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는 북한 미사일 요격용이 아니라 중국 견제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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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당국의 사드 성주 배치 발표 이후, 성주 현지의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인구 4만 5천 명의 고장에서 매일 저녁 촛불 집회에 2천여 명이나 참가하고 있다.
성주 주민들의 강한 반발은 자칫 사드 배치 일정에 차질을 빚게 만들 수 있는 데다, 박근혜의 정치적 근거지인 대구·경북 지역에 미칠 정치적 파장도 만만치 않다. 그리고 기성 정치권 내에서도 이런 식의 한미동맹 ‘올인’이 맞는지를 놓고 이견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8월 2일 박근혜가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이 멈추지 않고 있어서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이라고 말한 까닭이다.
물론 박근혜는 결코 물러서지 않고 정면 돌파할 태세다. 8월 15일 박근혜는 광복절 경축사에서 사드 문제는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언제나 그랬듯이, 국가안보 문제를 놓고 자신이 한 결정에 토 달지 말라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사드 배치가 ‘북한의 무모한 도발 때문에 선택한 자위권적 조치’라고 강변해 왔다. 사드 배치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대북용이라는 주장이다.
북한
한반도에서 사드를 포함한 미사일방어체계(MD)가 북한 미사일을 막는 데 쓸모가 없다는 점은 미국 의회조사국 보고서가 두 차례나 인정한 바 있다. 사드한국배치반대 전국대책회의(준)도 “한반도는 남북 간 거리가 매우 짧고 산악지형이 70퍼센트에 달해 북한 탄도미사일을 조기에 탐지하기 어려워” 북한 탄도미사일을 겨냥한 요격 체계의 유용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명분으로 한 사드 배치가 사실 중국을 겨냥한다는 점은 복잡한 군사 전문 지식이 없어도 한반도 문제를 관심 있게 지켜 본 사람이라면 다 알 수 있다.
MD(미사일방어) 계획은 미국 정부가 냉전 시대에 추진했다가 중단한 ‘스타워즈’ 계획을 1990년대에 되살려 낸 것이다. 그 명분은 바로 북한 등 소위 ‘불량 국가’들이 머지않아 미국 본토를 타격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미국은 북한 미사일 위협을 강조해 가장 바랐던 바, 즉 일본을 MD 계획에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한 ‘불량 국가’는 없다. 미국이 자신의 정책을 추진하려고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과장했던 것이다. 미국이 MD를 추진하면서 진정 겨냥했던 것은 중국·러시아 등 경쟁 제국주의 국가들이었다.
지난 사반세기의 경험을 돌아보면, 1990년대 초경 핵무기는커녕 중거리 미사일조차 만들지 못하던 북한 지배자들이 미국과 남한의 대북 압박 강화에 위협을 느끼며 점차 핵과 미사일에 집착하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2002년, 당시 미국 대통령 조지 W. 부시는 이라크 침공을 앞두고 전술의 일환으로 북한을 이라크·이란과 함께 “악의 축”으로 지목하고 대북 압박을 강화했다. 그리고 2003년 3월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해 점령했다. 그해 북한을 방문한 미국 의회 대표단한테 북한 관리들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핵무기를 제조하는 것은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 신세가 되지 않기 위해서다.”
이후에도 미국은 북한 핵실험과 로켓 발사나 남·북한간 국지적 충돌 같은 긴장을 이용해 동아시아에서 동맹과 군사력 강화 같은 전략적 이익을 추구했다. 예컨대 2010년 연평도 상호 포격 사태를 이용해 미 항공모함을 중국의 코앞에 들이민 적이 있다.
박근혜는 한반도를 “핵과 미사일, 전쟁의 공포” 속에 놓이게 한 원인이 북한의 핵무기에 있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실상은 제국주의에서 비롯한 미국의 동아시아 패권 정책이라는 맥락에서 봐야 한다. 그래야 현재 한반도 주변 정세 긴장 증대의 진정한 원인과 성격을 알 수 있다.
