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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차 조선로동당대회:
36년 만의 당대회는 북한 체제의 진정한 성격을 보여 준다

5월 6일 북한 조선로동당 제7차대회가 열린다. 1980년 제6차대회 이후 무려 36년 만이다. 역대 당대회에서 북한의 새로운 정책 노선이 드러나거나 권력 세습이 공식화하는 등 당시의 중대한 쟁점들이 다뤄졌기 때문에, 이번 당대회에도 이목이 쏠린다.

조선로동당 당규약을 보면, “당대회는 당의 최고기관”이며 “당대회와 당대회 사이의 당의 모든 사업을 조직지도”할 당 중앙위원회를 뽑는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런데 무려 36년 동안 당대회가 열리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당]대회 개최 시기도 1년에 1회(당 1·2차 대회), 4년에 1회(당 3·4·5차 대회), 5년에 1회(당 6차 대회)로 당 규약에 명시됐지만, 2010년 당 규약을 개정하면서 당 대회 시기가 삭제됐다.”(〈통일뉴스〉) 당 중앙(즉, 김정은)이 ‘결심’하지 않는 한, 당대회는 굳이 열릴 까닭도 없었던 것이다.

당대회와 당대회 사이에 열 수 있다는 당대표자회도 2010년 소집되기까지 44년 동안 열린 적이 없었다. 2010년 당대표자회도 3대 세습을 위한 구색 맞추기용이었을 뿐이다.

이번 당대회도 사전에 결정된 정책을 사후 승인하는 거수기 노릇만을 할 것이다. 조선로동당 규약은 당이 ‘김정일이 강화 발전시킨 조직적 전일체’임을 명시했다. 그러니 당대회 참석자들은 평범한 노동자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 김정은에 충성할 게 분명하다.

7차로동당대회 홍보판 ⓒ사진 출처 자유아시아방송(RFA)

36년 동안 열리지 않은 당대회를 ‘미국의 고립압살책동’, ‘고난의 행군’ 탓으로 돌리는 주장이 있다. 또, ‘지난 36년간 조선로동당의 노선과 정책, 전략·전술에 큰 변화가 없어서’라고 변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진정한 사회주의는 부르주아 민주주의와 비교도 안 되는 진정으로 민주적인 체제다. 마르크스가 정의했듯이 사회주의는 어떤 당 관료도 대신해 줄 수 없는 “노동계급의 자력 해방” 과정이므로, 민주주의는 필수적이다. 민주집중제가 아닌 관료집중제는 사회주의와 아무 관계 없다.

러시아 마르크스주의자 레닌은 “당대회는 … 당과 공화국의 가장 책임 있는 회의”라고 말했다. 이것은 결코 구두선이 아니었다. 레닌 생전의 볼셰비키 정당은 1917년 권력 장악 이후 해마다 정기적으로 당대회를 열었다. 1918~20년 제국주의 세력과 백군의 반혁명적 동맹에 맞서 내전을 치를 때조차 당대회가 열렸다. 심지어 1921년 크론슈타트 반란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도 10차 당대회가 진행됐다. 소련에서 당대회가 유명무실화하고 점점 뜸하게 열리게 된 건 스탈린이 권력을 장악하고 반혁명을 추진하면서부터였다(1928년 이후).

따라서 36년 만의 당대회는 북한이 진정한 사회주의와 무관한 사회임을 보여 주는 여러 증거 중의 하나다.

북한의 비민주성은 자본주의적 착취에서 비롯

세습 독재와 비민주성이 두드러진 북한의 정치는 비자본주의적 특징이 아니라 자본주의적 착취와 관계가 있다. 1945년 해방 이후 북한에서 권력을 장악한 당관료는 여느 후발 자본주의 국가들이 그랬듯이 강력한 국가 주도 경제 발전 노선(국가자본주의)을 추진했다. 특히, 미국의 지원을 받는 남한과의 군사적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중공업에 집중 투자했다.

북한 관료는 더 오래, 더 열심히 일하도록 노동자들을 내리눌렀다. 착취율을 높게 유지하려면 그만큼의 억압이 필요했다. 또한, 정책을 둘러싼 당 관료 내 이견도 용납되지 않았다.

그래서 1950~60년대 북한 경제는 크게 성장했고, 한때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 가는 공업국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1960년대 말부터 북한 경제는 국경 안의 제한된 자원과 기술 수준에 의존하는 폐쇄적인 관료적 국가자본주의의 한계를 드러냈고, 1980년대에는 정체에 빠져들었다. 결국 1991년 소련 몰락 이후 북한은 끔찍한 경제 파탄을 겪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의 대북 압박이 경제의 숨통을 조였다.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대량 탈북은 북한 체제의 위기를 고스란히 보여 줬다.

