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외식당 종업원들 탈북 논란:
자유왕래의 견지에서 다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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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내로 들어온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들을 두고 지금까지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일각에서 종업원들이 모두 자유 의사에 따라 탈북을 했는지 정황상 확실하지 않다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서다.
구린 데가 있는지 국정원은 민변의 접견 요청을 번번이 거부했고, 민변이 인신구제청구를 신청해 열린 비공개 재판에 탈북 종업원들을 출석시키지도 않았다. 국정원은 ‘그들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라고 말했지만, 정작 총선 직전에 탈북 사실을 공개해 종업원들을 노출시킨 것은 바로 박근혜 정부였다. 박근혜 정부와 국정원 스스로 의혹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이들을 하나원에 보내지도 않고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 계속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탈북 종업원들을 장기간 구금한 채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런 조처는 완전히 부당하다. 탈북 종업원들은 그렇게 수용돼 있을 이유가 없다. 그들은 구금 상태에서 당장 벗어나 남한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어야 하고, 더 나아가 남이든 북이든 또는 제3국이든 자신이 살고자 하는 곳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이 문제는 이주와 왕래의 자유라는 견지에서 다뤄야 한다.
남한 정부와 우익들은 탈북민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왔다. 역대 정부들은 남한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려고 위선적으로 탈북민을 이용해 왔지만 탈북민들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데는 매우 소극적이었다. 오히려 대량 탈북 사태와 그에 따른 비용 부담을 우려해 왔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만약 한국 정부의 중국 주재 대사관이 탈북민을 받아들이거나, 안전하게 입국할 길을 열어 준다면 탈북민들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야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남한 정부가 탈북민의 이주 권리를 인정한다면 “기획 탈북”이나 국정원 등의 공작, 또는 브로커의 농간과 사기 등이 먹힐 여지가 없을 것이다. 브로커에 속아 원치 않게 남한으로 오게 돼 북한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게 된 북한 주민 김련희 씨의 비극도 결국 남북한과 인접국 지배자들의 비정한 정책에서 비롯한다.
기본 인권
한편, 자민통계를 비롯한 좌파적 민족주의자들은 주로 남북(의 외교적) 관계 훼손을 우려하는 측면에서 이 문제를 보고 있다. 이들은 탈북민을 남한에 받아들이는 것이 남북 관계를 훼손한다고 여긴다. 북한 체제를 비방하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그런 시각에 근거해 심지어 브로커 등이 탈북 과정에 관여하는 “기획 탈북” 자체가 사실상 “유인 납치”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탈북 종업원 13명 중에 자기 의사에 반해 남한으로 온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과 별도로, 이런 시각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이런 관점은 탈북민이 대부분 자신의 자주적 의사가 아니라 정부, 우익 단체, 브로커 등의 “기획”에 따라 “유인”돼 남한으로 왔다고 본다.
이런 관점은 경제적·정치적 이유로 북한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탈북민들은 굶주림과 빈곤 등을 벗어나기 위해 국경을 넘은 이주자이고, 실질적인 난민들이다.
그러나 좌파적 민족주의자들은 기획 탈북을 문제 삼고 이를 근절하라고 요구하면서도, 정작 기획 탈북이 존재하는 이유는 보지 않은 채 이주와 왕래의 자유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그리고 남한·중국·북한이 이 자유를 억압하는 것도 비판하지 않는다. 그러나 좌파가 탈북민들의 권리를 옹호할 때 지배자들의 위선을 더 잘 드러낼 수 있다.
위선
진정한 남북 교류와 협력은 남북 노동자와 보통의 주민들이 자유롭게 교류하고 유대를 맺는 것이어야 한다. 남북 교류와 협력을 정부 차원의 협력으로 협소하게 보고, 정작 이 근본 목적을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다.
