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김성락 집행부의 연대기금 조성 계획:
‘정규직 임금 나누기’가 아니라 원하청 연대 투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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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지부 김성락 집행부가 ‘나눔과 연대 기금 50억 조성’ 사업을 대의원대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지부장은 〈매일노동뉴스〉와 인터뷰에서 그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기금을 조성하면 원·하청 불평등을 확대해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려는 회사 정책을 무력화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 정규직·비정규직 차별해소에 자본과 정부·정치권이 나서야 한다는 사회적 화두도 던질 수 있다.”
비정규직과의 단결을 위해 기금을 조성하고 이 힘으로 지배계급의 양보를 끌어내는 지렛대로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정규직이 비정규직에 연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정규직이 노조로 조직돼 있는 작업장에서 원하청 연대를 발전시켜야 한다. 기아차에도 3개 공장에만 비정규직 노동자가 4천 명이 넘고, 사내하청지회는 7년째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2명의 조합원은 시청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런 투쟁을 확대하기 위해 기금을 결의한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에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성락 집행부가 밝히 기금의 사용처는 사뭇 혼란스럽다.
지부장은 〈매일노동뉴스〉에 독립유공자 자녀 돕기, 사내하청 복지혜택 확대, 장학금 사업,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사업, 투쟁사업장 지원 등을 말했다. 지부의 한 간부(임금팀장)는 사내하청 노동자 2천여 명에게 성과급 지급하는 기금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집행부가 대의원대회에 안건을 올리면서도 아직도 그 취지와 의미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그런데 위와 같은 발언과 그동안 김성락 집행부의 태도를 볼 때, 이는 투쟁을 위한 기금이라기보다 정규직의 임금을 나눠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에 쓰자는 정규직 양보론일 공산이 커 보인다.
김성락 집행부는 올해 초 2015년 임금투쟁 막바지에 ‘비정규직 조합원에 대한 성과급 차별을 용납할 수 없다’며 회사가 양보하지 않으면 정규직 조합원들의 몫을 나누자고 주장했었다. ‘아름다운 연대’ 운운하며 정규직의 임금 몫을 나누자는 황당한 주장에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 ‘회사와 투쟁을 통해 비정규직 성과급을 쟁취해야 한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더구나 사측이 정규직에 대한 임금 수준을 현대차와 동일하게 맞추는 안을 제시하자, 김성락 집행부는 곧바로 파업을 철회하고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성과급을 삭감 당하는 합의를 했다.(정규직은 약 2백50만 원의 성과급을 주식으로 받았다.)
이렇듯 김성락 집행부의 ‘나눔과 연대’ 사업은 출발선부터 정규직의 양보, 비정규직에 대한 배신 등으로 노동자들의 단결이 아니라 분열을 뜻했다. 집행부는 비정규직의 성과급 미지급에 항의해 강력히 투쟁하길 회피하고, 보수 언론의 “귀족 노조” 비난에 정규직 양보로 화답했던 것이다.
김성락 지부장은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도 진지하게 조직하지 않고 있다. 지난 대의원대회에서는 고공농성을 진행 중인 최정명, 한규협 비정규직 조합원에 대한 조합 활동 인정과 생계비 지급 관련 건을 통과시키지 않았다. 그래서 이 동지들의 가족의 생활고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이러니 현장 조합원들과 좌파적 활동가들이 ‘나눔과 연대’ 기금 사업을 투쟁 회피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꼼수라고 정당한 비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규직이 임금을 비정규직에게 나누자는 사회연대전략은 정규직·비정규직의 단결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자본의 책임을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들의 공동책임인 양 호도하는 효과만 극대화한다. 그리고 정규직·비정규직 모두가 서로를 원망하게 만들고 분열을 키울 소지가 다분하다.
김성락 집행부가 제시하는 ‘나눔과 연대’는 상당히 위험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지부장이 전태일 정신을 들먹이며 이를 미화하는 것은 심히 불쾌하다. 진정한 전태일 열사의 정신은 투쟁과 저항 정신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 투쟁을 위한 연대가 조직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