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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보육”? 긴축 위한 ‘무상보육’ 후퇴일 뿐

박근혜 정부가 기어이 '무상보육'을 후퇴시켰다.

정부는 소득이나 맞벌이 여부와 상관 없이 0~2세의 모든 아이들이 하루 12시간 보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

그러더니 이제 홑벌이 가정의 아이들은 기본으로 하루 6시간 이상 이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나섰다. 허울좋게 "맞춤형 보육"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당장 구직 중이거나 재직을 증명하기 어려운 열악한 일자리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여성고용률을 늘리고 출산율을 높이고자 보육 지원을 확대해 왔다. 그런데 이것이 투자한 재정만큼 큰 효과를 내지 못하자, 이제 재정을 더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여기는 듯하다.

이런 '무상보육' 후퇴는 신자유주의적 긴축이라는 정부의 경제 위기 대응 기조에서 비롯한다. 전일반이 아닌 아이들(이른바 '맞춤반')에 대한 보육료를 20퍼센트 삭감하겠다는 게 애초 정부의 계획이었다. ‘무상보육’ 예산 절감을 노렸을 것이다.

정부는 거대 기업에는 분식회계 사실을 알고서도 아낌없이 수조 원을 지원하면서, 노동계급 여성들을 위한 보육 지원은 어떻게든 줄이려 한다. 이처럼 긴축은 단순한 정부 재정 줄이기가 아니다. 노동계급 호주머니 털어서 기업 살리기이다.

여성들(다수가 노동계급인)을 희생시켜 정부와 기업의 필요에 ‘맞추는’ 것이 “맞춤형 보육”의 본질인 것이다. 정부는 긴축 맥락에서 누리과정 예산도 지방교육청에 떠넘긴 바 있다.

이번에 어린이집 운영자들의 반발 때문에 보육료 삭감은 하지 않기로 했지만, 홑벌이 가정의 아이들은 기본으로 하루 6시간 이상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제한은 그대로 추진했다.

고약하게도 정부는 전업 주부들이 아이를 ‘과도하게’ 맡김으로써 직장 다니는 여성들이 피해를 본다는 식으로 이간질했다.

육아 부담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직장을 그만둔 여성들에게, ‘직장 안 다니니까 피해 주지 말고 집에서 아이 돌보라’는 것이다. 보육 지원을 통해 여성고용률을 늘리겠다더니 다시금 집에 있는 여성들에게 육아에 충실하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꼴이다.

그러나 문제는 전업주부들의 이기심이 아니다. 진정한 문제는 정부의 보육 지원이 전혀 충분하지 않고, 근본에서 보육을 민간 시장에 맡겨뒀다는 점이다.

정부가 추진해 온 보육 지원은 민간 어린이집에 등록된 아동 수에 따라 보육료를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운영을 민간에 맡겨두다 보니, 보육 교사의 처지가 여전히 열악하고 보육의 질이 나아지지 않았다. 어린이집 측이 각종 특별활동비를 부모들에게 청구해, 진정한 의미의 ‘무상보육’도 아니었다.

민간 어린이집과 가정 어린이집의 초임교사 평균급여는 각각 144만 원, 139만 원에 지나지 않는다(보건복지부, ‘2015년 보육 실태 조사’). 보육 교사들의 처지가 너무 열악하고 보육의 질이 낮다 보니, 늦게까지 어린이집에 아동을 맡기는 맞벌이 부모들이 죄책감을 가지게 되고, 온전히 12시간 보육을 누리지 못해 왔다. 부모와 교사의 갈등도 생기기 쉽다. 이런 이유로 보육 교사들의 노조는 그동안 8시간 노동(5시간 보육 + 3시간 수업 준비)을 가능하게 하는 2교대제 도입을 요구해 왔다.

박근혜 정부는 이런 조건은 개선하려 하지는 않은 채, 오히려 한계가 많았던 지원책조차 축소했다. 이를 위해 맞벌이 가정과 홑벌이 가정 이용자들끼리 다투도록 부추기고 있다.

정부가 기업주들을 지원하고 사드(THAAD) 따위를 구입하는 데 돈을 쓰는 대신, 국공립 보육시설 대폭 확충, 정부의 시설 직접 운영·보육교사 직고용과 임금인상 등 국가가 책임지고 질 좋은 보육서비스를 제공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확립하는 데 돈을 쓰도록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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