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미국 케이블·통신 노동자 파업:
미국 노동운동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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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즌 노동자 4만여 명이 1주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버라이즌은 미국 최대 케이블·통신 기업이다. 통신노조CWA와 전력노조IBEW 조합원들인 이들은, 4월 18일 뉴욕 도심에서 1만 4천 명 규모의 대중 집회를 벌였다. 조합원들은 “10개월 동안 사측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사측은 우리 요구를 거절했고 우리를 일터에서 쫓아내려 한다. 우리는 일자리 안정과 적절한 임금을 원한다!” 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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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설치 기사, 수리 기사, 고객 전화 상담원 등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사측이 진행해 온 구조조정에 분노하고 있다. 사측은 지난 몇 년 동안 막대한 수익을 냈음에도 일자리를 줄이고 연금과 보험료를 삭감하는 등 노골적으로 구조조정을 밀어붙여 왔다.
고객 전화 상담원들은 도미니카공화국, 멕시코, 필리핀 등지로 옮겨 일하지 않으면 직장을 그만 두어야 했다. 이 때문에 지난 5년 동안 일자리가 약 5천 개 줄었다. 버라이즌 노동자들은 2011년에도 구조조정 시도에 맞서 4만 3천여 명이 참가한 대규모 파업을 벌인 바 있다.
사측은 대체 인력을 투입하고 언론에 대대적으로 파업 비난 광고를 게재하는 등, 파업 노동자들을 맹렬히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기세를 올리고 있다. 노동자 한 명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나이가 60살이지만 여전히 피켓팅에 나설 수 있습니다. 1989년에도 16주 동안이나 했는걸요.” 1989년 케이블·통신 노동자들은 노조 지부장이 파업 파괴자에게 살해당하는 등 극심한 탄압에도 네 달 동안 파업을 이어간 바 있다.
“민주적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는 이날 집회에 참가해 연설하고 노동자들과 함께 행진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경합을 벌여 온 샌더스는, 버라이즌 노동자들이 투쟁을 시작한 지난해 여름부터 노동자들을 강력히 지지해 왔으며, 파업 첫 날에도 피켓팅에 참가하고 집회에서 지지 연설을 했다. 미국 노총 AFL-CIO 내에서 상대적으로 좌파적인 CWA는, 지난해 가을 샌더스를 “우리의 대변자”라 부르며 대선 후보 경선에서 샌더스 지지를 선언했다.
자신을 샌더스 지지자라 밝힌 한 파업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강탈당하고 있습니다. 대체 무엇 때문이죠? 부자들이 더 부유해지게 하려고? 노동자들은 당해도 싸다는 것입니까? 이런 세상은 바뀌어야 합니다.”
샌더스는 ‘사회주의자임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사회주의자를 표방하기 때문에’, 즉 불평등에 대한 노동자·민중의 분노를 대변하며 지지를 얻고 있다. 그는 미국 언론에서 오랫동안 들을 수 없었던 “노동계급”이라는 단어를 회자시키면서 지난 몇 년 동안 커져 온 노동조합 투쟁 등 사회 운동과 교감하고 있다. 이미 7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샌더스에게 지지를 보내고 있다. 특히 청년층(18~35세) 사이에서 샌더스에 대한 지지가 매우 높다.
이런 과정에서 샌더스는 클린턴을 맹추격해, 클린턴이 상원의원으로 당선된 바 있는 뉴욕 주에서 한 달 사이에 지지율 격차를 48퍼센트포인트에서 6퍼센트포인트까지 줄였다. 뉴욕 주는 버라이즌 파업 노동자 상당수가 거주하는 곳이기도 하다.
4월 19일 뉴욕 주 경선에 노동자들의 기대가 높다. 경선에서 샌더스가 좋은 성적을 거두면 버라이즌 노동자들의 사기도 크게 오를 것이다. 이 노동자들의 파업이 굳건히 이어지기를 바란다. 또, 샌더스가 대변하는 변화 염원이 더 많은 투쟁을 불러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