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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모단정?

나는 올해 2월 졸업을 앞둔 많은 여성 구직자들 중 한 사람이다. 고교 졸업자의 취업률이 11년 만에, 대학교 졸업자 취업률은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하는 등 살인적인 실업률이 계속되고 있다. 나는 최근 일자리를 구하는 과정에서 특히 여성에게는 취업문이 더 좁고 ‘외모’를 엄격하게 따진다는 것을 몸소 실감할 수 있었다.

거의 대부분의 사무직 모집 광고에는 ‘용모단정’이라는 자격요건이 명시돼 있었다. 도대체 용모가 단정하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

한 중견기업의 인사담당자는 “뚱뚱하거나 키가 160센티미터 이하인 여성은 면접에서 감점 처리한다”며 “남성과 달리 여성의 경우는 안경을 쓰거나 지나치게 수수한 것도 감점 요인”이라고 밝혔다.

취업전문업체 스카우트가 지난 9월 말 기업 인사담당자 2백43명에게 “채용 시 구직자의 외모가 영향을 미치는가” 하고 물은 결과, 66.7퍼센트가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73.7퍼센트의 인사 담당자들은 “실력이 뛰어나지만 외모가 호감형이 아닌 사람보다, 실력이 부족하지만 외모가 호감형인 사람을 택하겠다”고 답했다.

사무직보다 더 노골적으로 외모를 고용 기준으로 삼는 직종이 바로 서비스직이다. 이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외모에 따라 벌어들이는 수입이 천차만별이다.

의사·변호사 등 상류층의 피부 관리를 전문으로 한다는 한 피부 관리 숍에서는 키 163센티미터 이상, 외모에 자신있는 20∼25세 이하 여성들에게 하루에 적게는 18만 원에서 많게는 30만 원의 일당을 지급한다.

반면 평범한 여성들에게는 일당 3∼4만 원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 기회만 주어진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전일 근무하는 여직원에게 50만 원을 주겠다는 한 중소기업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외모는 곧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많은 여성들은 자신의 인생과 성공에서 외모가 차지하는 비중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최근 여성 포털 사이트 팟찌닷컴이 20∼30대 여성 4백32명을 대상으로 “올해 가장 큰 스트레스”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43퍼센트가 다이어트를 꼽았다. 이 중 63퍼센트가 “몸매로 인한 사회적 불이익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취업 시즌을 맞아 많은 여성들은 집단으로 성형수술이나 몸매관리를 받기도 한다. 한 도우미 대행사는 한 성형외과와 제휴를 맺어 도우미 여성들의 경우 성형수술 시 수술 비용의 30∼40퍼센트를 할인해 주는 혜택(?)을 마련해 주기도 했다.

이러한 광적인 외모지상주의는 평범한 여성들을 끔찍한 피해자로 만들었다. 방송이 나간 뒤 많은 사람들의 동정과 관심을 받은 ‘선풍기 아줌마’도 그러한 예다.

그녀는 여러 차례 성형수술 실패 후 외모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자신이 직접 파라핀과 콩기름을 얼굴에 주입한 결과 얼굴이 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고 말았다.

야만적인 이 사회의 모습은 많은 여성들의 한숨과 눈물에서도 고스란히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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