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용정보원 보고서:
‘부모 소득이 자녀 취업에까지 영향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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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많은 대학생들이 학교를 다니며 일을 한다. 이 중 절반은 ‘생활비 마련’을 위한 ‘생존대책’이다(대학내일20대연구소, 2015). 그래서 졸업까지 걸리는 기간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한국고용정보원이 ‘재학 중 근로경험 유형에 따른 근로자 특성 및 노동시장 성과 차이’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출신 배경이 취업까지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보고서에는 가족을 통해 학비를 조달하고 재학 중 일자리가 자신의 전공과 일치하는 경우를 ‘자기계발형’으로, 스스로 혹은 학자금 융자를 통해 학비를 조달하고 재학 중 일자리가 자신의 전공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를 ‘생계형’으로 나누었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임금수준, 직무만족도, 2년이상 유지 비율” 모두에서 자기계발형이 평균적으로 더 높았다. 대기업에 취업률도 자기계발형이 생계형보다 3.4퍼센트포인트 높았다.
자기계발형에 해당되는 학생들 중에는 “서울 4년제” 출신이, 생계형은 “지방 2년제” 출신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익히 알려져 있듯이 부모의 소득은 학력을 결정하는 데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2015년 통계청의 ‘초중고 사교육비조사 결과’를 봐도 가구의 월평균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과 참여율이 높았다. 월평균 소득 최상위 가구와 최하위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은 7배나 차이 난다. 2016년 서울대학교 합격생의 경우 특목고, 자율형 사립고, 강남3구 일반고가 출신 학생들이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임금 불평등 → 소득 불평등 → 교육 불평등 → 일자리 불평등 → 임금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순환 고리’(〈프레시안〉2016.07.26)가 만들어진 상황이다.
그런데 보고서는 “대학생 스스로 이를 인지하여 일자리 종류를 선택”해야 한다며, “지방대 학생들이 경쟁력이 뒤쳐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을 주문한다.
그러나 왜 저소득 가정 출신의 학생들은 특별히 더 노력해야 하는가? ‘재학 중 근로경험 유형’은 결코 개인 선택의 영역이 아니다. 최저임금을 겨우 받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대체 어디 있는가? ‘하위’ 대학 일수록,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해외연수처럼 스펙에 도움되는 경력을 쌓기에 한계가 크다. 또 과외처럼 시간 투여 대비 그나마 돈이 되는 알바를 하기도 어렵다.
이런 악순환은 대학서열화와 입시제도에서 비롯한다. 갈수록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도 이런 악순환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학력이나 출신배경이 임금이나 노동조건에서의 차별로 작용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는 대학구조개혁은 오히려 기존의 대학 서열체제를 계속 유지 강화하는 구실을 한다. 정부가 직접 평가하는 ‘대학등급’이 노동시장에서 어떤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로 연결돼 오히려 노동시장에서의 차별을 강화하는 셈이다. ‘선(先)취업 후(後)진학’을 모토로 삼아 고졸 취업을 늘리려는 것도, 진정한 “능력 중심 사회”를 만들려는 게 아니라 저임금 노동력을 수월하게 공급받으려는 의도일 뿐이다.
‘자기계발형’ 경험을 한 사람들이 속해있는 일자리가 그나마 상대적으로 낫다는 것일 뿐이지 전체 청년층의 노동조건은 열악하다. 청년층 절반 이상이 졸업 후 비정규직으로 신규 취업을 한다. 청년층의 27퍼센트가 중위임금의 3분의 2도 받지 못한다. 그래서 직업선호도 조사에서 학력을 떠나 국가기관, 공기업처럼 안정적인 일자리가 1순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출신배경, 학력에 따른 차별이 없는 양질의 일자리를 정부가 책임지고 공공서비스 부문에서 대폭 늘려야 한다. 또 취업을 위한 교육뿐 아니라 원하는 내용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교육재정을 늘려 책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