2011년 김정일의 사망으로 김정은은 지난 20년 동안 매우 허약해진 나라를 급작스레 물려받았다. 3대 세습으로 통치의 정당성이 한층 약해진 상황에서, 김정은은 경제 위기와 북·미 갈등이라는 얽히고설킨 난제들을 풀어야 하는 과제마저 떠안았다. 게다가 2013년 자신의 고모부 장성택을 급히 처형했을 만큼 심각해진 관료 내부의 동요(그리고 분열)를 끊임없이 단속해야 하는 처지다.

김정은 체제의 딜레마

김정은은 집권 후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노선”(이하 ‘병진노선’)을 표방해 왔다. 병진노선은 앞서 언급한 난제들에 대해 김정은이 나름의 해법으로 제시해 온 노선이다. 그래서 이번 당대회에서 북한 당국은 기존 노선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 당국은 병진노선의 필요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병진노선은 핵무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부족한 전력문제도 풀어나갈 수 있게 하며, 국방비를 늘리지 않고도 방위력을 강화하고 경제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이런 구상은 오늘날 동아시아의 현실에 비춰 보면 공상이나 다름없다.

북한 관료들은 북·미 관계 개선을 절실히 원한다. 그래야만 군사적 위협에서 벗어나고 경제 재건에 필요한 자본과 자원을 외부에서 들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 관료의 바람은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 때문에 이뤄질 수 없다. 미국은 북한을 악마로 묘사하고, 북한의 ‘위협’을 핑계로 동맹을 강화하고 역내 군사 활동을 정당화해 왔다. 그래서 한반도의 불안정은 역내 국가들이 모두 얽힌 복잡한 문제이며, 결코 단기간에 해결되기가 어렵다. 김정은 집권 후에도 북·미 관계의 진전이 어려웠던 까닭이다.

그래서 김정은도 아버지 김정일처럼 핵과 미사일 전력 강화에 매달렸다. 핵·미사일을 북·미 대화의 지렛대로 삼거나, 그게 여의치 않다면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동아시아에서 핵능력 강화로 최소한의 ‘자위력’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북한의 딜레마는 더 깊어질 뿐이다. 북한 같은 빈국이 미국 같은 초강대국에 맞서 자체의 군사력을 증대해 자위한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 따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국내 가용 자원의 막대한 부분을 경제 재건에 필요한 부문이 아니라 군사 부문에 쏟아야 하고, 북한 노동계급은 착취와 빈곤 증대 등 엄청난 희생을 강요받는다.

핵무력 강화를 바탕으로 인민 생활을 향상시키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작 당대회를 앞두고 북한 당국은 과거 천리마 운동을 본뜬 “만리마 운동”, “70일 전투” 등 증산 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만큼 노동자들을 더 쥐어짜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인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더 강화한들 이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제재와 압박만 더 거세지고 평범한 북한 주민의 삶은 더 악화된다. 따라서 이런 조건 하에서는 핵무력과 경제는 동시에 잡을 수 없는 두 마리 토끼에 불과하다.

물론 지금 북한 경제는 1990년대에 견줘 호전된 상태다. 중국 경제의 성장에 따른 덕을 어느 정도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이 중국에 석탄·철광석 등 지하자원을 수출하고 그렇게 확보한 외화로 생필품·식량·에너지 등을 수입하는 구조가 유지돼 왔다. 북한 전체 무역에서 대중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90퍼센트에 이를 정도다.

그러나 대중 무역 증대는 북한에게 또 다른 문제를 안겨 주고 있다. 북한 경제가 중국을 매개로 세계경제의 리듬에 더욱더 종속된 것이다. 중국발 위기는 북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미 그런 조짐이 보이고 있다. 중국 당국의 통계를 보면, 지난해 북중 무역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대중 수출 -12.3퍼센트, 대중 수입 -16.8퍼센트). 특히, 대중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석탄(-6.3퍼센트), 철광석(-68.5퍼센트) 수출이 크게 줄었다. (대북 제재보다)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가 북한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대중 무연탄 수출 단가 추이 북한 경제가 대중 무역을 고리로 세계경제 리듬에 종속돼 있다.

이 때문에 북한 당국은 무역의 다각화, 해외 인력 송출 확대, 해외 투자 유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그 전망은 밝지 않다.

요컨대, 이번 조선로동당 당대회는 김정은 집권 후 안팎에서 괴롭히는 여러 문제들을 떠안은 채 열리게 됐다. 그리고 그는 진정한 돌파구를 제시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체제가 버티는 것을 원하는 건 노동계급의 참된 정서가 아니다. 북한의 평범한 인민들이 그동안의 고난에서 벗어나 진정 평화롭고 풍요한 삶을 누리려면 북한과는 전혀 다른, 진정한 사회주의적 대안이 필요하다. 오늘날 중국에서 갈수록 커져 가는 노동자 저항을 보면 그 전망이 아주 먼 미래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