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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당 서울시의원은 학원 교습시간 연장 시도 말라

여름방학을 앞두고,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방학 때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한 아이가 “학원 안 가는 거요” 하고 답하니 너도 나도 고개를 끄덕끄덕. 아이들의 방학 생활 계획에 ‘학원 가기’가 없는 아이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놀라지 마시라. 다양한 활동을 하며 즐겁게 배워야 할 청소년들이 주당 70~80시간을 책상에 앉아 있다고 한다. 2015년 통계로 6년째 OECD 국가들 가운데 청소년 행복지수가 꼴찌인 한국 청소년의 가장 많은 자살 이유는 성적 스트레스다. 한국 사회에서 대학 입시 경쟁으로 인한 성적 스트레스는 초등학생, 아니 영어 유치원을 다녀야 하는 유치원생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실로 어마어마하다.

이러한 상황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학원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학교 일과를 마치고도 학원에서 밤늦도록 공부에 시달려야 하는 학생들은 마치 밤새도록 돌아가는 ‘공장의 기계’들과 같다. 한편, 사교육 시장이 가장 큰 서울에서는 학원 교습 시간을 밤 10시로 제한하고 있어, 전국적으로 학원 심야 교습에 대한 제재의 필요성을 그나마 보여 주는 기준이 돼 왔다.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학원가 ⓒ사진 임수현

그런데 최근 박호근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은 “현재 조례상 학교급별에 관계없이 학원 교습시간을 일률적으로 22시까지 제한하고 있는 것은 대학 입시를 앞두고 있는 고등학생에 있어서는 학습권을 제약한다”며 고등학생의 교습시간을 23시까지로 연장해야 한다는 조례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학 입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하는 공부는 하고 싶어서 밤늦게까지 하는 진정한 학문 탐구가 아니다. 옆 친구가 공부할 때 쉬는 것조차 불안해질 정도로, 여러 시험 관문에 대한 강박으로 해야 하는 공부다. 고등학교 학원 교습 시간이 1시간 늘어날 때 중학생, 초등학생의 학업 하중도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학습권’이란 이름으로 포장하면서 학생들의 행복과 ‘건강권’을 내다 버리는 일을 해선 안 된다.

서울시에서 학원 교습시간 연장 조례안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에도 24시간 학원 운영 조례 개정 시도가 있었다. 이에 대한 저지 투쟁 덕분에 22시까지로 제한할 수 있었다. 학원업계는 학원 운영 시간 제한을 풀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그런데 이런 학원업계의 요구를 더민주당 의원들이 받아들여 조례 개정안을 발의하려는 것이다. 서울 시민들이 과연 청소년을 무한경쟁에 내몰고, 사교육 시장의 돈벌이로 전락시키는 것을 원해서 그들을 선택했던가?

여론조사기관 지앤컴퍼니의 2015년 ‘적절한 학원의 심야영업규제 시간에 대한 의견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의 80퍼센트 이상이 22시(더 이르게 규제하자는 의견도 많았음) 이전으로 학원 운영 시간을 제한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자본주의 사회의 경쟁 사슬을 끊어버리고, 대학 입시 경쟁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겠지만, 당장 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유발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은 ‘초등 1, 2학년 숙제 없는 학교’ 정책을 내놓았는데, 학교에서 숙제를 없애더라도 학원이 학습을 과도하게 유도하는 상황에서 즐거운 배움은 어려울 듯하다. 입시 경쟁에 신음하고 있는 청소년들을 위해 학원 운영 시간을 연장하는 조례 개정안이 발의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