MD 편입
박근혜 정부는 사드 한국 배치가 한국의 미국 MD 편입과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얼마 전 방한한 미국 미사일방어청장 제임스 시링도 박근혜 정부의 주장을 뒷받침해 주기 위한 말을 했다. “한반도 사드는 [북한 핵미사일 요격 목적의] 종말 모드로, 중국을 겨냥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미군이 운용하는 범세계적인 미사일방어체계(MD)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한국과 미국 정부가 이렇게 공조하는 것은 사드가 ‘북한 도발에 대비하는 자위적 조처’라는 거짓말을 계속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사드는 미사일방어체계의 일부로 운용하려고 고안한 것이다. 사드가 전체 MD 체계와 연동되지 않는다면 그 유용성은 매우 낮아진다. 사드는 다른 MD 자산들과 연동돼 MD 체계의 ‘눈’ 구실을 해야 한다. 즉, 중국 등의 미사일 발사를 사드 레이더가 탐지하고 그 궤적을 추적하면 미국 미사일방어체계를 따라 미국과 일본의 이지스함 등에 요격을 위한 정보가 제공돼야 하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그 비싼 무기를 한반도에 들일 까닭이 없다.
제임스 시링도 사드 레이더가 중국 미사일을 탐지하는 데 이용될 수 있음을 부인하지 못했다. “순수하게 물리적인 측면에서 [사드 레이더가] 단기간에 [중국을 레이더로 탐지할 수 있는 전방배치 모드로] 전환하는 것은 가능하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잘 지적했듯, 미국은 “사드가 다른 미사일 자산과 통합되어 동북아에서 한·미·일이 하나의 미사일방어체계를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따라서 사드 한국 배치는 끝이 아니고, 더 위험한 후속 조처들이 이어질 게 분명하다.
사드 배치로 끝나지 않아
MD를 추진하면서 미국 정부는 동맹국들을 끌어들이려고 애썼다. 미국의 경제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하락하면서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부담을 더 지우려 했던 것이다. 이 점에서 오늘날의 MD 계획은 1980년대 ‘스타워즈’ 계획에 견줘 미국에 이점을 안겨 줬다. 이삼성 한림대 교수는 이렇게 지적한 바 있다.
“스타워즈는 동맹국들의 재정적 참여를 유도하기 쉽지 않았지만 미국의 동맹지역에 전역미사일방어체제를 설치할 때는 그 관련 동맹국들의 비용분담을 이끌어내기가 훨씬 용이해진다. 아울러 일본과 같은 동맹국의 군사기술을 미국 자신의 새로운 방위전력체제 건설에 더 광범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세계와 미국》, 한길사, 2001.)
그래서 미국은 동북아에서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면서 동맹국들의 재정적 기여와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리하여 일본은 일찌감치 MD 구축에 가담해, SM-3 미사일 등 MD 체계 구축을 위한 기술개발·연구에 동참해 왔다. 한국도 점차 MD 협력 정도를 높여 왔고, 미국 미사일방어청은 한국이 MD의 국제적 협력국가에 포함돼 있다고 밝혀 왔다.
사드 배치는 한국의 MD 협력 수준을 획기적으로 바꿔 놓을 것이고, 상당한 부담도 짊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얼마 전 주한미군 사령관 빈센트 브룩스는 한국국방연구원 포럼에 참석해서 사드가 “다층적인 [미사일방어]체계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또한, 요격 미사일인 PAC-3 미사일을 지속적으로 조달하는 것과 해상 기반 요격 능력을 추구하는 것도 다층적인 미사일방어체계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한국이 이런 방향으로 전력을 강화해 줄 것을 바라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한국은 2018년 PAC-3를 다수 도입할 예정이다. 그리고 한국군이 해상 요격 미사일인 SM-3 미사일을 구입해 새 이지스함에 탑재한다는 얘기가 미국과 한국 정부 내에서 계속 언급되고 있다. SM-3 미사일을 도입하면, 한국 이지스 함은 미군이 제공한 정보를 받아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게 된다. 향후 한국 정부가 직접 사드를 구입해 운용할 가능성도 있다.
그에 따른 막대한 비용 부담(SM-3 미사일은 대당 가격만 3백억 원을 웃돌 수 있다)은 고스란히 한국 노동계급과 서민들이 짊어지게 될 것이다.
6월 말 하와이 인근에서 한·미·일 MD 연합 훈련에 한국 이지스 함이 참여하는 등 한·미·일 간 통합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움직임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구상이 끝내 실현된다면,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한·미·일 3국이 공동의 작전 상황판을 공유하면서 작전을 펼치는 모습을 목도하게 될지 모른다. 자연히 동아시아 전반의 긴장이 더한층 악화하면서 한반도는 제국주의 간 갈등의 주요 무대가 될 것이다. 우리가 한국과 미국 정부의 (사드가 평화를 위해서라는) ‘괴담’ 유포에 분노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