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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재벌이 문제인 이유 7가지

재벌의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 요즘, 재벌을 폭로하는 작은 책이 나왔다. 경상대학교 김어진 학술연구교수가 한국 사회에서 재벌이 왜 문제인지 7가지 문답 형식을 글을 썼다. 소책자 정도의 분량이지만 내용은 알차다.

김어진은 한국 사회에서 재벌이 탄생한 추악한 역사를 추적할 뿐 아니라 오늘날 황제 경영, 불법과 탈법으로 얼룩진 세습, 글로벌 착취기업 등의 이유로 문제가 있다고 진단한다.

《재벌이 뭐가 문제인데?》, 김어진 지음, 길밖의길, 6,000원.

이 책에서는 재벌이 혁신 경영, 글로벌 경영을 통해 세계적 기업의 반열에 올랐다는 주장에 대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구체적 사례를 들어 “재벌의 비약적 성장은 총수의 혁신 경영 덕분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헌신과 희생 덕분”이라고 강조한다.

김어진은 기술 혁신의 비밀이 고강도 고위험 연구노동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연구개발 노동자들의 노동이 표준화라는 허울 좋은 이름 하에 어떻게 소외된 노동으로 전락하는지를 훌륭하게 묘사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제조라인에서 노동 표준화, 통제 강화, 경쟁 강화 보상체계가 더욱 강화된다는 점을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전자의 사례를 통해 폭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에서 일했던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정말 미친 듯이 일했습니다. 저는 용접을 했는데, 최고 40시간까지 잠 한숨 못 자고 일한 적도 있습니다. 이렇게 일하다 보면 안전이고 뭐고 정신이 하나도 없지요. 멍한 상태에서 이동하다 떨어져 죽은 사람도 수두룩했습니다. 죽은 사람에 대한 보상은 돈 몇 푼으로 끝났습니다.” 그런데도 사측은 세계 조선소 사상 유례 없는 신기록을 세우는 데 일등 공신이었던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을 이제는 적자가 난다는 이유로 해고하려 하고 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내는 법. 1997년 경제 위기 이후 재벌 기업들은 해외 공장을 건설하고 글로벌 공급사슬을 구축하는 등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했다. 이 과정에서 재벌 기업들이 거둔 성공의 비밀은 저임금 초착취 노동이었다.

김어진은 이 책에서 재벌 문제에 대해 구체적이고 생생한 폭로를 했다. 그런데 진보·좌파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다양한 대안들과 이에 대한 비판적 평가에 지면을 거의 할애하지 않았다. 다소 아쉬운 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한국 사회에서 재벌이 차지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을 천착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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