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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받지 못하는 한국외대 박철 전 총장 명예교수 임용 시도:
노조와 학생자치 탄압 등 반교육적 총장에 대한
학생들의 분노는 정당하다

한국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8월 22일(월) 세종시 교육부 앞에서 박철 전 총장명예교수 임명 과정에 대한 교육부의 감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를 위해 비대위가 받은 재학생 탄원서(박철 전 총장 명예교수 임용에 반대하고 교육부 감사를 요구하는 내용)도 교육부에 제출했다.

한국외대 학생들은 박철 전 총장 명예교수 임용 시도에 반대하며 9일 간 총장실을 점거하기도 했다.

박철 전 총장은 지난 6월에 법원에서 교비 횡령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임기 중, (주로 등록금으로 조성돼) 교육 목적에만 쓰게 돼 있는 교비회계에서 직원 성희롱 교수 비호와 노조 파괴용 불법 탄압에 따른 소송과 패소 비용 등을 지급한 사실이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다. (“한국외대 박철 전 총장 명예교수 임용에 대한 학생들의 반대는 왜 정당한가’”를 참고하세요.)

게다가 박철 전 총장은 재임시 이미 학생들의 퇴진 운동을 겪었을 정도로 불만과 분노의 대상이었다. 학사 정책은 학생들을 돈벌이 대상으로 취급하고 경쟁만 부추겨 진정한 교육환경 개선과는 멀기만 한 정책을 불통으로 밀어붙였다. 이런 잘못에 대한 학내 비판을 막으려고 (노조만이 아니라) 학생 자치 활동도 탄압하기 바쁜 ‘나쁜 교육자’의 대명사였다.("등록금 대폭 인상과 경쟁적 학사 재편으로 학생 고혈 짜낸 주범" 기사를 참고하세요.)

따라서 학생들이 이런 전 총장의 명예교수 임용에 반대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게다가 불통 정책을 이어받았을 뿐아니라 그를 명예교수로 추대하는 역할을 하려는 현 총장에 대해서도 비판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김인철 총장과 학교 당국은 불통 그 자체로 일관해 왔다. 8월 18일 김인철 총장은 점거 이후 세 번째인 학생 대표자들과의 면담에서도 궤변과 협박으로 일관했다.

반교육적 결정

“명예교수 임용은 학칙에 의거해 진행된 것이므로 절차상 문제가 없고 철회할 수 없다”고 했는데, 교비 횡령 1심 유죄 판결 교수를 명예교수로 임용하도록 학칙이 돼 있는가? 절차적 정당은커녕 그 절차 속에서 아무런 이의 제기가 나오지 않은 게 오히려 ‘비정상’ 아닌가? 사기업에서도 그런 일이 생기면 비난을 받을 텐데, 여기는 대학이라는 고등교육기관이다. 이런 반교육적 결론을 내리고도 그게 절차상 하자가 없었다면, 그 절차에 참가한 사람들이 문제인 거지, 잘못을 지적한 학생들이 문제인 게 아니다.

그렇다면, 그 명예교수 임용 절차에는 누가 참가했는가? 명예교수 임용을 심사하는 교원인사위원회에 관한 한국외대 규정에는 “위원회는 서울 및 글로벌캠퍼스 부총장, 교무처장, 각 대학장 그리고 총장이 지명하는 조교수 이상의 교원 3인으로 구성한다”고 명시돼 있다. 사실상 학교당국의 총장과 보직교수들이 결정한 것인데, 자기들이 결정하고 자기들이 절차상 정당하다고 하는 것이니, 도저히 객관적 답변으로는 들리지 않는다.

심지어 이 날 면담에서 “일방적인 점거에 대해서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다”는 협박도 나왔고, 학교측 한 인사는 고압적 자세로 학생 대표자들을 윽박지르기도 했다고 한다. 성희롱 교수 보호를 위한 재판에 등록금을 쓰고 대법원까지 가서도 패소한 총장이 명예교수가 되는 게 당연하다는 분들이 점거 농성 참가 학생들에게 “불법” 운운하며 비난할 자격이 있는가? 우리 대학에서는 지성인의 ‘양심’과 ‘염치’는 더 이상 가르치지 않을 셈인가? 이러고도 학생 징계를 말하는 게 더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 말도 꺼내지 말아야 한다.

총학 비대위와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가 방학 중에도 교육자 자격이 없는 박철 전 총장의 명예교수 임용 계획을 철회시키려고 해 온 노력은 정당하다.

하지만 학교 당국이야말로 학생 대표자들의 대화 제안을 모두 거부하고 무시했다. 그래서 8월 9일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학교측에 압력을 넣는 상징적 행동으로서 총장실 점거를 결의한 것이다.

정당한 분노

전 총장부터 현 총장까지 이어지는 불통 학사행정에 불만이 컸기 때문에 점거 농성은 금세 학내 이목을 집중시키며 임용 계획 반대 운동의 구심이 되었다. 농성장은 학교 안에서 지지와 연대가 구축되는 거점이 됐다.

그래서 첫째, 2011년 ‘비리 총장 퇴진 운동’에 이어 박철 전 총장의 악행이 다시 한 번 공론화됐다. 그가 교비를 횡령해 불법적 노조 탄압을 위해, 성희롱 교수를 보호하려고 교비를 사용한 사실 등이 폭로되면서 학생들의 분노와 저항이 정당했음도 입증됐다. 김인철 총장이 박철 전 총장의 ‘불통’ 계승자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둘째, 거점이 뚜렷해서 다양한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참가할 수 있었다. 농성 기간 동안 평균 학생 20~30명이 점거 현장을 지키고, 많을 때는 연인원 70~80명에 이르렀다. 농성장을 중심으로 학내 캠페인들이 조직됐다. ‘임용 반대’ 재학생 연서명, 리플릿팅, 이동학생회 등을 진행했다. 며칠 만에 재학생과 졸업생들을 합쳐 명예교수 임용 반대에 1천3백여 명이 서명했다.

다급해진 학교 당국은 2시간에 한 번씩 학생들이 몇 명 있는지 농성장 사찰을 청소 노동자들에게 지시했다. 김인철 총장과 김태성 학생처장은 출장을 취소하고 학생들의 동태를 살피며 면담 약속을 잡기도 했다.

아쉽게도 8월 18일 총학 비대위와 중운위가 점거 농성 해제를 결정했다. 아마 학생회 대표들은 점거농성 돌입만으로 학교측과 진전된 대화가 이뤄지리라고 기대했던 듯하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음이 계속된 총장 면담에서 확인되자 부담이 커진 듯하다.

분노가 워낙 컸기 때문에 농성을 유지하면서 기층 학생들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노력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일부 점거 농성 참가자들도 점거 농성을 계속하길 원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분노는 여전하다. 총학생회 비대위는 점거 해제 직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명예교수 임용을 막아내겠”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농성 참가자들에게는 “교육부 앞 기자회견, 1인 피케팅, 리플릿팅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비대위는 교육부에 감사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교육부에 제출해 “박철 총장의 자격”에 대해 교육부가 문제를 삼아야 한다고 압력을 넣은 것이다. 머지 않아 박철 전 총장 정년퇴직에 맞춰 명예교수 임용이 이뤄질 수 있다. 더 많은 학생들에게 명예교수 임용의 부당함을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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