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난민 6천만 명을 넘다:
제국주의 전쟁이 난민 위기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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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난민기구가 최근 발표한 ‘2015년 글로벌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난민의 수가 6천5백30만 명으로 제2차세계대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쟁이나 박해를 피해 국외로 떠난 난민이 2천1백30만 명, 난민 신청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이 3백20만 명, 자국의 영토 내에서 피신중인 국내 실향민이 4천8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1분마다 24명이 집을 잃었는데, 이는 성인의 분당 호흡수의 두 배에 이르는 속도로 난민이 되고 있는 것"이다.(위의 보고서) 5년 사이에 난민의 숫자는 무려 50퍼센트가 증가했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2015년 전 세계 난민의 51퍼센트가 아동이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보호자 없이 홀로 난민 신청을 한 아동이 9만 8천4백 건에 달했다.
난민이 가장 많이 발생한 나라는 시리아로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인 1천1백69만 명이 난민이 됐다. 콜롬비아가 7백29만 명, 팔레스타인 5백20만 명, 이라크 4백90만 명, 아프가니스탄 4백25만 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하나같이 미국과 유럽, 러시아 등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 전쟁을 겪었거나, 그들의 개입 때문에 내전이 더욱 파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곳들이다. 그러나 제국주의 열강은 난민 사태에 거의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
난민을 대규모로 수용하고 있는 나라들은 난민 발생국에 인접한 곳이다. 터키가 가장 많은 2백54만 명을 수용하고 있고, 파키스탄이 1백56만 명, 레바논이 1백7만 명을 수용하고 있다. 레바논은 국토가 경상남도 보다도 작고 전체 인구가 4백50만 명이 안 되는 나라인데 인구 4명 당 1명꼴로 난민이 살고 있다. 경제 규모 대비 가장 많은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국가는 콩고민주공화국이다.
그에 비하면 미국과 유럽 지배자들의 태도는 인색하기 그지없다. 미국은 올해 9월까지 시리아 난민을 겨우 1만 명만 받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 수용한 난민은 여태껏 그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유럽도 호들갑스럽게 난민 위기를 말하지만 선진국이 즐비한 유럽연합에서 난민은 전체 인구의 0.2퍼센트밖에 안 된다.
유럽연합
그런데도 유럽연합은 지난해 터키와 난민 송환 협정을 맺어 유럽에 들어온 난민을 대거 터키로 되돌려 보냈다. 최근에는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 국가들과도 비슷한 협정을 맺으려 한다. 또, 유럽연합은 군함, 헬리콥터, 무인 정찰기를 투입하는 해상 순찰을 강화해 난민의 유입을 사전에 차단하려 한다. 이 때문에 난민들은 전보다 더 위험한 경로를 선택하고 있다. 지중해에서 익사하는 난민이 급증해 2년 반 새 1만 명을 돌파했다.(본지 178호, ‘지중해 익사 난민 2년 반 새 1만 명 돌파 — 유럽연합은 난민들에게 닫혀 있는 요새’)
지난해 언론에서는 “독일, 난민 80만 명 수용”이라며 독일이 난민 수용에 관대하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까지 독일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은 숫자는 31만 6천 명에 불과했다. 그보다 더 많은 42만여 명이 난민 신청을 한 상태에서 아직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독일 정부가 난민을 선별하고 추방하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난민 신청자들이 실제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마저도 어찌어찌 독일에 입성한 난민의 경우이고, 유럽 각국의 국경 봉쇄 때문에 독일로 가는 길목에서 발목 잡힌 수많은 난민에게는 독일 난민 신청 자체가 ‘그림의 떡’이다.
미국과 유럽 지배자들은 난민 수용 비용이 부담 된다며 엄살을 떤다. 그러나 그들이 전쟁에 쏟아부은 돈의 반의 반만이라도 난민을 위해 썼다면 난민 문제는 해결됐을 것이다. 미국이 13년 동안(2001~2014년) 전쟁에 쏟아부은 돈은 1조 6천억 달러(약 1천8백조 원)나 되지만 2014년에 미국이 난민 구제를 위해 쓴 돈은 11억 달러(약 1조 2천억 원)에 불과하다.
