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화성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의 기지개를 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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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7일과 22일 교대조 별로 진행된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 ‘구조조정 중단’, ‘해고자 전원복직’ 결의대회에 양일간 비정규직 조합원 1천여 명이 모여 투쟁 의지를 확인했다. 이렇게 많은 인원이 모인 것은 2007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조 통합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화성공장은 1백30만 평이 넘는다. 이렇게 큰 공장 곳곳에 흩어져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40분밖에 안 되는 점심시간에 집회를 하려면 식사를 김밥 따위로 때워야 한다. 그런데도 1천 명이 넘게 모여 집회를 개최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더 눈 여겨 볼 점은 그동안 사측의 눈치를 보느라 집회에 한 번도 참가하지 않았던 신규 조합원들이 대거 참가했다는 사실이다.
집회 내내 열기도 대단했다. 조합원들은 서로를 보며 놀라기도 하고 뿌듯해 했다. 한 조합원은 ‘참여자들의 눈빛이 반짝 반짝 빛났다’, ‘팔뚝질을 이렇게 힘차게 하는 조합원들은 처음본다’ 하며 한껏 고무되기도 했다.
2016년 2월 압도적 지지(4명의 후보가 출마해서 1차 52퍼센트 득표)로 당선한 김수억 분회장은 조합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연단에 올라 ‘직접 생산라인뿐 아니라 청소 식당 등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정규직이다’라며 ‘2016년 강력한 투쟁을 통해 비정규직 없는 공장을 만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그는 ‘해고자 전원 복직 없이 2016년 투쟁 끝나지 않는다’ 하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에 조합원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집회에 참가한 모든 조합원들은 끝날 때까지 한 명도 이탈하지 않고 ‘파업가’를 부르며 결의를 다졌다. 기아차 화성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의 기지개를 켜는 모습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악몽
집회를 몰래 엿보던 기아차 원청은 간담이 서늘해졌는지 집회 후 각 업체에 집회 참가자 수를 조사·보고하고 파업 대비를 위해 대체인력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기아차 원청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비정규직 파업으로 막대한 손실을 경험했고 그 악몽이 재현될까 봐 벌써부터 대책에 부심하고 있는 듯하다. 이들의 걱정을 현실로 만들려면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강력한 투쟁과 이를 지지·엄호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가 중요하다.
2004~06년까지 기아차 화성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은 승승장구했다. 전국 최초로 사내하청 업체와 단협을 체결하고 원청과 고용안정 협약을 맺는 등 승리한 경험이 있다. 이런 전통을 다시 살려야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정규직 김성락 지부장과 장재형 지회장은 이날 집회에 보이지 않았다. 정규직 간부는 화성지회의 극히 일부가 참여했고 활동가들도 노동자연대 기아차모임 회원들이 거의 유일했다.
이런 점들을 극복하려면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투지를 이어가기 위한 노력과 정규직 조합원들의 지지를 확산시키려는 노력을 병행해 가야 한다. 이를 위해 정규직 활동가들과 비정규직 투사들이 공동행동 조직을 위해 목적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