따라서 탈북민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것은 남북 간 자유 왕래 요구라는 맥락 속에 자리매김돼야 한다. 이번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문제나 탈북민들이 겪는 어려움의 대부분은 결국 남북한 주민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없는 데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남북 지배자들은 자유 왕래와 남북 주민 간 자유로운 접촉을 가로막아 왔다. 남북 관계가 조금 좋아질 때도 남북 교류와 왕래는 철저히 남북 당국의 통제 하에 진행됐다.
지난 30년간 진보운동이 대부분 혁명적 경향에서 개혁주의적 경향으로 온건해지면서 언제부터인가 진보진영 내에서 자유 왕래 요구를 진지하게 다루지 않고 있다. 자민통계도 이 요구를 내세우지 않는다. 6·15 선언 등 남북 정부 간 합의를 지지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계급 동맹을 추구하다가 통일운동의 핵심 요구였던 자유 왕래가 후퇴한 듯하다.
그러나 자유 왕래는 남북 노동계급의 단결을 위해 결코 포기할 수 없다. 당장 실현되기 어려운 정세이더라도, 좌파적 강령과 전략이라면 자유 왕래를 제기해야 하고 탈북민에게 자유 왕래의 권리가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자유 왕래는 1948년의 UN인권선언에도 보장돼 있는 기본권 아닌가.
그리고 이번 논란을 계기로, 한국 정부의 탈북민 수용 정책에 문제가 많다는 점도 비판해야 한다. 우선, 수용 기간이 너무 길다. 한국 정부는 탈북민들을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최장 6개월, 그리고 하나원에서 3개월 동안 잡아둘 수 있다. 수용 기간에는 변호인이나 가족·지인 등 외부와의 접촉이 극도로 제한된다. 이는 옛 서독 정부가 서독으로 탈출한 동독 주민을 통상 1~2주가량 수용하고 서독 내 정착지로 보낸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그리고 긴 수용 기간에 가혹행위, 간첩 조작 등 국정원이 문제를 일으킬 여지가 많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탈북민들은 하나원을 나와 정착한 후에도 국가의 감시를 받는다. 대표적으로, 보안경찰이 “신변보호담당관” 자격으로 탈북민들을 관리한다. 보안경찰이 탈북민을 감시하는 건 정부가 탈북민들을 잠재적 간첩으로 여기고 있음을 반영한다. 그래서 “많은 북한이탈주민들이 신변보호담당관이 감시한다는 이유로 수시로 전화번호를 변경하거나 신변보호 활동시 개인 사생활 감시, 개인 인권침해를 [당한다고] 주장[한다.]”(조동운·전병화, ‘북한이탈주민의 정착 및 위기관리 방안’, 2011, 한국지방정부학회) 이런 감시 속에서는 탈북민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진보·좌파는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들이 국가의 감시와 통제로 자유를 제약받지 않도록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폐지를 포함한 장기 수용 중단, 보안경찰이 맡는 신변보호담당관제 폐지 등도 요구해야 한다.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는 어떤 곳?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는 ‘중앙합동신문센터’(합신센터)가 이름만 바꾼 곳이다.
합신센터는 탈북민이 한국에 오면 가장 먼저 들러야 하는 곳이다. 국정원이 그곳에서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위장 탈북 내지 간첩 여부를 조사한다. 이 합신센터의 조사를 통과해야 비로소 탈북민은 하나원에 갈 수 있다. 국정원은 합신센터에서 최장 6개월 동안 탈북민을 구금해 조사하는데, 조사 과정에서 각종 가혹 행위가 벌어져 왔다. “식사시간 이외에는 쇠창살이 있는 독방에 머물러야 하고 화장실도 허락을 받아야 가며, 반복적으로 자술서를 작성했[다]”거나, 조사 과정에서 조사관이 탈북민을 주먹으로 때리는 등 여러 사례들이 폭로됐다.
국정원이 탈북민을 간첩으로 조작하는 곳으로 악명이 높아지자 최근 합신센터를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로 이름을 바꿨다. 그러나 당연히 그 본질이 달라지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