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적 세월호 ‘기억교실’ 이전 시도에 항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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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6일 단원고 당국이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들이 쓰던 ‘기억교실’을 치우려고 시도해 유가족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긴급히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학교 당국은 '이사 업체 차'를 학교 안으로 들였다가 거센 항의에 밀려 우선 이사 업체 포장 박스를 치웠다.
지난달,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단원고 당국, 경기도 교육청은 세월호 ‘기억교실’을 안산교육청으로 임시 이전한 뒤, 단원고 인근에 416민주시민교육원을 건립해 최종 이전하는 내용의 협약식을 5월 9일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유가족들은 협약식 이후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교실 이전이 진행되기를 바랐다.
그런데 학교 측이 6일부터 8일까지 휴일 기간에 교실을 정리하겠다고 내부적으로 결정하고서 교실 이전에 착수하려 한다는 소식이 알려져 유가족들이 5일부터 밤샘 대기에 나섰다. 6일 아침에 급히 모인 40~50여명도 함께 학교에 항의했다.
그 과정에서 단원고 행정실장은 유가족들에게 우산으로 삿대질을 하고 경찰을 불렀다. 심지어 '남의 학교에 와서 공사를 방해하냐'고 막말까지 퍼부어 유가족들의 마음에 대못을 박았다.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의 부모님들이 어찌 '남'이란 말인가!
갑작스러운 교실 이전 시도에 대한 항의가 이어지자 유가족들과 단원고 교장 간 협의가 시작됐고, 결국 단원고 당국은 '기억교실'을 이전하려고 준비한 이사 업체 박스들을 치웠다.
교실이 원형 그대로 이전돼야
협의가 끝난 후 단원고 행정실장이 막말에 대한 사과를 하겠다며 유가족들이 모인 자리로 왔다.
그는 삿대질과 '남의 학교'라는 말에 대해 사과를 한다면서도 '앞으로 또 그러실 것이냐?'는 물음에는 '나도 사람이니까 확답을 할 수는 없고 노력하겠다'고 대답해 우리를 분노하게 했다. 또 이사 업체 물품을 당장 빼라는 요구에는 '내일 빼겠다'고 답했다. 항의가 이어지자 결국 행정실장은 답변을 회피하고 도망쳤다.
진상 규명과 책임 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실을 치워야 학교가 “정상화”된다는 주장도 납득하기 쉽지 않은데, 협약식을 불과 3일 앞두고 일방적으로 교실 이전을 추진한 것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겨우 3일 동안 교실을 정리하려 한 계획은 학교 당국이 기억교실의 원형 보전에도 별 관심 없음을 보여 준 것이라 씁쓸하기 그지 없다.
한편, 행정실장은 '[이 날 교실 이전 시도가] 학교 측이 진행했는지, 교육청에서 진행했는지를 답하라'는 한 유가족의 질문에 '같이 진행했다. 연관이 돼 있다'고 답했다. 만일 실제로 이날 이전 시도가 경기도 교육청과의 교감 속에 이뤄진 것이라면 이 또한 문제이다.
'기억교실'은 유가족들에게는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가족의 마지막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이자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게 만드는 공간이다. 그래서 유가족들은 ‘기억교실’이 추모의 공간이자 새로운 교육이 시작되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지난 2년 동안 경기도 교육청이 “교실은 추모의 공간이 아니”라는 태도로 교실 부족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학교 당국과 일부 재학생 학부모들 사이에서 유가족들은 곤혹을 겪어야 했다. 최근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전교조의 《416교과서》를 사용한 계기수업을 금지하는 교육부의 지시를 일선 학교에 그대로 전달하기도 했다. 이재정 경기 교육감이 진정 진보 교육감이라면 ‘세월호 참사 흔적 지우기 시도에 동조해선 안 된다.
다행히 이날 기습적인 교실 이전은 막았지만, '기억교실'이 원형 그대로 이전될 때까지 경계를 늦출 수는 없을 듯하다. 416민주시민교육원 건립을 위한 예산이 경기도의회에서 통과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