대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고, 그 역도 마찬가지다. 즉, 강력한 인종차별 반대 운동이 빠진 사회 운동만으로는 반자본주의적 운동이 승리할 수 없다.
전국적 인종차별 반대 운동
AfD를 저지하려면 좌파당을 넘어서는 거대한 전국적 인종차별 반대 운동이 일어나, AfD가 쓰고 있는 보수적 민족주의라는 위장을 벗겨내야 한다. 그러려면 인종차별과 파시즘에 진지하게 반대하는 세력이 모두 광범한 공동행동을 건설해야 한다. 좌파당은 AfD에 맞선 전국적 대중운동의 일부가 돼야 하고, 그 속에서 반자본주의 투쟁 정당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야 한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AfD가 대중적 파시스트 정당으로 거듭나고 있음을 확신하고 있지 않다. 그 과정에서 AfD는 분열할 테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당이 저절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현 시점에서, 주로 AfD의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것이 AfD에 맞선 폭넓은 공동행동 건설에 주요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반파시즘 운동을 건설할 기회
비록 현 상황이 매우 위험하고 우경화가 심해질 분위기이긴 하지만, AfD가 지방선거에서 거둔 성적에 [사람들이] 충격 받은 것 때문에, 반파시즘 운동을 확대·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몇 달 간 곳곳에서 ‘맞불’ 시위가 성황리에 벌어졌다.
3월 12일 바이에른주 북부의 게레트스리트 시에서 열린 1백50명 규모의 AfD 회합에 맞서 1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맞불’ 시위를 벌였다. 같은 날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브라이자크 시에서는 페트리가 이끈 행진에 맞서 1천 명 이상이 시위를 벌였다. 프라이부르크 시 등지에서는 ‘맞불’ 시위가 강력해 NPD가 거리 운동을 거의 조직하지 못했다. 프라이부르크 시에서 출마한 AfD의 유일한 후보 메우텐은 거리 선거 유세도 못했다. 지난 1월 이래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서만 2만 명 이상이 인종차별적인 AfD와 지역 페기다 운동에 맞서 시위를 벌였다.
AfD에 맞선 집회와 운동
여러 곳에서 거대하게 벌어진 ‘맞불’ 시위는 AfD의 모임을 중단시키거나 아예 개최도 못 하게 막았다. 반면 [AfD에 맞선] 항의 운동이 없어서 인종차별적 악선동이 도전받지 않았던 곳에서는 AfD가 거리의 헤게모니를 잡았고 이제는 지방의회에서도 주도권을 잡았다.
작센안할트 주 남부에서 포겐부르크가 이끄는 AfD 지부는 정당 투표에서 30퍼센트 가까이 득표해 의석을 많이 획득했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되면, 인종차별 반대 운동으로 우파에 맞서기가 훨씬 어려워질 것이다. 그래서 AfD의 부상에 맞서 전국적 운동을 즉각 건설해야 하는 것이다.
올해 초 이래, AfD와 인종차별주의의 부상에 맞서 광범한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건설할 기반을 다지는 노력이 있었다. 4월 23~24일 프랑크푸르트 암마인에서 열릴 총회가 이 운동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날 총회를 기점으로, [독일의 운동 세력들은] AfD가 전국적 기반을 확립하기 전에 인종차별과 파시즘을 저지하기 위해 대중적 운동과 교육을 벌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