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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향한 염원이 여전함을 확인하다
포항에서 진행한 세월호 특별법 개정 서명운동 후기

포항에서 5월 30일부터 6월 5일까지 일주일간 세월호 특별법 개정 집중서명과 리본나눔을 진행했다.

5.28 전국교사대회와 광화문 촛불 문화제가 끝난 다음 날 아침에, 갑자기 포항에서 집중서명을 해야겠다고 충동적으로 이끌렸다. 별 고민 없이, 바로 광화문 진실마중대에 가서 접이식 테이블과 현수막 등 몇 가지 준비물들을 빌렸다.

하지만 그다지 녹록치 않았다. 포항은 지역 특산물인 ‘과메기’가 기호 1번을 달고 나와도 무조건 당선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당선한 시의회 의원 32명 중 무려 27명이 새누리당 의원이다. 게다가 여성회나 환경운동연합과 같은 진보적 지역시민단체들은 인력 부족과 과중 업무에 시달리고 있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단체나 네트워크를 따로 꾸릴 수 없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장은 개인들을 설득해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얼마 전부터 각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혼자 리본나눔 사업을 하시는 전교조 선생님을 만났다. 그 선생님은 약속과 일정을 취소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참여할 정도로 많은 도움을 줬다. 또한, 여러 차례 방문해 연대했던 ‘세월호를 기억하는 한동인 모임’의 회원들에게서도 도움을 받아 한동대학교 캠퍼스 내에서 서명전을 벌일 수 있었다. 포항여성회가 주최하는 평화나비행진과 함께 진행하기도 했고, 민주노총 포항지부의 최저임금 1만원 캠페인과 나란히 진행해 시너지 효과를 얻었다.

포항여성회의 “평화나비행진”과 함께 진행한 서명전. ⓒ석중완
ⓒ최봉추

두려움과 걱정과는 달리,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서명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지역의 특성 때문에 쭈뼛쭈뼛하다가도 금세 펜을 들곤 했다. 번화가에서 진행할 때는 알바 노동자가 뛰쳐나와 서명을 하고 음료수를 사준 일도 있었고, 몇몇 고등학생들은 울분을 토하며 박근혜 퇴진을 외치기도, 한 회사원은 자본주의 철폐를 요구하기도 했다. 심지어 둘째 날부터 우리를 지켜보던 사복 경찰도 서명에 참여하고 응원의 말을 건넸다. 한동대학교 캠퍼스에서는 서명을 호소하며 소리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참여한 학생들이 많았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한동인 모임” 회원들과 함께 진행한 서명전. ⓒ석중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대한 열망은 여전했다. ⓒ석중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이 아직도 뜨겁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확인한 순간들이었다. 동시에, 보수적인 분위기 때문에 서명전이 쉽지 않을 거라고 지레짐작하며 위축됐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소수의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감 있게 운동을 건설하느냐에 운동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일주일간 노력한 결과 약 2천여 명의 서명을 받았고, 약 6천 개의 리본을 배포했다. 이전에는 혹시 노란 리본이 걸려 있는지 행인들의 가방이나 휴대폰을 유심히 살펴보느라 목이 빠졌었는데, 서명전을 하루하루 진행할수록 노란 리본을 마주치는 것이 흔한 일이 되었다. 피곤에 절은 채 집으로 돌아가는 시내버스에서도 가방에 걸린 노란 리본을 보면 절로 힘이 솟구쳤다.

선체 인양이 박근혜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계속 미뤄지고 있고, 특조위의 운명이 위기에 처해 있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가 끊이지 있도록 기층에서 더욱 노력해야 한다. 특히,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운동은 노동자들의 연대와 맞물려 강력한 투쟁으로 전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