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임금과 안전을 위해 파업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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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 6일 전국의 건설노조 조합원 3만여 명이 일손을 놓고 서울로 모인다. 덤프운전사, 타워크레인 조종사, 목수, 철근공, 외선전기노동자 등 건설현장의 여러 노동자들이 한데 모여 임금·안전 등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투쟁할 것이다.
임금(임대료) 체불
건설 노동자들의 가장 절실한 요구 가운데 하나는 임금을 제때 달라는 것이다.
6월 초 남양주의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덤프 노동자들이 원청사인 대우조선해양의 현장 사무실을 점거했다. 이 현장에서 하청업체가 수억 원에 달하는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임금(임대료)을 지불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데도 이를 수수방관하는 원청(대우조선해양)에 관리·감독 책임을 묻기 위해서였다.
해당 하청업체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이 현장에서 일하는 덤프트럭, 굴삭기, 포장장비 노동자들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는데, 석 달이 지나도록 ‘돈이 없다’며 차일피일 시간을 끌어 왔다.
건설기계 노동자들에게 임금 체불은 생활고 이상의 어려움을 안겨 준다. 당장 장비를 운용할 비용이 없으면 일거리를 두고도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남양주 현장에서처럼 하청업체는 버티기로 일관하고 원청에서는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지난해 건설업 체불임금은 2천4백87억 원이다. 건설노조 조사를 보면,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건설기계 조합원들의 지난해 체불임금도 1백83억 원에 달했다. 이 중 1백77억 원은 정부의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공공 공사에서 발생했다. 지금도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 건설, 부산의 하수관로 정비사업 등 정부·지자체가 발주, 관리·감독하는 현장에서 임금이 체불되고 있다. 정부가 이 지경이니 민간 기업들이 규정을 따를까?
건설 노동자들은 투쟁으로 임금, 임대료 지급보증제도를 쟁취했지만, 관리·감독이 소홀해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건설 노동자들은 정부가 말로만 하는 체불 대책이 아니라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위험한 현장
‘안전사고 위험’도 고질적인 문제다. 1년에 6백 명 가까운 노동자들이 건설 현장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얼마 전 발생한 남양주 지하철 공사 현장 붕괴 사고로 건설 노동자 4명이 목숨을 잃었고 10명이 다쳤다. 사고 현장을 조사한 건설노조 활동가들은 한결같이 “회사가 안전관리만 제대로 했더라도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라고 안타까워했다.
건설 현장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기업들이 ‘안전’보다 ‘이윤’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법으로 금지된 다단계하도급이 여전히 건설 현장에 만연하다. 한 노조 활동가는 “심지어 3억 원짜리 공사가 10단계의 하도급을 거쳐서 3천만 원의 공사 비용으로 진행되는 것도 본 적이 있다” 하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하청업체들은 ‘안전’에 비용을 쓰지 않고, 노동자들을 닦달해 하루라도 더 빨리 일을 끝내 이윤을 조금이라도 더 남기려고 혈안이다. 대부분의 건설 현장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임시직 신호수들이 배치되다 보니 지반이 약한 곳을 구분하지 못한 채 건설기계를 인도하다가 전복 사고가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전봇대 공사를 하는 전기 노동자들은 작업 중 감전으로 팔다리를 잃고, 해마다 12~13명이 목숨을 잃는다. 최근에는 전자파에 장시간 노출되며 작업하는 환경 탓에 백혈병을 비롯한 암 환자가 부쩍 늘고 있다. 전기 노동자들은 고압 전기가 흐르는 전선을 직접 손으로 작업하는 ‘직접활선공법’을 폐지할 것을 몇 년째 요구했지만, 한국전력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 노동자들의 요구를 묵살해 왔고, 정부는 이를 묵인·방조해 왔다. 결국 거듭된 사고와 전국 전기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한국전력은 얼마 전 ‘직접활선공법’을 폐지하겠다고 밝혔지만, 노동자들의 팔다리와 목숨은 되돌려 줄 수 없다.
정부가 ‘다단계하도급 근절’, ‘전문 신호수 도입’, ‘산재 사망 사고 처벌, 원청 책임 강화’ 등 노동자들의 요구에 조금만 귀를 기울였어도 안타까운 사고가 대폭 줄었을 것이다. 적반하장으로 정부는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의 산업 안전 감시 활동을 공갈협박죄로 몰아 구속했다.
노조 공격
청년들이 건설 현장 취업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가 ‘위험이 상주하는 일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사고의 진정한 원인은 못본 체하며 오히려 안전문제를 앞장서 제기해 온 노동자들만 공격하고 있다.
최근 건설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노조 공격에 대한 우려와 분노도 높아지고 있다.
노동자 공격에 눈이 벌개진 정부에게 그동안 민주노총 투쟁에 앞장서고, 해마다 대규모 상경 파업을 벌여 온 건설 노동자들이 눈엣 가시일 것이다. 그래서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를 이유로 건설 노동자 1백여 명이 소환 조사를 받았다. 최근 타워크레인 분과에 대한 공격은 목수·철근공들이 소속된 토목건축분과로 확대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산업 안전 감시 활동뿐만 아니라 건설노조의 조합원 우선 고용 요구를 문제 삼아 이기적인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
물론 노조가 조합원들만의 고용을 요구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단결을 저해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주의자들은 이런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어떤 것이 노동자들 전체의 이익과 단결에 이로운지 노동자들 간에 토론하고 논쟁해 결정할 문제이지 고용 불안에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정부가 나서 처벌할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건설 노동자들의 불안정한 고용 조건을 이용해 끊임없이 노동조건 후퇴를 강요해 온 기업들은 물론이고 정부도 노동자들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공공 공사가 전체 건설 공사의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따라서 정부는 수많은 건설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고용주인데도 그간 건설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을 외면하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해 왔다. 이제 와서 새삼 이런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노동조합을 위축시키려는 뻔한 속셈일 뿐이다.
상경 파업
전국의 건설 노동자들은 정부의 공격을 분쇄하고 건설 현장을 바꿀 법제도 개선을 쟁취하기 위해 7월 6일 상경 파업을 본격적으로 조직하기 시작했다.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6월 20일부터 파업 조직을 위한 현장 활동을 시작했는데, 내가 속한 서울북부건설기계지부에서도 20여 명이 매일 현장을 돌아다니며 파업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올해 제대로 싸워보자는 분위기가 제법 높다. 건설노조의 18개 법제도 개선 요구안에는 체불과 안전 문제뿐만 아니라 퇴직공제부금 인상·확대 적용, 적정임금(임대료)제 도입, 직접시공 전면 도입 등 건설 현장을 바꾸는 데 필요한 여러 요구들이 포함돼 있다. 최근 몇 년간 정부가 건설 노동자들의 투쟁에 양보할 듯 말하다 뒤집어 버리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에 이번에는 한두 개의 요구라도 확실하게 쟁취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타워크레인분과 조합원들도 쟁의행위를 가결해서 7월 6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5월부터 각 지역에서 임금 인상 투쟁을 벌여 온 토목건축분과 조합원들, 한국전력을 상대로 투쟁을 벌여 온 전기분과 노동자들의 사기도 높아 보인다.
정부의 공격을 막고 요구를 쟁취하려면 이번 상경 파업 투쟁을 통해 건설 노동자들의 힘을 분명히 보여 줘야 한다. 이번에는 서울 도심에서 노숙을 하더라도 정부가 요구 수용을 확실히 약속할 때까지 싸우겠다는 결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