독일도 난민 때문에 한국 돈으로 10조 원 이상을 썼다며 투덜댔지만 이 돈은 독일 GDP의 0.3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제국주의 열강이 중동과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에서 민중의 삶을 파괴하며 난민을 급증시킨 책임이 있다. 난민을 위해 국경을 개방하고,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난민 수용을 대폭 늘려라
한국 정부도 세계적인 난민 사태에 얼마간 책임이 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을 지지하며 파병을 했다. 또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는 것을 적극 지지했고, 레바논에 파병된 동명부대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을 가로막는 것을 사실상 거들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난민 문제에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처럼 한국도 난민 신청자가 2011년 1천 명을 넘어선 이래 매년 급증해 지난해에는 약 5천7백 명에 이르렀다.
난민 신청이 과거에 비해 늘었다지만 여전히 전체 규모는 인구 대비 1만 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3.4퍼센트로(올해 4월 기준) OECD 평균(20퍼센트)에 비하면 한참 낮다. 더군다나 가족 결합과 재정착, 행정소송에서 이겨 인정받는 숫자를 제외하면 온전히 법무부 단계에서 난민 인정을 받은 비율은 1.9퍼센트에 불과하다. 2011년 이래 인정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특히 정부는 시리아에서 온 난민이 증가하자 시리아 난민 중에 테러리스트가 있을 수 있다며 시리아인의 입국 규제를 더욱 강화했다. 정부는 시리아 난민 28명이 난민 인정 심사를 받을 기회조차 박탈한 채 인천국제공항의 송환대기실에 반년 넘게 구금했다. 이 난민들은 난민 지원 단체와 이주 운동 단체들의 제기와 소송 끝에 난민 인정 심사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지난 6월에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정부는 반성은커녕 항소를 한 상태이다.
정부가 한국에 온 시리아인들을 이토록 괴롭히는 이유는 전 세계 난민들에게 한국에 오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서일 것이다.
한국의 난민 수용은 대폭 확대돼야 한다. 난민들은 한국 정부도 동참한 제국주의 전쟁이 낳은 피해자들이다. 올해 한국의 난민 관련 예산은 24억 원이 안 된다. 난민 신청자는 급증했지만 예산은 지난해보다 줄었다. 난민 인정을 확대하고 지원을 늘려야 한다.
난민 인정을 받기가 더 힘들어진 탈북민들
‘2015년 글로벌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난민 인정을 받은 탈북민의 숫자가 1천1백3명이다. 2014년 1천2백82명보다 1백79명 줄어든 것이다.
이는 북한을 이탈하는 주민들이 줄었다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난민으로 인정받기 더욱 힘들어졌다는 뜻이다.
북한에서 국경을 넘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머물고 있는 중국은 북한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해 아예 탈북민들을 난민으로 보지 않는다.
탈북민들은 남한이 아닌 서방의 제3국에서 난민 인정받기가 어렵게 돼 있다. 법률상 남한 정부는 북한까지 남한의 영토라며 북한 사람들을 한국 국민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 남한 정부는 탈북민들을 국민으로 여기기는커녕 한국행을 원하는 많은 탈북민들을 외면하고 그들이 위험천만한 상황에 놓이게 방치한다.
이런 형식적인 규정 때문에 탈북민들은 제3국에서 난민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북한뿐 아니라 남한에서도 정치적인 박해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이 때문에 많은 탈북민들이 난민으로 인정받는 데 이중의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
또 남한에 정착했던 탈북민 중에도 남한에서의 차별과 억압을 견디다 못해 제3국으로 난민 신청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 정부는 탈북민들이 경제적 부담이 된다며 탈북민들에 대한 지원금을 줄여 왔고, 이들 중에 간첩이 있을 수 있다며 일상적으로 감시할 뿐 아니라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에서 보듯 정치적 먹잇감으로 삼는다. 심각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 많은 탈북민들이 일자리도 구하기 힘든 어려운 삶을 살고 있고, 심각한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고 있다.
무엇보다 한번 남한의 국민이 되면 다시 북한에 갈 수 없다는 것은 가족 간의 생이별을 낳는 큰 제약이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또다시 제3국을 선택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서방의 여러 국가들은 남한을 거쳐 간 탈북민들을 “위장 난민”이라며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세계적인 난민 위기 때문에 전반적인 난민 심사가 강화된 것도 탈북민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을 수 있다.
이런 현실은 미국을 위시한 서방 국가들이 유엔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을, 자국에서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킨 것이 가난한 북한 사람들의 인권과는 아무 상관이 없이 북한을 정치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위선이라는 점을 다시금 보여 준다.
탈북민들은 가난하고 천대받는 피억압 집단의 일부이다. 이들이 남한이든, 북한이든, 제3국이든 원하는 곳에서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