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아베가 개헌선을 확보하다:
그러나 아베를 저지할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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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베 정권과 (평화헌법) ‘개헌 세력’이 7월 10일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 발의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을 차지했다. 이로써 일본 헌정 사상 처음으로 개헌 세력이 중·참 양원에서 3분의 2를 차지하게 됐다. 평화헌법이 만들어진 지 70년 만에 헌법 개정을 위한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집권 이후 줄곧 “패전의 산물”인 현행 헌법을 개정하는 것이 “독립 회복의 상징”이라던 아베였기에 이번 선거 결과는 더욱 우려스럽다.
상원에 해당하는 참의원은 전체 의석의 절반인 1백21석을 3년마다 선거로 뽑는다. 이번 선거로 자민당은 56석을 얻어 기존 65석을 합해 단독으로 참의원 과반을 획득했으며, 공명당과 오사카유신회 등 이른바 ‘개헌 세력’을 합치면 1백65석으로 개헌선인 1백62석 이상을 확보했다.
아베는 선거 당일 기자회견에서 “자민당은 애초 헌법 개정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당”이고 자민당은 이미 2012년에 “헌법 개정 초안을 발표했다”며 개헌 의지는 다시 한 번 내비쳤다. 11일에는 “[자민당이 제시한] 헌법 개정 초안을 기초”로 해 앞으로 국회에 설치될 헌법심사회에서 개헌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르면 올 가을 임시국회에서 초안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2012년 자민당이 내놓은 헌법 개정 초안은 군대 보유와 교전권을 부인한 헌법 9조를 “국방군을 보유한다”는 조항으로 바꾸는 것을 핵심 골자로 한다.
물론 아베가 당장 이번에 9조 전부를 건드릴지는 확실하진 않다. 유사시 총리에게 비상대권을 주고 국민의 자유 및 권리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긴급사태조항” 신설 등을 먼저 개헌하고, 그 후에 9조 개헌을 시도할 공산이 있다.
개헌 시도는 미일동맹 강화를 기초로 “강한 일본”을 만들겠다는 아베와 일본 지배자들의 의지를 보여 주는 것이다. 이들에게 개헌은 지난 반세기 동안 이루지 못한 숙원이었다.
세계경제 위기와 맞물린 일본의 “보통 국가화”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은 제국주의간 경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부상하는 중국과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견제해 아시아 지역에서 패권을 유지·강화하려는 미국과 일본의 행보는 동아시아 지역을 화약고로 만들고 있다.
미·일은 최근 남·동중국해에서 군사력을 전개하며 중국과의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한국 정부가 한·미,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며 사드 배치를 결정한 것도 지역 불안정성을 더욱 높일 것이다.
아베 정권은 집권 이후 특정비밀보호법 제정, 일본판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설치, 무기 수출 3원칙 폐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해석 개헌’, 미·일 방위협력지침 재개정 등을 강행했다. 그리고 지난해 안보법을 강행 통과시키며 일본 군사대국화의 길을 닦아 왔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아베의 개헌 가능성을 걱정하며 일본 공식 정치의 우경화를 우려한다.
저조한 투표율
그러나 일본의 많은 평범한 사람들, 특히 노동자들이 아베 정권과 자민당을 적극 지지한 것은 아니다.
이번 선거 투표율은 54.7퍼센트로 지난 참의원 선거(2013년)보다 약 2퍼센트포인트 늘었지만 전후 최하 투표율 4위를 기록할 만큼 저조했다.
선거 직전 한 방송국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무려 35.1퍼센트가 비례대표 선거에서 지지 정당을 찾지 못한 부동층이었다. 자민당과 내각(정부) 지지율도 올해 들어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아베 정권의 중요 선거 공약이던 아베노믹스 재시동에 대해서도 45퍼센트가 반대했으며 78퍼센트가 실제 경기 회복을 “실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연립여당의 개헌선인 3분의 2석 확보를 지지한다는 답변도 35퍼센트에 불과했다.
이번 선거에서 아베와 자민당이 승리해 개헌 논의를 시작할 열쇠를 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이를 저지할 가능성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개헌에 반대하는 여론이 여전히 다수다. 선거 당일 〈교도통신〉이 실시한 출구조사는 “아베 정권 하에서 개헌”에 반대한다는 답변(50퍼센트)이 찬성(39.8퍼센트)을 크게 웃돌았다. 심지어 자민당과 공명당에게 투표했던 사람들한테서도 반대한다는 답변이 20~40퍼센트로 적지 않았다.
2011년 지진과 쓰나미, 핵발전소 사고로 고통받고 있는 후쿠시마와 반反미군기지·반전 투쟁을 벌이고 있는 오키나와에서는 자민당 현역 대신(장관) 2명이 참패하며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실로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일본공산당도 이번 선거로 소폭 의석을 늘렸으며 도쿄 선거구에서 1명이 당선하기도 했다.
일본의 반전평화 운동도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 선거 이후 일본 반전평화 운동 진영은 “투쟁의 결의” 성명을 내, 개헌선을 내준 것은 “실로 안타까운 결과”지만 “전쟁법[안보법] 구체화, 오키나와 미군기지 건설, 핵발전소 재가동·추진 정책 등을 가속화”하고 “아베노믹스 정책도 강행할 … 아베 정권의 폭거에 맞서 투쟁을 강화하자”고 호소했다. 일본 운동이 아베에 맞서 끈질기게 건설해 나갈 투쟁에 아낌없는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저항
첨언하자면, 그럼에도 지난 반전평화 운동을 이끈 개혁주의 세력의 무능이 이번 선거에 “대안 없음”으로 작용한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본 운동은 1960년 안보투쟁 이후 처음으로 12만 명이 연대해 국회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며 아베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그러나 안보법 통과 이후에도 운동이 건재하던 상황에서 개혁주의자들이 일찌감치 운동의 방향을 선거로 전환한 것이 아베의 숨통을 트게 해 주는 결과를 낳았을 것이다.
아베 정권이 추진하려는 것은 “강한 일본”, “전쟁할 수 있는 보통 국가화”로 불리는 국가 개조 프로젝트다. 이에 효과적으로 맞서려면 거리에서 저항과 함께 노동자 계급이 힘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 이 운동의 성패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 아베 정권에 맞서 저항하고 행동하는 일본 노동자·민중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설득력 있는 대안을 내놓을 일본 내 좌파가 성장하기를 바란다.
일본 지배자들의 군국화 야욕과 강한 일본 만들기는 아베 개인의 욕심만이 아니라 장기화한 세계경제 위기 속에 치열해지는 제국주의 경쟁을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에서도 궁극적으로 반자본주의적 노동자 운동이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