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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거파업으로 생산·물류·영업을 모두 마비시킨 오비맥주 노동자들

국내 맥주업계 1위인 오비맥주에서 노동자들의 단호한 파업으로 생산·물류가 모두 완전히 마비됐다.

오비맥주 청주·이천·광주 등 공장 3곳이 공동 파업에 돌입한 것은 7년 만의 일이다. 민주노총 화섬노조와 한국노총 화섬노련으로 조직된 이 노동자들은 8월 13일부터 영업직 노동자 6백여 명까지 포함해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광복절 연휴로 실질적인 전면 파업은 16일부터 본격화됐다. 노동자들은 이날부터 공장을 점거하고 생산을 완전히 멈춰 세웠다.

고무적이게도, 오비맥주의 물량을 운송하는 화물차와 지게차 부문도 공동 파업에 나섰다. 앞서 8월 12일부터 무기한 전면 파업을 벌이던 화물연대 노동자 1백60여 명은 16일 생산직·영업직 노동자들이 점거파업에 돌입하자, 이들과 함께 연대하며 청주·이천·광주 공장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똥줄이 탄 사측은 광주 공장의 물량을 빼내려고 시도했지만,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공장 출입구에서 버티며 비조합원들의 운송을 차단했다.

화섬노조 소속의 오비맥주 사내하청지회 조합원 30여 명도 16일부터 지게차 운행을 중단하고 파업 대열에 함께하고 있다.

요컨대, 지금 오비맥주는 생산부터 물류, 영업까지 그야말로 모두 멈춰 섰다. 사측은 노동자들의 단호한 파업으로 맥주시장 최대 성수기에 비상이 걸렸다.

점거파업으로 생산 · 물류 · 영업을 모두 마비시킨 오비맥주 노동자들 ⓒ장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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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임금

노동자들의 핵심 요구는 임금 인상이다. 오비맥주의 사주인 세계적 맥주 판매회사 AB인베브는 “글로벌 스탠다드” 운운하며 지난해 생산 목표치를 높게 책정했다. 그리고 이를 빌미로 성과급 일체를 지급하지 않는 등 실질임금을 삭감했다. 주말 연장근로가 늘었는데 각종 수당도 삭감했다.

오비맥주 측은 화물 노동자들에게도 비용 부담을 떠넘겼다. 사측은 “물동 경쟁력”을 높이겠다면서 2년새 운송비를 세 차례나 삭감했다. 지난 5월에도 사측은 운송료를 8퍼센트나 삭감했다. 더구나 사측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배송 방식을 변경하겠다면서 노동자들에게 그 부담을 떠넘겨 왔다. 2014년에는 노동자들에게 2~3억 원씩 빚을 내 25톤 이상의 대형차로 교체하게 만들더니, 이제는 5톤 차량을 이용한 대리점 직배송 방식을 확대하겠다며 기존 노동자들의 일자리마저 위협했다.

사측은 매출 축소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오비맥주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7.6퍼센트나 늘었다. 순이익 증가율도 12.7퍼센트나 됐다. 더구나 사측이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동안, AB인베브는 엄청난 규모의 배당금을 챙겼다. 이들이 지난해 가져간 주주 배당은 순이익보다도 무려 1천1백53억 원이 많은 3천7백억 원에 이르렀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실질임금 인상과 성과급 기준 재조정을 요구하는 것은 완전히 정당하다.

애가 탄

노동자들의 단호한 투쟁 때문에 지금 사측은 상당히 궁지에 몰렸다. 그동안 고작 1퍼센트 임금 인상 입장을 고수해 왔던 사측은 생산과 물류가 마비된 지 이틀 만에 일정한 양보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이 안을 부결시키고 파업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오비맥주 측은 화물 노동자들의 운송료 인상 등의 요구에 관해서는 ‘CJ대한통운 측과 대화를 해보겠다’는 수준의 답변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화물연대는 공장 앞을 화물차량으로 완전히 봉쇄하며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지금 오비맥주 측은 생산·물류 마비사태가 지속돼 시장에서 점유율을 놓칠까 봐 상당히 애가 타 있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점거와 물류 봉쇄를 지속하며 단호하게 투쟁을 이어간다면, 요구를 따내는 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며칠간 노동자들은 소속 노조와 직종을 뛰어넘는 단결로 사측을 압박했다. 이런 단결된 힘을 끝까지 유지해 악랄한 사측에 본때를 보여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